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제는 사형폐지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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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제는 사형폐지국으로
  • 김희진(국제앰네스티 사무처장)
  • 승인 2017.11.0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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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과 인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형제도를 한국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이 쉽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은 시간이 말이다.

올해 4, 국제앰네스티가 대선주자 5인에게 사형제도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때 문재인 당시 후보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유엔에서 실질적으로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이며, 유럽연합은 모든 회원국이 사형제를 폐지하였고 사형제 폐지를 가입조건으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5,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나는 사형제도가 곧 폐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동안 사형반대운동을 함께 해온 지구 곳곳의 동료들에게 메일을 돌렸다. “세계가 생명을 경시하는 폭력적인 문화를 경험하는 이때에 한국에서 좋은 뉴스가 곧 갈 수 있을 것 같다.” 겨우 3개월이 걸렸다. 내가 마냥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 정부보고서를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은 199712월 이후 사형을 한 번도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 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로서 사형제를 폐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여론과 법감정, 사회현실, 사형의 형사 정책적 기능, 현재 사형을 최고형으로 하여 규정되어 있는 형벌 체계 전체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하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에 관한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 비준은 사형제 폐지 여부 또는 모라토리엄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지 여부에 따라 검토할 계획이다.(3UPR정부보고서)

 

이것이 현 정부의 입장이다. 너무나 비겁하다. 그리고 식상하다. 의지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사형을 폐지한 국가들은 폐지 당시 여론의 지지를 받고 이 결정을 하지 않았다. 국민여론과 법감정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살인사건들은 모두 여론의 결론이 사형시켜라로 끝나고 있다. 최근 세계일보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사형제도 찬성이 79%가 나온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사건을 개인의 영역으로 한정짓고 개인들의 행태만을 부각시키는 언론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고 사람들의 분노게이지만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여론을 중요한 의견으로 받아들여 정책을 결정할 때에 고려한다. 정부가 할 일은 감정적으로 흥분한 시민들을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하도록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 주어야 한다. 범죄현상을 통해 사형제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형법으로서의 사형제도를 접한다면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믿는다.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 나보다 더 오랫동안 많이 사형제도를 고민하고 폐지를 위한 노력을 하신 분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 지난 보수정권 9년 동안에도 사형은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한국사회에 생명의 가치를 뿌리내리기 위한 움직임에 이번 정부가 앞장서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사진: 10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형집행중단 20, 15회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사진 주교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