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가 일상인 사회를 막으려 했던 한상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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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가 일상인 사회를 막으려 했던 한상균의 ‘꿈’
  • 정나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교육선전차장)
  • 승인 2016.07.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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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꿈은 무죄, 함께 꾸는 꿈은 유죄?

 

법치국가의 근본을 무너뜨렸다는 범죄자 한상균의 죄목

613, 검찰이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징역 8년 구형을 선언하자 장내는 술렁였다. 판사는 이례적으로 10분 정회를 결정했다. 재판을 참관한 한상균 위원장의 부인은 “10년이면 10년이지 8년이 뭐냐,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의 눈시울은 붉었다. 누군가의 아내, 재판 일주일 전에 입대한 아들의 아버지, 그리고 80만 노동자의 대표, 한상균. 그는 지난해 1213일에 구속되어 이미 200여일 넘게 창살 아래 갇혀있다.

한상균 위원장에게는 단 한 번의 승리가 절박했다. 본인 스스로가 2009년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에 맞서 싸웠던 한 사람으로서, 이후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상복을 입어야 했던 상주로서, 그리고 자신이 걸어온 그 길을 일상으로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권에 분노하는 한 노동자로서의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절박함을 노동자들의 분노로, 행동으로 조직했다. 위원장 당선 직후부터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을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이라 규정하고 선제 총파업을 조직했다. 노동개악 법안이 통과된 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개악이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절박함이었다. 민주노총은 4.24. 총파업을 시작으로 1년 내내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을 이어갔고, 11월에는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는 10만 민중총궐기를 조직해냈다.

한상균 위원장이 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하고, 11월 말 서울로, 청와대로 모이자고 전 국민에게 호소한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살기 위함이었다. 그는 1% 재벌만 배불리는 세상이 아닌 모든 노동자와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꿈꿨다. 그는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 노동조합이라는 진지를, 노동개악에 무너지는 노동자의 권리를, 헬조선에서 짓밟히는 전 국민의 생존권을 지켜내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법치국가의 근본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징역 8년을 구형받은 한상균의 실질적인 죄목이다.

 

노동자는 무죄, 재벌이 유죄다

 

한상균 위원장의 꿈이 전 국민의 꿈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꿈은 재벌의 꿈이다. 작년 말, 한국 상장사 기업이 곳간에 쌓아놓은 돈이 1,200조를 돌파했다. 동시에, 가계부채도 1,200조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만 살리겠다고 한다. 재벌의 청부 입법인 노동개악은 전 국민에게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명령이다. 경영상의 위기가 없어도 노동자들은 퇴직금도 없이 잘려나가게 하는 칼날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가장 큰 걸림돌인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등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사실상 있으나마나 한 단체로 만들겠다는 선포다.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재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도 노동개악 입법을 강력 주문하고 있다.

이렇듯 재벌의 꿈만 꾸는 박근혜에 맞서, 한상균 위원장은 노동자, 전 국민과 함께 꿈꿨다. 지금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 개개인은 수많은 꿈을 꿀 것이다. 그리고 그 꿈 중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고 걱정 없이 회사를 다니고 싶다, 정규직이 되고 싶다 등 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이 빠짐 없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에서 이런 꿈은 절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상균은 노동자, 국민 개개인의 마음 속에 있는 꿈을 함께 꾸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조직된 80만 노동자들만의 조직이 아니라, 노동조합조차 없어 소리소문 없이 잘려나가는 모든 국민의 꿈을 모아내고 현실화할 수 있는 진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동자 총파업, 10만 민중의 총궐기는 그 꿈을 현실화하는 방법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국민의 꿈을 틀어막기에만 급급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불법’, ‘폭력’, ‘반란등의 표현을 반복했다. 증거자료로 제출한 영상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차를 부수는 장면만 재생되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노동자가, 국민들이 분노했는지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그 진실에 다가서는 순간, 민주사회의 근간인 집회시위의 자유와 저항할 권리 등을 짓밟는 주범은 정부와 검찰 그들 자신이라는 점이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었으리라. 범법자는 현행법도 무시한 채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부다. 매일같이 중대 범죄를 저지르는 주범은 자기 배만 불리겠다고 노동자들을 죽이는 재벌이다. 노동자는 무죄, 재벌과 박근혜가 유죄다. 박근혜만 빼고 전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모두가 함께 꾸는 꿈, 한상균의

 

모든 노동자가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면그것은 국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민주노총은 잘 알고 있습니다그 길에 민주노총은 엄중한 책임을 갖고 헌신적인 역할을 하겠습니다그래서 사람이 희망인 대한민국에 노동자가 그 희망을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검찰 구형 직후, 한상균위원장은 최후 진술 마지막에 자신의 꿈과 약속을 밝혔다. 사람이 희망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은 사실 참 식상한 말이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까지 정치인 모두가 매일같이 떠드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상균의 꿈은 다르다. 그는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다. 민주노총 위원장 혼자 노동개악을 막고 민주주의와 노동조합을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절박함으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국민들의 분노를 모아내 함께 꿈꾸자고 손 내미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감옥 창살에 갇혀있다. 감옥 안에서도 그는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민주노총의 역사적 숙명을 다하겠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한상균이 우리에게 요청하는 것은 단 하나다. 자신을 석방시켜달라는 것이 아닌, 1% 재벌 세상에 맞서 노동자, 국민의 행복을 위해 함께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한상균 석방을 요구하는 것은 한상균 개인의 한 몸을 창살 밖으로 끄집어내는 투쟁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에 맞선 투쟁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