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약속과 무너진 민주주의 -사드 배치와 경찰의 강제진압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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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약속과 무너진 민주주의 -사드 배치와 경찰의 강제진압을 돌아보며-
  • 박정경수(평화활동가/녹색당)
  • 승인 2017.09.2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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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와 인권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96일 대통령 취임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는 긴급배치를 두고 '임시배치'라고 발표했지만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정부는 북핵실험 때문에 사드 배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결정했던 것은 6차 북핵실험이 있기 전인 7월 말이었다.

 

사드 배치를 위해 야간에 8,000명이 넘는 경찰이 동원되었다. 경찰은 18시간에 걸쳐 마을 앞을 지키던 소성리 주민과 시민 400여 명을 강제 해산시켰다. 시민들은 들려 나가거나 대개 끌려 나갔다. 더러는 넘어지거나 발에 밟히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직접적으로 가해하지 않았지만 어두운 야간에 벌어진 작전은 곳곳에서 위험한 상황을 발생시켰다. 오전 8시 무렵 발사대를 실은 미군 차량과 공사장비가 주민들 앞을 지나갔다. 60여 명의 시민들이 실신하고 30여 명이 병원에 실려간 뒤였다. 차량과 천막들이 모두 부숴져 마을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분명 지난 4월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426일 노인 120여 명이 사는 성주의 작은 마을에 경찰 8,000여 명이 동원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발사대를 먼저 반입시켜서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하려 시도했다. 주민들은 정부의 알박기라고 불렀다. 예고도 없이 경찰은 인근 5km 근방 도로를 모두 통제했고, 새벽이 되자 작전을 시작했다. 갑작스런 경찰의 작전은 주민 60여 명을 진압하는데 5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주민 차량의 유리를 무작위로 파손했고 차를 강제 견인했고 주민 수십 명이 다쳤다.

 

당시 대통령 후보자였던 문재인은 사드 반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주민 반대를 무시하고 장비부터 반입한 것은 사드 배치가 국민 합의는커녕 기본적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긴급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4달 뒤 문재인 대통령도 사드 배치를 다시 힘으로 밀어붙였다. 한밤 중에 8,000명이 동원된 경찰의 작전은 4개월 전과 다를게 하나도 없었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기 위해 '임시배치'를 결정한 것도 지난 정부의 소위 알박기와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기본적인 절차 같은 건 지켜지지 않았다. 1년 이상 필요한 일반 환경영향평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도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만 받아놓은 상태였다.

 

530일 대통령 당선 직후 기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나머지 4기의 발사대가 이미 국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청와대가 이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 어떤 경위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은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등을 진상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는 여지껏 실시되지 않았다.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대통령 취임 두 달만에 빠르게 성사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함께 있었다. 하지막 정작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했던 발언들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대통령 후보시절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회 지도부와 만나 혹시라도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는 발언을 했으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강연에서는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적인 태도 변화는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728일 이루어졌다. 그동안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앞당기기 위해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피해 단기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실시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에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결정한 것이었다. 최소한 그가 후보자 시절 약속했던 기본적인 절차와 공론화의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기대가 무너진 것은 단 하루만이었다. 다음날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발사대의 임시배치를 지시했다. 28일 밤 북한이 기습적으로 강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2차 시험발사가 성공하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철우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빌어 미국에서 사드 배치를 830일까지 요청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혔다. 물론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같은 발언을 부인했다.

 

     사드가고 평화오라. 장영식 사진작가

 

사드가 배치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미사일 배치 과정에서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앞으로 우리에게 숙제를 남겼다. 먼저 강제진압이 야간에 시작되었다. 야간 진압의 위험성 때문에 통상 경찰은 동이 틀 무렵 작전을 시작한다.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용산참사 당시 강제진압이 야간에 실시되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야간 진압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하지만 시계가 밤 12시를 가리키자 대기하던 경찰들이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진압이 시작되었고 약속은 파기되었다.

 

연행자가 없었던 것도 굳이 이 정부가 더 인권적이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험한 야간진압 자체가 없었어야 했다. 그보다는 연행자 석방과 법률대응으로 갈등이 계속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예상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역설적이게도 소성리에서 주민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 진압 당한 그날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집회시위 자유 보장방안 권고안 및 부속방안'을 경찰이 수용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준비된 과정이라고 의심하기 충분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없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간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이유로 오전 러시아로 출국한 상황이었다. 의도적으로 길지 않은 해외 일정에 맞춰 경찰의 진압이 실시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박근혜와 다른게 뭐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굳이 대통령이 없는 날에 맞춰 위험한 경찰의 야간 진압이 실시되었어야 했을까? 경찰도 시민도 필사적이었던 이날 작전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뒤엉켰고 발밑은 어두웠다. 더 큰 사고가 발생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촛불광장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대통령을 떠올려본다. 공권력 투입을 결정하기 전에 법률이 보장한 모든 절차와 공론의 장, 그리고 사회적인 토론을 위한 시간을 모두 가졌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이 러시아로 출국하는 대신 성주로 출발했다면 어땠을까. 8,000명의 경찰이 아니라 8,00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아름다운 소성리를 방문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아니라 성숙한 토론이 필요했다. 다른 활동가의 말처럼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그토록 강조하면서 왜 사드 배치에는 사회적 합의가 적용되지 않는지알 수 없었다. 시민들과 함께 사드가 제대로 작동하기는 하는지 검증해보며, 국익이 무언지 안보가 무언지 토론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우리에게 정말 이렇게 많은 무기가 필요한지 이야기해야 했다. 새로운 정부에서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침묵했고 주민들의 인권은 방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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