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양보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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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양보하지 맙시다
  • 정나위(민주노총 교육선전차장)
  • 승인 2017.09.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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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권

 최저임금 1만원은 인권이다

 

편의점 계산대가 아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거야

생계가 무서워서 포기했던 꿈을 다시 꿀 수 있을거야

책을 사서 마음껏 밑줄 치면서 읽고 싶어

병원에 가서 내 마음을 낫게 할거야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될거야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변들을 보며 생각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사람들에게 이기도 하지만, ‘이기도 하구나. 사람이 하루 세끼 밥을 먹고, 밥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어 꿈도 꿀 수 있는 게 인권이다. 나의 내일과 10년 뒤를 계획하고, 누군가 관계 맺으며 미래를 꿈꾸고, 오늘과는 또다른 나를 상상하는 것, 그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 1만원이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어려웠다. 근로자평균소득, 가구생계비, 실현가능성 등 어떤 이유도 1만원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급이 1만원은 되야, 하루 8시간씩 일하고 월 209만원은 벌어야, 밥 다음을 꿈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은 인권이다.

 

최저임금 1만원 사회적총파업

 

최저임금은 IMF를 거치고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확산되면서 국민임금이 되었다. 한국사회 노동자 4명 중 한 명이 최저임금 당사자고, 2016년 기준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34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적용 대상도 넓고,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임금정책이 최저임금이다. 때문에 최저임금은 특정세대, 사업장, 지역에서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 임금단체협상 투쟁의 위상을 갖는다.

 

민주노총은 2015년에 처음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안으로 내걸었고, 2017년에는 최저임금 1만원 사회적총파업을 제안했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전국민의 사회적 요구를 전면에 걸고, 노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아르바이트·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총파업을 조직해보자는 목표였다. ‘개혁정부라 불리는 문재인정권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선언했지만, 민주노총은 지금당장 1만원을 요구했다. 우리 삶에 나중은 없고, 인권에 양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만원은 내 삶과 일터를 바꾸는 시작이고, 그래서 촛불을 잇는 의제기도 했다.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폭넓은 단체가 최저임금 운동에 참여했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캠페인이 이어졌다. 유인물 배포와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사진 찍기, 볼링게임, 멀리뛰기, 데시벨 높이기 등 전국 곳곳에서 최저임금 1만원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지킬 권리가 있고, 그래서 최저임금 1만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함께 외쳤다. 630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거 참여한 5만여명 규모의 사회적총파업대회가 개최되었다. 박근혜퇴진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는 신정부에게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1만원, 양보하지 맙시다

 

이처럼 최저임금 1만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밀려날 수 없는 우리 삶의 상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은 이번에도 밀려났다. 사실상 최저임금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결정 구조, 정부의 의지부족, 재벌·보수언론 등 기득권세력의 발목잡기 등 만만치 않은 조건이 있었다.

ⓒ민중의 소리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결정 이후, 매일같이 최저임금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공약을 지켜낸 대통령, 11년만의 최대인상 등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문 닫는 자영업자, 급격한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국가재정 우려 등 추측성의 부정적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벌써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언급하며, 본인 공약에 대한 수정가능성을 내비쳤다.

 

1만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지만, 11년만의 최대인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저임금·비정규직 당사자들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언론에서도 말하지 않지만, 결국 우리가 나서야 우리 삶이 바뀐다는 진실은 이번에도 여과없이 드러났다. 그래서 아직 할 일이 많다. 여전히 우리 삶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당사자 목소리가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제도를 뜯어고치는 것부터 노조 조직률을 높여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 노동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 최악임금 주범인 재벌을 제대로 혼내는 일 등이다.

 

"일꾼이 그 삯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10:7)”

예수는 노동의 거록함과, 그 정당한 대가를 말씀 곳곳에서 강조했다.

오늘날 우리도 그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