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단원고등학교의 2학년 교무실에 걸려있던 2014년 4월의 일정표입니다. 4월 16일 이후의 일정도 적혀있는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삶은 4월 16일에 멈춰졌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찾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은 2년 전 4월 16일 이후로 얼마나 이루어졌을까요. 인양에 난항을 겪고있는 세월호처럼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가족들은 곡기를 끊고 야당 당사를 점거하여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은 1년 가까이 사경을 헤맸습니다. 그 시간동안 공권력의 사죄는 없었고 오히려 경찰책임자는 승승장구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와 졸속합의를 해와서는 일본의 정식사죄와 배상이 아닌 그저 합의금에 불과한 돈을 받고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그동안 일본정부와 싸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국정부와도 싸워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몇십 년 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싸움을 시작할 때보다 지금 나아진 것이 무엇일까요.
참사와 비극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이후에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는 일. 그 일에 손놓고 있는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고 주시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를 질타하는 한편 저들의 해이함은 어디로부터 나왔을까 생각해봅니다.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보지 않고 몇 번 같이 슬퍼한 것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몇 년 지낸 것으로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을까요. 그런 모습들을 모아 정부와 국회에서는 ‘민심’이라고 편하게 이름붙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극과 야만의 시간에서 함께 걸어나와야 합니다. 행동 없이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