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연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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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강은주(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 승인 2017.09.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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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반대투쟁을 이어가는 성주 주민들의 이야기-영화<파란나비효과>

사드 제3부지 배치를 졸속으로 결정했던 날, 성주 주민들은 군수와 국회의원 등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눈물범벅이 된 채로 외쳤다. "진짜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그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나는 혼자 간 극장 안에서 휴지를 꺼내 입을 막고 소리없이 억억거리고 울었다.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공권력의 횡포에 시달려온 제주 강정과 밀양의 주민들이 떠올랐던 것 같다. 성주와 강정, 그리고 밀양은 다르다. 다르지만 또 겹쳐진다. 눈물이 별 수 없이 튀어나온 이유였다.

끝까지 남아 싸우는 주민들의 외침 "진짜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인권단체에서 일하면서 생긴 간절함이 있다. 제발 잘못된 국책사업은 아예 시작조차 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함이다. 잘못된 정책 강행은 대개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집행과정을 수반한다. 공동체와 개인의 삶을 뭉개고 그 위에 '나랏일'을 세운다. 나랏일에는 으레 희생도 좀 있기 마련이라는 감수성은 옛시대의 망령 같지만 여전히 잘 살아 움직인다.  

 

국책사업을 강행했던 사례들에는 공통의 패턴이 있다. 정부주도의 사업에 반대하는 것을 님비현상으로 왜곡하고 반대주민들을 이기적인 사람들로 몰아간다. 어김없이 종북딱지도 붙이고 연대하는 시민들에겐 외부세력이라고 칭하고 분리하려 한다. 사업을 강행하는 정부와 수구언론, 수구단체들이 협업하듯 주민들을 괴롭히고 여론에서 고립시킨다.

 

경찰을 동원해 물리력으로도 괴롭히고, 법을 도구로 벌금 등의 형으로 투쟁을 위축시킨다. 국가는 가장 악질스러운 짓을 한 가지만 꼽기가 힘들 정도로 여러 방법으로 반대주민을 압박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오랜 투쟁을 해온 국책사업지의 주민들이 가장 치를 떠는 것은 주민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분리시키는 행태였다. 국가는 분리를 통해 공동체를 파괴하고 개인들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망가뜨리는 야만에 노련하

 

 

국방부는 성주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소성리의 제 3부지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 마치 대안인 양 제시하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했다. 3부지 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포기한 일부 주민들과 달리, 지금도 계속해서 사드를 전면 반대하는 주민들은 국가의 그 야만을 거부하고 있다. 영화 속 인터뷰를 통해 성주 사람들은 말한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란 말이예요."

 

영화에서도, 집회에서도 성주 사람들은 계속해서 말한다. 성주뿐만 아니라 한국 어디에도 사드를 배치해선 안 된다고. 참 단순하고 인간적인 진실을 성주 사람들은 싸우면서 알게 됐고, 외면받는 싸움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타전한다.

 

어디에도 사드를 배치해선 안 된다는 성주 주민들 "거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란 말이예요"

 

성주 주민들은 이전까지 자신들이 지지했던 수구세력이 전쟁과 안보, 위기감을 먹잇감 삼아 집권을 해왔고 이런 상황이 더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제는 당사자가 되어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점 때문에 성주 주민들은 비웃음을 듣고 외면받기도 했다. 당사자가 되어보기 전까지 너희가 어떻게 해왔느냐, 고소하다는 식의 비웃음이다.

 

그 비웃음과 외면은 대선 이후에 더 증폭되었다. 대선투표 결과가 소성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성주에서 또 다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성주에서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몇몇 언론에서 주민들 인터뷰를 통해 보도하기 전까지, 성주에 연대해온 이들도 의아하고 당황스러워 했다.

 

이번 대선에서조차 성주가 새누리당을 많이 지지한 것은 한두 가지 원인만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크게는 사드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고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던 당시 두 야당에 대한 불신을 꼽을 수 있었다.

