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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생명과 존엄의 권리로 안전을 이야기해야 할 때
랄라(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chr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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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2  17: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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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안전대책이 불러온 참사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94일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자동화재 탐지기 교체작업을 하던 중 소화용 이산화탄소 저장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터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되어 2명의 노동자가 사망(1명은 현장에서 사망, 1명은 병원 이송 후 투병 끝에 사망)하고, 1명의 노동자와 1명의 삼성 자체 소방대원이 부상당한 중대재해 사고였다. 삼성은 직원들을 긴급하게 구조 했고, 안전대책을 나름대로 세웠는데 불상사가 일어났다며 발 빠르게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자체소방대원들이 노동자들을 구조하는 CCTV영상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삼성의 거짓말이 들통 났다. 안전장비 없이 투입되는 삼성 자체소방대원, 출입카드를 찍느라 노동자 생명이 걸린 골든타임을 고스란히 날리고, 산소마스크, 들것 등 최소한의 장비도 없어서 쓰러진 노동자들을 질질 끌고 올라와 그제야 다급한 듯 심폐소생술을 하는 부실한 구조 장면이었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일 중요시 되어야 하지만 구조 영상에서 안전한 구조와 생명의 존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 마지막 순간마저 원청의 부실한 안전대책, 허술한 구조로 인해 끝내 삶을 마감했던 이들은 모두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낯익은 사고

너무 낯익은 사고였다. 삼성에서 일어난 2013년 불산 누출 사고, 2014년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2015년 황산누출사고 등 매년 되풀이되는 사고의 피해자는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 반복되는 삼성의 거짓말, 허술한 안전대책. 이미 반복되는 사고를 통해 삼성의 안전대책이 문제임이 확인되고 있었다. 사고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죽음을 접할 때마다 위험업무를 외주화 하지 말라는 지속적인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어진 사고의 주인공은 여전히 하청업체 노동자였고, 위험의 외주화는 노동자의 목숨과 건강을 앗아가고 있었다. 삼성 뿐 아니다. 스크린도어 수리 중 노동자가 사망한 구의역 사건부터 현대제철 당진공장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건, 에쓰 오일 온산공장 하청업체 추락사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질식사 등 원청의 비용절감과 이윤추구로 인해 위험한 작업이 외주화 되면서 고통은 고스란히 하청 노동자들이 떠안고 있었다. 2017년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내놓은 ·하청 산업재해 통합 통계 산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하청 통합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비율)은 원청 사고사망 만인율의 4배에 달하고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다. 하청노동자 사망, 위험의 외주화, 반복되는 중대재해로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사고소식은 이 세상을 살다간 어느 하청 노동자의 부고처럼 읽힌다. 혹은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를 향한 외침일수도. 부고에 무감각한 사회, 외침에 대책 없는 사회.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일상처럼 지나치는, 재난이 일상인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법과 제도, 과연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안전 불감증, 인재, 부실한 대응. 산재사고를 규정하고, 뒤늦은 탄식을 설명하는 언어들은 많다.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큰 업종을 하도급 업체에 맡기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인건비를 줄여 결국 하청 노동자 등 비정규직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자본의 셈법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법에는 있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제도가, 중대재해 발생 시 전체 작업중지를 원칙으로 하는 노동부 지침으로는 있지만 지키지 않는 사업주들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지침이 과연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가.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좀 더 엄격히 안전대책을 세우고, 감시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위험을 외주화하며 비용을 절감하는 이윤중심의 현장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중심으로 제도와 대책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 당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적발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영업비밀로 감춰 져 오다 최근에 소송 끝에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 화성공장은 안전설비부터, 난간, 보호 장구등 기초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는 공장이었다. 일하는 노동자, 화학물질이 누출되면 피해를 당하게 될 지역주민 생존권에 대한 고려 없이 기업의 입장에서 비밀은 유지되어 왔었다. 일터에서 위험을 다루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위험한 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 그것이 외부로 유출되었을 때 피해를 입는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들의 참여와 논의 속에서 위험은 다루어져야 하고, 안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이 베풀어주는 안전이 아니라 노동자 생명과 존엄의 권리로서 안전이 이야기 되고, 그를 기반으로 일터도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가 알고,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 갈 때에만 위험은 더 이상 위험이라 불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처벌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누출 사고, 2014년 삼성전자 영통사업장 이산화탄소누출사고에서 원청인 삼성은 책임자 처벌 없이 불기소 처분 되었고, 하청업체만 처벌을 받았다. 삼성 뿐 아니라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안전 관리 소홀로 하청업체 노동자 숨져도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평균적으로 벌금 400만 원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관리에 허술한 원청에 책임을 묻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런 사고를 계속 일어나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일 것이다. 중대재해는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에 투자하고, 안전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기업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대재해가 일어난 기업, 안전대책이 부실한 기업을 제대로 처벌하고, 사회적 책임을 부과해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하인리히 법칙,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 작은 사고가 29건 발생하고, 같은 원인에서 비롯한 사소한 징후가 300건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삼성의 이산화탄소 누출사고는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이미 수많은 경미한 징후들 속에서 만들어진 사고일 것이다. 매년 반복되었던 삼성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고들이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신호를 오랫동안 보내왔다. 중대재해가 일어났던 다른 기업들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연이은 사고와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제발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누군가의 목숨과 일터의 안전을 이윤보다 후순위에 두지 말라고. 이제 그 신호에 답해야 할 때가 아닌가. 노동자 생명과 존엄의 권리로서 안전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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