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울리는 다큐 <위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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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울리는 다큐 <위켄즈>
  •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승인 2017.03.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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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넘어서, 유쾌하고도 강인하게”

영화 보다 더 극적인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촛불은 새해를 넘어서도 힘을 잃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 어수선했던 시국에 다큐 <위켄즈>가 극장 개봉한지 한 달 째입니다.

 

ⓒ위켄즈


안녕하세요. 다큐 <위켄즈>를 제작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사무국장 이종걸입니다. <위켄즈>2003년 국내 최초로 탄생한 게이코러스 _보이스’(친구사이의 소모임)10주년 공연 준비과정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저 역시 지보이스 단원으로 1테너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친구사이는 다큐 <위켄즈> 로 즐겁고 유쾌하게 한 해를 마무리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12월 연말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연말 시국이 이럴 줄은 알지 못했지요. <위켄즈>2016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국내 최초로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또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중 퀴어 영화을 중심으로 시상하는 가장 권위있는 퀴어영화 상인 테디베어상 다큐 부문에 후보에도 지명되었습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영화이기에 국내에서도 꼭 개봉하여 일반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타인들, 사회, 국가로부터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삶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친구사이는 이전에도 네 명의 커밍아웃한 게이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연분홍치마와 공동제작하여 개봉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친구사이는 보다 더 적극적으로 성소수자들의 삶을 더욱 가시화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친구사이 2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다큐 <위켄즈>를 제작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큐 제작 자체가 지보이스와 친구사이에게는 성소수자라는 존재를 알리기 위한 운동의 목표였지요.

 

지보이스는 합창단이라고는 하지만, 노래를 아주 썩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_보이스 소개에는 천상의 하모니보다는 국내 최강 미모 게이 코러스’, ‘인권운동계의 아이돌이라는 기존의 합창단이 자주 쓴 수식어보다는 틀을 깨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국내 최초의 게이코러스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귀염귀염한 남성들이 안무와 함께 유쾌한 노래를 부를 때 여성 관객들의 함성이 무대에서 잘 들립니다. 기존에 활동하는 일반 아마츄어 남성 합창단들과는 다르게 게이들 특유의 섬세함과 유쾌함으로 무장한 무대는 지보이스들의 서정적이고, 유쾌한 자작곡들로 꾸며져 더욱 관심을 받습니다.

 

자고픈 남자는 많지만, 손잡고픈 남잔 너뿐이야? (연기하지마!!), 술 마실 남자는 많지만 입 맞춰 노래하고픈 건 너 뿐.’ (‘종로의 기적가사 일부, 작사:전재우).

나 어릴 적 축구하기 정말 싫어서 축구공에 다가 지구본을 그렸죠. 온통 검정 하양뿐인 세상에 맘껏 색칠 했죠 빨주노초파남보. 나 어릴 적 조금은 이상한 아이였죠. 맨날 노래를 불렀죠. 오 피스 코리아’ (‘피스맨가사 일부, 작사:한가람)

 

ⓒ친구사이

 

<위켄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지보이스가 부르는 자작곡들입니다. 게이들이 왜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시작했을까요? 그것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속사정을 남들에게 알리면서 까지 말이지요. 사람이 살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긍심, 자존감일 것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타인들, 사회, 국가로부터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삶의 존재가치를 부정당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지보이스는 노래를 쓰고 부르며 공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국가나 사회가 하고있지 않는 일들을 개인들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서 음악이라는 문화적 장르를 통해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켄즈>에서는 지보이스가 경험한 연대의 힘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지보이스가 201212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지지하고 연대하기 위해 농성 현장에 처음 갔을 때, 20152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기 위해 팽목항을 찾아갔을 때, 20117월 한진중공업 2차 희망버스를 위해 영도대교를 건너 조선소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성 동성애자로서 함께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감동이었습니다. 국가나 사회에서 불러주지 않고, 찾아주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를 좀 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힘써주는 사람들이 지보이스에 손을 건네주었습니다. <위켄즈>는 그러한 현장을 담아서, 지보이스를 통해 약자들끼리의 연대, 그것이 주는 뭉클한 감동을 보여줍니다.

 

ⓒ위켄즈

 

그래서 지보이스는 노래를 쓰고 부르며 공연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개봉한지 한 달째 4천명의 관객이 <위켄즈>를 관람했습니다. 보신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즐겁게 울리기. 그 어려운 걸 이 영화가 해낸다.” (김세윤 칼럼니스트), “벽을 넘어서, 유쾌하고도 강인하게.” (이동진 영화평론가), “<위켄즈>는 진정한 판타지이자 꿈의 장르로서의 뮤지컬이라 할만하다,”, “노래로 위로 받고, 영화로 위안되는 시간.” ( woo**). 개봉 전 호모포비아들의 댓글 공격에 한 때 위축되기도 했지만, 개봉 이후 관람객들의 호평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관객은 늘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우리 영화에 성소수자 혐오선동 세력들이 집단적으로 예매 취소라도 일으켜 주면 좀 더 반응이 오지 않을까하는 끔찍한(?) 상상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혐오선동 세력들이 시국 상황에 때문에 많이 위축되어서 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외부요인을 찾기보다 이제 부터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제 영화 개봉한지 겨우 한 달이 지난 것이지요.

 

<위켄즈>는 이제부터 꾸준히 영화관이든, 대학교의 강의실이든, 공공기관과 초중고의 강당이든 선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집에서도 곧 가능합니다. <위켄즈>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의 삶과 인권에 관심 갖기 위해 우리 사회 곳곳에 찾아갈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신들에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라라랜드> 보다 울컥하고, <아가씨> 못지않은 언니들이 등장하는 <위켄즈> 꼭 한 번 이상 관람 부탁드립니다.

 

P.S 다큐 <위켄즈> 단체 관람과 공동체 상영 및 자세한 문의는 친구사이 (02-745-7942, contact@chingusai.net)으로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