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조위 진상조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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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특조위 진상조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6.08.3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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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주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장)

 

6월 30일로 특조위 종료?

 

정부는 지난 6월 30일 세월호특조위의 진상조사활동이 종료되었다고 했다. 파견공무원들 상당수가 6월 30일자로 복귀하였고, 특조위가 채용한 별정직 공무원들은 7월 1일부터는 공무원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하였다. 7월 1일부터 3개월 동안은 종합보고서와 백서의 발간 기간이니 더 이상 진상조사활동은 하지 못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특조위는 굴하지 않았다. 꿋꿋하게 진상조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특별법은 1년 6개월의 조사활동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 제정된 것이 2015년 5월이고 시행령에 따라 별정직을 채용한 것이 2015년 7월 말, 정부로부터 예산이 지급된 것이 2015년 8월 중순이다. 그 시점에 특조위의 진상조사활동이 시작된 것이므로, 특조위의 활동기간은 적어도 2017년 2월까지 보장하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그런데 정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 1월 1일부터 특조위 활동이 시작되었으니 지난 6월 말로 1년 6개월이 지났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법해석을 존중한다면 그런 주장은 있을 수 없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7월 1일부터는 진상조사활동을 위한 예산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매달 25일이 월급날인데, 조사관들은 7월 25일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특조위의 진상조사활동을 계속해서 방해해 온 정부는 급기야 특조위를 이런 식으로 강제종료시키려 한다.

 

집요하게 방해만 해 온 정부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을 얼마나 집요하게 방해해 왔는지는 이미 몇몇 사건으로 잘 드러난 바 있다. 특조위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기도 전인 2015년 1월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특조위를 ‘세금도둑’이라고 몰아붙였다. ‘세금도둑’ 프레임은 특조위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박근혜 정부의 단골메뉴이다. 지난 4월 특조위 활동기간의 보장을 위한 특별법 개정문제가 불거졌을 때 대통령은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고 하면서 세월호특별법 개정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진짜 세금을 아끼는 길은 이번 기회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그에 기반한 재발방지대책을 통해서 세월호참사와 같은 끔직한 대형재난사고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특조위 활동을 예산낭비라고 몰아붙이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하다.

2015년 11월에는 「특조위의 청와대 조사 건에 대한 대응방안」이라는 정부 문건이 공개되었다. 당시 특조위는 참사 당시 청와대가 컨트롤터워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의결했는데, 특조위의 여당측 위원들은 청와대 조사에 항의하면서 사퇴한 일이 있었다. 정부에서 만든 그 문건은 여당측 위원들에게 청와대 조사에 항의하는 행동지침을 하달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런 식으로 독립적 조사기관인 특조위를 마구 흔들어댔다.

 

그러나 특조위는 일한다!

 

특조위는 강제조사권이 없다. 자료 하나를 구하려 해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이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 박근혜 정부가 원만하게 협조할 리가 만무하다. 진상조사의 기초자료라 할 수 있는 검찰의 수사기록을 복사해 오는데에도 몇 개월이 걸렸다.

지난 6월 27일 특조위는 첫 번째 조사결과보고서를 채택하여 세월호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현장에 들어갈 철근 278톤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이미 2015년 4월 배・보상신청을 접수하면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특조위에 자료를 주지 않았다. 결국 조사관들은 세월호에 활물을 싣는 CCTV 영상을 보면서 화물 하나하나를 일일이 확인하여 관련 서류와 대조하면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집요한 방해와 비협조라는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특조위는 몇몇 의미있는 조사결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제주 해군기지에 들어갈 철근 278톤이 세월호에 실려 있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월호참사 직후에 국방부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자재의 운송은 부산-제주 항로를 이용하였다고 했지만, 거짓임이 드러났다. 세월호가 출항을 시작한 2013년 3월부터 2014년 4월의 시기를 보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자재수요가 폭증하던 시기였다. 정부는 왜 굳이 세월호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의 연관성을 숨기려 했을까. 세월호의 도입과 운항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해군기지 건설 일정이 세월호가 과적을 일삼는데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더 나아가서 그 과정에 해군과 국정원은 어떻게 개입한 것인지 등등 아직도 해명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정현 홍보수석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간의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청와대의 수석비서관이 방송사의 언론보도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중대사건임에 틀림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통령 탄핵감이다. 이런 노골적인 언론통제가 단지 이정현 수석이 단독으로 한 짓일까, 윗선의 개입은 없었는지, 그리고 단지 KBS에 대해서만 그런 것인지 MBC나 다른 언론사에 대한 통제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특조위는 세월호참사 이후에 SNS상의 악의적인 여론조작을 조사하기 위하여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빅데이터 분석을 하였고 그 결과가 일부 공개되기도 하였다. 조사결과, 세월호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진 시기에 세월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하여 특정 트윗계정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계정들은 ‘트윗덱’이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는데, 이것은 의도적으로 대량의 리트윗을 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2012년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위해 사용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언론사들의 추가 취재에 의하면, 악의적인 트윗글을 생산하여 조직적으로 유포시킨 계정의 주인은 보수단체 간부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지난 대선기간 동안 ‘십알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십알단은 대선기간 동안 새누리당 및 국정원과 연계해서 댓글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윗그룹이다.

세월호특조위가 밝혀낸 몇몇 사실들은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극히 일부의 사실일 뿐이다. 아직도 밝혀야 할 세월호의 진실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조사하고 파헤쳐야 할 의혹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양파껍질 하나를 벗겨내니 다른 색의 껍질이 보이니 그 속이 정말 궁금해진다.

 

진실규명은 정의의 역사를 만드는 일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정의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예산 몇 푼 아끼자고 멈출 수는 없다. 진실과 정의 앞에 염치를 모르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는 상황이니 진실규명은 험난한 길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다. 청와대,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관련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때 시민들은 민주적 법치국가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세월호의 진실규명은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정의를 세우는 사회적 과업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한 삶의 권리가 무참하게 희생되었음에도 성찰은 커녕 진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권력집단의 불의에 맞서야 한다.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은 희생자들의 영전 앞에서 유가족과 함께 우리 각자가 미래에게 한 스스로의 약속이다. 특조위의 진실규명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우리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지난 역사를 만들어왔듯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역사 그 자체인 것이다.

필자는 세월호특조위 비상임위원이다. 정부의 부당한 강제종료에 맞서서 특조위의 진실규명활동에 함께 해 주기를 무거운 책임감과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