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란 ‘예외 없음’에 있다. -충남 인권 조례안 폐지 사태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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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예외 없음’에 있다. -충남 인권 조례안 폐지 사태에 부쳐-
  • 김용태( 대전 정의평화위원장)
  • 승인 2018.02.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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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 충남도의회에서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이 의원 37명중 25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로써 지난 2013년에 제정되어 2014충남도민 인권선언을 이끌고 2015년의 개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충남인권조례는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충남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하고 가결을 주도한 이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다. 2012년에 충남인권조례 제정을 주도한 이들이 다름 아닌 새누리당 의원들이었기에 자기들이 만든 것을 자기들이 없애버린 꼴이다.

 

그들이 충남인권조례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실상 단 한가지다. 충남인권조례안이 동성애를 조장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충남도민 인권선언문 중에서 충남도민은 성적지향, 성별정체성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는 차별금지 조항이 동성애자도 포함하는 표현이기에 결국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는 동성애를 인정하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조항을 없애기 위해서는 인권선언문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충남인권조례 자체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동성애자는 차별 받아 마땅하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과 세계인권선언문을 비롯해서 국내외 주요 지역과 단체의 인권선언문에 공통적으로 명기되어 있듯이 과연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여기서 모든 인간의 범위 안에 동성애자도 들어가 있음은 당연하다. 심지어는 자유한국당의 윤리강령 제20조 차별금지 조항에서도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아니 한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는 충남인권조례의 차별금지 조항과 다르지 않다. 결국 자유한국당의 이번 충남인권조례폐지안 가결은 자가당착의 우를 범하고 마는 자기부정적 행위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왜 이런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되기까지의 그간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그동안 충남인권조례의 폐지를 주장해 온 이들은 정치권이 아니라 충남도내 주요지역의 보수개신교계였다. 그들은 충남지역 곳곳에 동성애를 옹호하는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각종 집회와 서명운동을 통해 충남도민 인권선언문의 차별금지 조항이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조례폐지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 결국 이번 사태는 지역 보수 개신교계의 이해와 자유한국당의 이해가 서로 만나서 벌어진 참사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수개신교와 자유한국당이 함께 하는 공동의 이해란 무엇일까? 그들은 왜 반동성애 프레임에 병적으로 집착하는가? 단순히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적 신념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개신교계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 정략적 이해관계가 만나서 이루어진 행동인가?

 

가만히 보면 한국사회 안에서 드러나는 보수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수구단체들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자리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 안에 특정프레임을 만들어내면서 사람들 사이의 차별을 조장하고 이미 조성된 차별적 구조를 지지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반공 프레임을 통해 종북좌파와 애국시민을 구분하고 둘 사이의 차별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 차별을 공고히 하는 공안사회와 대북강경책을 지지한다. 반이슬람 프레임을 통해 테러분자와 모범시민을 구분하고 둘 사이의 차별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 차별을 공고히 하는 테러방지법을 지지하고 공권력의 남용을 용인한다. 자유주의 프레임을 통해 가지지 못한 자와 가진 자를 구분하고 둘 사이의 차별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 차별을 공고히 하는 독점자본을 지지하고 친재벌 정책을 옹호한다. 동성애 반대운동과 충남인권조례 폐지사태도 이러한 맥락 안에서 설명될 수 있다. 반동성애 프레임을 통해 소수와 다수를 구분하고 둘 사이의 차별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 차별을 공고히 하는 전체주의적 폭거와 독재를 옹호한다.

 

결국 그들은 차별을 원한다. ?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권력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차별에서 온다. 만일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부자라면 거기에 권력이란 자리할 수가 없다. 나 혼자 부자이고 다른 사람은 가난해야 그 자체로 권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왕이라면 거기에 권력이 자리할 수가 없다. 나 혼자 왕이고 다른 사람들은 내 백성이어야만 그 자체로 권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차별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된다. 그래서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은 차별을 지향한다. 그것이 무엇에 대한 차별이든 상관없다. 돈이든, 이념이든, 종교적 신념이든, 인종이든, 성별이든 뭐든 상관없다. 그것 안에 차별을 만들고 그 차별의 윗자리를 차지할 수만 있으면 된다. 그래야 세상 안에서 더 강해지고 더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작금의 충남인권조례 폐지의 사태는 단순한 종교적 신념의 문제나 보수개신교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어느 정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다분히 권력을 향한 욕망을 공유하는 이들의 야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 충남인권조례 폐지사태의 본질은 동성애에 대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할 인권의 존폐에 관한 문제이다. 즉 그들이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한 것은 단순히 동성애자를 반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합리화함으로써 보편인권을 탄압하는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인권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특정 인간의 권리가 아닌 모든 인간의 권리인 것이다. 인권을 설명할 때 늘 따라오는 필수 개념은 누구나혹은 모든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는 보편성이다. 단 한 사람도 예외가 되지 않고 제외될 수 없는 그 보편적 권리이다. 따라서 인권이란 말과 차별이란 말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상극의 개념이다. 인권 안에는 존재하는 인간의 숫자만큼의 다양성이 자리하는 것이지 결코 차별이 자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차이와 다양성이 자리하기에 그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취향과 선호도가 서로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과 차별은 다르다. 앞으로도 종교적 신념과 철학 그리고 이상과 경험과 현실 속에서 수많은 논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에 대한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 나아가야할 인권존중의 사회라는 것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우선 전제한다. 사람들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음식을 먹고 더 나은 교육을 받으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개념이 있다. 바로 모든 사람이라는 보편성이다. 몇몇 사람들만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결코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일 수 없다. 엄동설한에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도 내쫓기지 않고 다 함께 추위를 피할 수 있다면, 맛대가리 없는 풀죽이어도 그거나마 한 사람도 굶지 않고 모두 같이 먹을 수 있다면, 변변치 않은 교실이지만 한 사람도 제외되지 않고 다 함께 배울 수 있다면 차라리 이것이 진정한 인권 존중의 사회다. 그들만이 누리는 풍요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누리는 적당함이 진정한 인권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이는 차별 없는 세상에서만 가능하다.

 

교회는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한다. 예수님의 복음은 단 한 사람도 하느님의 사랑에서 제외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이 세상의 작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함으로써 단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가 다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라고 우리를 초대하신다. 이러한 복음을 선포하고 증거해야할 교회가 오히려 사람사이의 차별을 조장하고 그 차별을 통한 특권을 지향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요 자기부정일 뿐이다.

 

정치란 다스림이고 다스림은 다 살림을 지향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이념대로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잘 살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이란 인권에 대한 봉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치를 한다면서 실제로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는커녕 온갖 분열을 조장하며 사람사이의 차별을 공고히 하고 그 속에서 영구히 군림하려하는 것은 그 스스로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반인권의 적페세력임을 자인하는 셈일 뿐이다결국 충남인권조례폐지 사태는 현재 보수개신교계와 자유한국당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드러낸 커밍아웃인 것이다.

 

인권이란 것은 하늘의 해와도 같아서 가린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 당장은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모든 사람들의 상식 속에서 아니 모든 사람의 디엔에이 안에 인권의 보편적 존엄함이 살아 숨 쉬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수많은 인권지킴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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