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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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열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22.07.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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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종단 대표 사형폐지 공동의견서 헌법재판소 제출

사형제도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열려

헌법재판소는 세 번째 위헌심판 결정을 앞두고 지난 2022년 7월 14일, 공개변론을 진행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첫 번째 결정에서는 합헌 7 대 위헌 2, 2010년 두 번째 결정에서는 합헌 5 대 위헌 4로 두 번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럽연합(EU),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한국 천주교 주교단 등에서 ‘사형제도는 헌법정신에 반하며 폐지되어야 하는 형벌’이라는 입장을 공식 의견서로 제출하면서 앞의 두 번과는 다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모아왔습니다. 

 

또,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를 대표하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의 7대 종단의 대표들이 직접 동의한 사형제도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공동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한국종교인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인 성균관 손진우 관장을 비롯하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인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천도교 박상종 교령,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 등 7대 종단의 대표들이 공동으로 헌법재판소에 사형폐지 의견서를 제출한 것은 최초의 일입니다. 

 

지난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 정부와 국회, 국민들을 향한 사형폐지 동참 호소 성명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또,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_Maria Castillo Fernandez 주한유럽연합_EU 대사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선태 주교,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 문장식 목사,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진관 스님, 한국종교인연대 김대선 원불교 교무, 참여연대 진영종 공동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조영선 회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윤지현 사무처장, 지금도 매주 사형수들을 면담하고 미사를 집전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현대일 신부 등이 헌재 공개변론 방청에 함께 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_사진제공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헌법재판소의 사형제도 공개변론에 앞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연석회의_사진제공 한국천주교주교회의

 

4시간 30분 동안 쉼 없이 진행된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대리인측과 정부측 대리인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고학수 교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허완중 교수 등 헌법을 전공한 연구자들이 참고인을 출석하여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수개월 후 사형제도의 위헌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헌법재판소 사형제도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의 대리인으로 변론을 이끈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 변호사(오른쪽 맨뒤),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 좌세준 변호사(왼쪽 맨뒤)
헌법재판소 사형제도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의 대리인으로 변론을 이끈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 김형태 변호사(오른쪽 맨뒤),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 좌세준 변호사(왼쪽 맨뒤)

 

[전문]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사형폐지를 염원하는 7대 종단 대표 공동의견서

 

19971230일 사형수 23명에 대한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25년이 지나도록 더는 우리나라에서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미, 대한민국을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중단된 실질적 사형폐지국가’(Abolitionist in Practice Country)로 분류한 지 오래입니다. 그동안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엄벌주의를 앞세우며 사형 집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였지만, 그때마다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종교·인권·시민 단체들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사형 집행을 막아 내며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을 지켜 왔습니다.

 

물론, 범죄를 저질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이들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참혹한 형벌로 똑같이 생명을 빼앗는 방식을 국가가 선택하여서는 안 될 것입. 오히려 국가는 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고 모순점을 해결하여 범죄 발생 자체를 줄여 나가는 예방 정책을 펼치고, 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넓혀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국제 연합(UN)이 이미 전 세계의 사형 폐지를 목표로 선언한 지 오래되었고, 사형 제도의 폐지는 유럽 연합(EU)의 회원국이 되는 필수 조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109개국과, 군 형법을 제외한 일반 범죄에서 사형을 폐지한 8개국, 우리나라처럼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28개국 등 국제 연합 회원국(193개국) 중 사형을 폐지한 국가의 수는 75%145개국에 달합니다.

 

사형 제도의 폐지와 사형 집행의 영구적 중단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우리나라의 사형관련 법과 제도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21대 국회까지 총 아홉 건의 사형제도폐지 특별법이 발의되었지만 단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형 제도에 대한 세 번째 헌법소원이 청구된 지 36개월 만에 우리 헌법재판소가 변론 기일을 열고 결정을 준비하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동안 유럽연합(EU),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 한국 천주교 주교단 등이 사형 제도의 위헌 결정을 호소하는 공식 의견서를 헌법 재판소에 제출하며 앞선 두 번의 합헌 결정과는 다른 결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7대 종단 대표들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선언하며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인권의 마지막 희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헌법 재판소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대한민국과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하여 마음을 모으겠습니다. 죽음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생명의 시대로 함께 나아갑시다!

 

2022. 7. 14.

대한민국 7대 종단을 대표하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성균관 관장 손진우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원불교 교정원장 나상호

천도교 교령 박상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김령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 김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