밀양, 청도, 쌍용차, 강정, 용산 그리고 세월호
8월 23일~25일 제주 강정마을에서 저항과 연대의 평화기행이 있었습니다.
끈질기게 싸움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곁으로 세월호 가족들이 함께했습니다.
밀양과 청도에서 송전탑이 왜 필요한지, 현재 전력수급체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한평생 이고 지고 살아온 땅과 나무와 흙이 고통스런 아우성을 내뿜고 있는데 인간의 탐욕은 과연 어디까지 향할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해고된 지 7년. 그리고 숫자로 표현해내기 어려운 살아있는 사람들이 이 해고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사람이 일을 하며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 이 때의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오로지 ‘급여를 받는다’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쌍용자동차의 해고는 부당했고, 이어진 우리의 싸움은 당당합니다.
구럼비, 붉은발 말똥개, 연산호.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싸움을 알기 전까지 모르던 것들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이깟 바위하나, 그깟 바다생물 따위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눈은 다행히도 욕심에 가려져있지 않아서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압니다. 군사기지를 만들고, 최신식 무기를 들여오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은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오늘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에서 미사를 드리고, 공사 차량을 막아서고, 평화의 인간 띠잇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도심 한 복판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 여전히 가족들은 그 날의 진상규명을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참사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 날, 살던 곳에서, 장사하던 곳에서 대책 없이 쫓겨나지 않으려고 싸웠던 용산 사람들은 삶에서 쫓겨났습니다. 경찰들의 살인적인 진압은 5명의 목숨을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1년하고도 4개월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그 큰 배가 왜 침몰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혹자는 이제 그만하라고 지겹다고 보상금 많이 챙겼으면 된 거 아니냐고 악다구니를 씁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아직 바다에 9명의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끝까지 밝혀내겠다는 약속, 다른 세상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말입니다.
그렇게 마음 한 쪽 구석 아픈 곳을 가진 사람들이 또 그런 사람들을 4.3항쟁의 역사를 간직한 제주에서 만났습니다. 그 만남이 참 소중하고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