 

또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당론을 내세운 진보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었지만 진보정당에 대해 오랫동안 가져온 불안함이 있었다는 주민도 있었다. 그리고 제3부지 안이 발표된 이후로는 투쟁 초기의 결집력이 약해졌고, 정부의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불안, 3부지 발표 이후 제자리로 빨리 돌아간 이들이 다시 새누리당을 뽑아야 성주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서 부추기는 분위기, 그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압박 등. 이런 사연 역시 성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제주도도 마찬가지로 제주해군기지 반대 문제를 두고 대다수의 제주도민이 함께 싸운 것은 아니었다. 싸움이 장기화될수록 국책사업지의 핵심지역 주민들만이 남아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곤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에서의 총선결과도 적잖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모두 지역의 특징이나 당시의 복합적인 상황을 떼어버리고는 결과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결과만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워도, 그런 결론을 내리기까지의 복잡한 심경이나 배경이 있었다는 것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 '파란나비효과' 역시 영화제 등에서 공개된 직후 초반에는 작품에 대한 반응이 참 좋았다가 대선결과와 맞물려 반응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다시 한번 '연대'라고 하는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쓰고 듣는 단어인데 같은 단어를 두고 동상이몽으로 각자 다르게 생각하거나 오해도 많을 수 있겠다. 연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심사했던 적은 없었을까. 연대를 청하는 이들은 불쌍하고 착한 피해자여야 하고, 연대를 베풀러가는 나의 마음에 들어야한다는 시혜적인 접근이 내 마음구석 어딘가에도 있지는 않았을까.

   

영화 속에서 주민들이 말하듯이 대부분의 성주 사람들은 사드 반대 투쟁 전까지는 새누리당만을 줄곧 찍어왔고, 세월호 참사나 강정, 밀양 등에도 무관심했고 광주 5.18항쟁도 수구세력이 왜곡한 내용대로만 알고 살아왔다고 했다. 그 점 때문에 성주 주민들은 더 외면받았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의 대응을 보고 나는 또 울컥했다.

 

성주주민들에게 연대해줄만한가 거드름 피우듯 따지는 동안, 사드 또한 지난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졸속 추진된 적폐 중 하나였다는 것을 잊어버린건 아닐까. 급작스러운 사드배치 결정은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와 미국 군수산업체 간의 커넥션 의혹 속에서 갑자기 진행된 사업이었다. 성주의 작은 마을 소성리만의 일이 아니라 한반도에 사는 이들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자꾸 간과하게 된다.

 

 

629, 30일에 열릴 한미회담을 앞두고 강경화 외무부장관은 한 포럼 자리에서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의 결정이며 번복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전 정권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도 나라 간의 합의사항을 번복하기는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일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를 뜨겁게 지지해주고 있지 않은가.

 

잘 하고 있는 새 정부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새 정부에 아무 요구도 하지 말라는 말은 또 다른 형태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다가온다. 해결하지 못하고 묵힌 적폐는 언제고 다시, 다른 문제들로 연결되어 불거질 수 있다.

 

국가안보가 최우선이라는 군사주의 논리에 의해 한 번, 수구정당을 지지해왔다는 것에 또 한 번, 성주 주민들은 이중의 외면을 받으며 싸우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국방부는 지난 426일 새벽, 혼란한 대선시기에 사드를 기습 배치했다. 서북청년단 등 수구단체들 또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최근 성주에서 사드 찬성집회를 연일 열고, 소성리 작은 마을 곳곳을 휘젓고 다니며 백색테러에 가까운 온갖 패악질을 벌이고 있다. 그 틈을 벌려준 것은 성주 주민들을 향한 누군가의 비웃음과 외면 아니었을까.

 

사드 기습배치, 수구단체의 백색테러를 가능하게 한 것은 성주에 대한 우리의 비웃음과 외면 아니었을까

 

영화 속에서, 그리고 지금도 더위 속에 소성리에서 싸우고있을 그 사람들. 한 주민은 영화의 인터뷰에서 제 3부지 결정 이후로 안 나오는 사람들이 더 밉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했다. 3부지 결정 후 성주에서 활동하는 사회단체들이 가장 먼저 발길을 끊더라고도 했다.

 

거꾸로, 내 아이를 위한 싸움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도 사드배치는 안 된다고 말하며 계속 싸우고 있는 그 사람들. 투쟁이 길어져 가족에게서도 원망을 듣기도 하면서 싸우고 있는 그 사람들의 질긴 마음이 뻐근하게 감탄스러웠다. 눈물을 쏟고 더 단단해진 사람들의 힘. 그리고 많은 투쟁현장들에서 보듯 성주에서도 여지없이 여성들의 힘이 투쟁을 이어가게 한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에서 불쏘시개 던져가며 때는 불은 금방 꺼뜨릴 수 있겠지만, 깊숙한 저 아래에서 시작된 용암은 꺼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로부터 시작된 불씨 같은 그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이렇게 화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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