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양심수 전원석방은 사회정의를 회복하는 길이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르는 길입니다.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3:49:06  |   icon 조회: 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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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줄기차게 정부당국에 양심수를 모두 석방하라고 요구하였습니다. 이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천주교회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바램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김대중 대통령, 박태준 자민련 총재, 김종구 법무장관 등의 인사들을 연쇄적으로 만나 양심수 석방에 대한 우리의 요청을 밝힌 바 있고, 김수환 추기경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박노해 시인 등 양심수의 석방을 간곡히 요청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과 ‘국민의 정부’ 출범을 지켜보면서, 대통령이 진심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간절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이 지적한대로 “김대중 대통령이 살아온 역사나 철학대로 영어의 몸으로 갇힌 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따라서 “많은 민주운동 인사와 가족들이 믿는 바와 같이 양심수들의 석방에 대하여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주실 것으로 믿고”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는 양심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망설일 것 없이 전향적인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전두환, 노태우 두명의 전직대통령이 씻기 어려운 죄를 짓고,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석방되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물론 신임대통령의 취임식에까지 참석하는것을 보고, 가족을 감옥에 두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좌절과 고통에 대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양심수 석방은 수구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고 기회가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사안이 아니라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즉각적으로 단행되어야 할 인도적인 조치입니다. 특별히 정부는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원로이며 정신적 지도자인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탄원한 박노해, 백태웅, 서경원, 김성만, 양동화, 황대권, 강용주, 이장형, 손유형, 강희철, 설증호, 무하마드 아자즈, 아미르 자밀을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양심수가 있습니다. 문인들이 감옥에 갇혀 창작의 자유를 봉쇄당하고 있으며,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과 배치된 실정법 때문에 감옥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은 단지 ‘한총련’을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학업도 중단 당한채 아까운 청춘을 썩히고 있고, 생존권을 지키려고 저항했던 노동자, 농민, 철거민, 도시서민들이 차가운 감옥에 남아있습니다. 또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간첩으로 둔갑했거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왜곡되고 과장된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중인 인사들과 만델라가 복역했다는 26년보다 더욱 긴 세월을 감옥에 갇혀 있는 초장기수들도 23명이나 있습니다.

처절한 고통중에 있는 양심수들을 감옥에 그대로 두고, 이들의 석방을 호소하는 가족들, 인권단체와 종교계의 요청을 무시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민의 정부’는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김대중 대통령이 양심수 석방에 대해 결단을 내려 주기를 바랍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양심수 전원석방이라는 결단을 통해, 양심수만 양산했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마지막 날까지 양심수를 석방하지 않았고 끝내 대표적인 ‘인권탄압자’로 우리 역사에 기록될 전임자 김영삼씨의 전철을 밟지 않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1998년 2월 27일
2008-09-29 13: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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