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폐지 이후 인권적 형벌 도입은 가능한가?
2026 사형제도폐지연례세미나 '사형제도 폐지와 인권적 형벌' 개최
2001년 설립되어 25년간 우리 사회의 사형제도 폐지 운동을 이끌어 온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사형폐지소위)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주관으로 3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2026 사형제도폐지연례세미나 <사형제도폐지와 인권적 형벌>"을 9월 17일(목) 10:30부터 12:30까지 2시간 동안 국회 의원회관 8간담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면 인사말을 통해 "국회에서는 1999년 사형제 폐지 특별법이 처음 발의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형제도에 대한 오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제 축적된 논의를 바탕으로, 인간 존엄과 기본적 인권에 부합하는 형벌 제도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민석 대표를 비롯한 3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서면 인사말을 보내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국회 논의를 약속했고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한지아 국회의원도 서면 인사말을 보내 주목을 받았다.
1부는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이학영 국회의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김주영 주교, 세계사형반대위원회(ICDP) 엘벡도르지 집행위원(전 몽골대통령)의 인사말과 기념촬영으로 진행되었고 허영, 박희승, 이연희(이상 더불어민주당) 윤종오, 손솔(이상 진보당) 국회의원이 현장에서 인사말로 함께 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4선)은 공동주관 단체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의 노고를 치하하고 엘벡도르지 전 몽골대통령의 세미나 참석에 감사를 전하며 "사형제도의 존폐를 다투는 논의만으로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사형을 대신할 형벌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과 일정 기간 이후 가석방을 열어두는 상대적 종신형"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을 제안했다.
김주영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춘천교구장)은 "매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이후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상실되지 않으며,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을 침해하는 사형제도는 용인될 수 없다"고 지난 2026년 4월 공식 입장을 밝힌 교황 레오 14세의 말을 인용하며, 헌법재판소에는 사형제도에 대한 2차 공개변론 개최를, 국회에는 사형제도폐지특별법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식 논의를, 정부에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떠한 사형도 집행하지 않겠다는 공식적인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몽골 대통령을 역임하며 사형집행 중단(모라토리움)선언과 유엔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 및 의회 비준을 통해 몽골의 사형제도 폐지를 이끌었던 엘벡도르지 세계사형반대위원회(ICDP) 집행위원은 "대한민국의 사형제도 폐지는 국경을 넘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 국회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역동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OECD 회원국이며 아시아에서 중요한 도덕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사형제도를 폐지한다면 이는 아시아 지역 전체에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고 대한민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2부는 김형태 사형폐지소위 총무가 좌장을 맡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연구원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최새얀 변호사의 발제, 국회 입법조사처 김혜미 조사관, 국가인권위원회 이태윤 사무관,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주현경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홍성수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대근 연구원은 지난 21대 국회까지 발의되었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된 9개의 사형제도폐지특별법과 22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특별법(박지원 대표발의)까지 10개의 법안 내용을 소개하며 사형폐지 이후 대체 형벌로 '현행 형법상의 무기징역형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법'과 '최소 복역 기간(예_25년)내에는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없게 하는 무기징역형' 두 가지를 상정하며 사형제도폐지특별법률(안)도 직접 성안하여 소개하였다.
최새얀 변호사는 몽골, 레바논, 독일 등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대체 형벌을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결국 사형제도 폐지 이후 대체 형벌은 '사형을 기존의 무기징역으로 그대로 대체할 것인지', '대체 형벌을 신설하되 현행 무기징역보다 강화된 가석방 요건을 갖춘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할 것인지', '가석방 자체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할 것인지' 등으로 좁혀 논의할 것을 제안하였다.
김혜미 국회 입법조사관은 가석방을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 상대적 종신형을 사형제도 폐지의 대안으로 전제할 때, '사형만을 삭제하고 현행 무기징역을 그대로 최고형으로 두는 방법', '현행 무기징역의 가석방 제한 기간을 현재의 20년보다 장기화하는(25년) 등 무기형 자체를 개편하는 방법', '현행 무기형을 존치하면서 그보다 상위의 형벌로 별도의 상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며 대체 형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태윤 국가인권위윈회 사무관은 "사형제 폐지를 찬반이라는 배타적인 선택의 문제에서 벗어나 사형제 폐지 이후의 형벌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라는 보다 확장된 문제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 형벌에 관한 논의가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주현경 교수는 "사형제도 폐지는 단순히 국가가 생명 박탈 권한을 포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법치국가적 형벌 체계를 완성하는 발걸음"이며, "이제는 우리 사회가 더욱 인도적이고 합리적인 대체 형벌 수립을 위한 실천적 입법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성수 교수는 2011년 3월 10일, 국회가 비준한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이 유럽에서 이송된 범죄자에 대해 우리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국내법으로는 사형 제도를 존치하면서도, 국제 사회에는 매번 사형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는 모순을 외교와 법치주의라는 현실적이고도 절박한 관점에서라도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형폐지소위는 세미나를 마치며 22대 국회 임기 내에 우리 국회 사상 11번째 사형제폐지특별법 발의를 추진하고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여섯 번째 대규모 국회 입법청원 계획도 밝히며 국회의 협조를 호소했다. 또, 2019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위헌소송(2019헌바59)의 2차 공개변론 개최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2027년 12월 30일 대한민국 마지막 사형집행 30년 행사를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등 타종교, 시민사회와 함께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