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공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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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공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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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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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배러글리프 지음

1989년 여름, 한 기독교단체의 초청으로 한국에 오게 된 호주 여학생이 또래의 십대 여공들을 만났다. 미싱을 돌리던 거친 손으로 밤이면 <테스>의 책장을 넘기던 여공들은 언젠가는 자기 글을 쓰고 싶어 했다. 이들의 문학적 열정에 매료된 저자 루스 배러클러프는 십 년 뒤 한국의 여공들에 대한 박사논문을 쓴다.

이 박사논문을 기반으로 한 이 책은 1920, 30년대 지식인들의 눈에 비친 여공들에서부터 1970, 80년대 직접 펜을 들어 자기 삶을 이야기했던 여공들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아우르며 페미니스트 역사학자이자 문학비평가의 관점에서 '한국 여공의 계보학'을 완성해 냈다. 저자는 급속한 산업화의 외상을 간직한 존재로, 공장의 노동착취와 성폭력과 관련해 형성화된 이들 여공이 다른 한편으로는 (부르주아적) 여성성이 결핍된 존재이자, '쉬운' 존재로 형상화되어 온 과거 전통 속에서 어떻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존재로 일어설 수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강경애, 석정남, 장남수부터 신경숙에 이르기까지 여성노동자들의 자전적 수기/소설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공들의 실제 열망과 좌절을 읽어내고, 근대 한국사에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와 동원, 이들의 주체화 과정의 역사를 다시 썼다. [후미니타스/1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