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소녀상 곁의 시민들 마음만큼만 움직여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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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소녀상 곁의 시민들 마음만큼만 움직여주기를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7.08.3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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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

 

 

201789,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소녀상 곁에는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다. 언제나처럼 평화나비네트워크의 바위처럼무대로 시작한다. 곧 아흔이 넘은 김복동 할머니께서 무대에 오르셨다. 한동안 아프셨고, 우리를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떠날 수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고 한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닥치면 이 사회에서 약자가 누구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나 여성은 모든 전쟁에서 죽음의 공포와 더불어 강간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된다. 전쟁이 있는 곳에서는 필연적으로 성폭력이 일어난다. 조선, 중국, 베트남, 지금도 전쟁 중인 중동의 나라들과 아프리카의 나라들. 어디에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주 먼 과거부터 오늘 날까지 전시 성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전쟁에서 이 약자들을 보호할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991814김학순 할머니께서 최초로 일본군들의 성노예제 운영을 고발하며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반도가 해방을 맞이한 지 46년만이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져 나왔고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그녀들의 싸움은 무척이나 외로웠다. 그 당시에는 시위하는 할머니들을 향해 창피한 줄 모른다며 피해자를 수치심도 모르는 이들로 매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비난을 퍼붓는 이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로부터 약 25, 세상은 그녀들의 바람대로 변하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은 변하였다. 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본 정부를 지켜보는 평화의 소녀상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세워졌고, 그 소녀상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려 한다는 소식에 소녀상 곁에 자리를 펴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키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으며, 방학마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청소년들이 수천 명이다. 1991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에 세상은 냉담했으나 20178, 소녀상 옆에 모여든 시민들은 그녀의 용기를 기억하며 5번째로 맞이하는 일본군 위안부기림일을 준비한다. 시민들의 연대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그리고 어떤 사안보다 견고하다.

((원고2 사진))

 

20년이 넘도록 수요일마다 싸워온 모든 이들의 노력을 박근혜 정부는 20151228일 무참히 짓밟았다. 강제동원에 대한 인정도 없었고,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는 그들의 애매한 입장을 사과라 포장하였고, 일본 정부 스스로도 배상이 아니라고 밝힌 10억 엔의 돈을 받아와 할머니들을 기만했다. 우리는 바란다. 일본 정부가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을 사죄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배상을 하기를. 시민들은 할머니들과 최선을 다하여 싸워왔고,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하게 마음을 모으고 있다. 부디 이런 시민들과 할머니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문재인 정부에서는 피해자가 원하는 진정한 사과를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 생존자는 37명이다.

벌써 1,295번째 수요일이 지났다. 매 집회가 세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의 갱신이다. 우리는 언제쯤 이 고통의 기록을 끝낼 수 있을까. 바라건대 살아계시는 37명의 할머니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때이기를.

 

사진: 891,295번째 수요시위에 올해로 5번째 맞이하는 일본군 위안부기림일을 기억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기사를 최종 퇴고하고 소식지를 인쇄 작업에 맡긴 후 불과 1주일 사이에 두 분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생존자는 35명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차마 마음 편히 눈도 감지 못하겠다는 할머니들의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기사작성자 장예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