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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본소득, 사람과 도시와 지구를 살릴 구상
강상구('걷기만 하면 돼' 저자)  |  chr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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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4  11: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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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궁금하시죠?

기본소득은 한 마디로 말하면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급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집을 지을 때는 기초공사가 중요합니다. 기초공사가 잘못 되어 있으면, 아무리 멋진 집을 지어도 소용없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는 것도, 혹시 모를 지진에 대비하는 것도, 하다못해 수평을 잘 맞추는 것도 모두 기초 공사에서 판가름 납니다.

 

가수로서의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가수를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치욕스러운 말입니다. “기본이 탄탄해서, 조금만 연습하면 앞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있다.” “잔기술 안 부리고,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 좋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주로 듣고 싶어 할 겁니다.

 

이처럼 기본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20대든 60대든 할 것 없이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밥은 먹어야 삽니다. 밥은 먹고 나야, 그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 소득은 바로 이런 정신에서 구상된 정책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소득은 있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이러한 최소한의 소득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합니다. 이런 최소한의 소득을 모든 인간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자는 것, 이것이 바로 기본 소득입니다.

 

사실 기본소득이라는 발상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으나, 최근에 와서 급격히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벌써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곳들도 꽤 됩니다. 핀란드, 네덜란드, 캐나다, 스페인,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실험을 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이란, 미국의 알래스카 같은 곳은 이미 안정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 농민 등에게 기본소득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소득이 제대로만 시행되면 빈곤과 양극화가 꽤 해결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버티는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주부들의 가사 노동도 사회가 정당하게 인정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녹색기본소득, 사람과 도시와 지구를 위한 구상!

녹색기본소득은 전혀 새로운 구상입니다. ‘걷기자전거타기대중교통이용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 이것이 녹색기본소득의 제안입니다. 기본소득이 좋기는 한데, 단점이 좀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후변화를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당연히 소비를 늘릴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로 만든 물건과 에너지를 대폭적으로 더 사용하게 됩니다. 기후변화를 더 촉진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기본소득은 현재 기후변화의 상황을 고려해서 좀 더 보완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기본소득을 지급하여 불평등을 해소하면서도 동시에 기후변화를 막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텐데요, 녹색기본소득이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걷기만 하면 기본소득을 준다고요?” 혹시 누가 똥그란 눈으로 이렇게 질문하면 하고 대답할 것입니다. 사실 비슷한 일들이 지금 꽤 있습니다. 하나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는 1년 동안 정해진 만큼 걷는 고객에게 예금 이자를 더 주는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기준 이상 걷는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통신 요금을 할인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데, 작년 연말 시작한 후 벌써 100만 명이 가입했습니다.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데, 캐시워크, 워크온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포인트가 쌓이는데요, 그 포인트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책도 살 수 있습니다. 이제는 걷거나 자전거 타기를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사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학자들 사이에는 참여소득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외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것인데요, 녹색기본소득은 참여소득에 속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녹색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아마도 이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첫째, 녹색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이니, 기본소득의 효과는 다 있을 것입니다. 양극화 해소, 빈곤 해결을 비롯해 가사노동의 가치 인정까지 말이죠.

둘째, 사람을 바꿉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테니, 사람들이 무척 건강해질 것입니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도 많아질 것이고요.

셋째, 도시는 보행우선도시, 자전거 중심도시가 될 것입니다. 20세기는 화석연료와 자동차의 세기였습니다. 도시의 중심은 자동차 도로였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걷는 사람 위주의 도시 실험, 자전거 도로를 대폭 확대하는 시도들이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데요, 녹색기본소득은 이런 시도들에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넷째, 지구를 바꿉니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후 1도가 올랐습니다. 만약 앞으로 1도가 더 오르면 지구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매우 비장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0.5도에서 평균기온 상승이 멈추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유독 한국만이 잠잠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산업, 금융, 에너지 생산 체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이 모두 바뀌어야 합니다. 가까운 거리도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각종 일회용품을 거침없이 쓰면서 기후변화가 멈추길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녹색기본소득이 도입된다면 기본소득으로 인간의 존엄은 지키면서 동시에 그 모든 사람들이 생활양식을 적극적으로 바꿔나갈 것입니다. 녹색기본소득은 기후변화를 결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걷기만 하면 돼책 발간을 계기로 녹색기본소득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서 제안되었습니다. 이 구상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지구와 도시와 사람을 살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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