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도대체 ‘왜’ 인권활동가의 인권위원 선출을 부결했나?
상태바
국회는 도대체 ‘왜’ 인권활동가의 인권위원 선출을 부결했나?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 승인 2015.10.02 1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9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박김영희 인권위원 선출안이 <찬성 99 반대 147 기권 14>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참담함 마음이었다. 지난 813일 공개적인 인선절차 없이 7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성호 위원장의 인선과정이 묘하게 겹쳐 그 분노는 더욱 심했다. 인권 관련 전문적인 활동이나 경력이 없는 인권과 관련한 무색 무취한 인물은 국가인권위 위원장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장애인 인권운동에 헌신한 인권활동가는 국회의원이 선출을 거부했다. 도대체 왜 국회는 인권활동가의 인권위원 선출을 부결시켰나? 우선 이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인선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지난 728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비상임) 후보자 추천을 공모했다. 야당이 야당 추천 몫으로 있는 비상임위원를 공개적으로 추천을 받는 인선과정을 밟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인 이런 과정을 밟은 계기는 그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인선절차가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서는 5년마다 각국 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과 직원들의 활동이 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파리원칙'1)에 적합한지를 평가해 A등급에서 C등급까지 판정한다. 2009년 현병철 전 위원장 취임이후로 A등급을 받고 있었던 국가인권위는 20143, 201410, 20153월 계속 판정보류를 받았다. 특히 20153ICC의 등급심사 보류이유는 인권위원 인선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다양한 인권위원으로 구성돼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올해 3월 새정연은 인권위 상임위원에 전 국회의원이자 현재 당내 다선의원의 부인이기도 한 이경숙 상임위원을 추천했다. 이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추천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선출안 직전 의원총회에서 누가 추천되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시 인권단체는 국제적 원칙을 지키지 않는 야당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 동안 시민사회 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한 파리원칙 준수 및 ICC의 권고를 수용을 위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공개적인 인선 절차를 밟은 것이다.

 

그렇지만 아쉬움이 없지 않다. 새정연은 후보추천 공고에 대한 홍보가 미미했다. 공고한 당일 28일에 추천을 받아 82일에 후보추천을 마감했다. 국회의사일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고작 6일의 신청기간이었다. 신청을 위해 준비해야할 서류 작성 및 실무를 고려하면, 이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사람은 쉽게 지원할 수 없는 일정이다. 새정연이 비상임인권위원 후보 추천에 대한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는지 예상할 수 밖에 없다. 이 때 뜻 밖에도 필자는 비상임위원 후보 추천위원회에 외부인사 자격으로 추천위원(외부인사 총 3인과 새정연 내 인사 4인 총 7인으로 구성, 그 중 외부인사는 박옥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 정연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포함)으로 활동하게 되어 이 후보추천 과정에서 참여할 수 있었다.

 

이번 비상임위원 후보 추천 과정에서 주요한 핵심은 지금의 국가인권위원의 구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위원을 추천하는 것이었다. 20153ICC가 지적한 것이 바로 법률가가 과다대표는 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위원장을 포함한 총 11명의 인권위원 중 8명이 법조계 관련 인사다. 판사 출신 5, 변호사 출신 2, 검사 출신 1명이다. 파리원칙이 말하는 인권위원 다양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또한 인권은 실정법을 우선해서 실정법의 정당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보편적 잣대가 된다. 법조계 인물이라 할지라도 인권 관련 전문 활동이나 인권감수성이 없는 것은 자격이 없는 인권위원인 것이다. 아동성폭력 피해자의 일기를 공개하는 등 인권을 침해한 전력이 있는 검사 출신 유영하 상임위원이 그 대표적 예다. 특히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지금 인적 구성에서는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 인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가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며 성소수자 차별발언을 한 최이우 목사가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현재 인권위 구성에서 인권활동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겸비하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당시 후보추천위원에서의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811일 새정연은 의원총회에서 박김영희 후보자 추천을 보류했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력, 참여정부시절 청와대에서 프랭카드 시위한 경력 등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이 경력이 98일 본회의에서의 부결의 원인으로 귀결되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821일 후보추천위원회는 다시 모여 의견을 나눴고, 새정연 의원총회에서 문제 삼은 내용에 대해 박김영희 후보자의 활동은 개인의 정치활동이 아닌 장애인 인권운동의 활동선상에서 진행한 인권옹호자로서의 적극적인 활동이었음을 확인하였고, 다시 박김영희 후보를 추천하였으나 결국 9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이 된 것이다. 이번 국회의 표결만으로도 국회가 얼마나 국가 인권기구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지를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이은경 비상임위원과 이경숙 상임위원을 임명한 새누리와 새정연은 후보 추천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독립성에 대한 이해 없이 당리 당략으로 추천권한을 이용한 이 두 정당은 내년에 있을 국가인권위원회의 ICC 등급심사 결과에서 등급 하락이 결정된다면 이에 대한 주요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이후 새정연은 이에 대한 인권단체 비판을 받아들여 공개적인 후보추천 절차를 밟았지만 결과는 오히려 참담했다. 즉 국회는 인권위원 선출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권력화 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위원으로 삼으려고 해왔고, 이번에도 그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 국회 부결 규탄 기자회견 ⓒ비마이너

 

지난 99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인권위원장 인선대응 시민사회연석회의()는 성명서를 통해 국회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국회는 2013년 발의한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포함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도 하지 않더니 공개적이고 참여적인 절차를 거친 인권위원 후보자의 선출을 거부했다.” 고 밝혔다. 지난 6년 현병철 위원장 시절의 국가인권위에 대한 평가를 오롯이 그에게만 물을 수는 없는 것이 되었다. 국회 역시 지금의 국가인권위의 ICC 등급심사 보류 결정에 자유로울 수 없다. 새정연은 이번 표결결과에 대한 인권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소극적으로 홍보한 지난 후보추천위원회를 이제는 더 광범위하게 알려 적극적으로 후보 추천을 받아 ICC가 공고한 대로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의견을 담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인권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의원을 추천해야한다. 국회가 더 이상 인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1) 1993년 국제연합 총회에서 결의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이다. 여기에는 국가인권기구의 권한과 책임, 구성과 독립성 및 다원성의 보장, 활동방식을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