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소위 “인민혁명당재건위”․“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 재심 무죄판결을 환영한다.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47:54  |   icon 조회: 7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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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정신이 살아나다 !!
소위 “인민혁명당재건위”,“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
재심 무죄판결을 환영한다.

지난 2002년 12월 10일 소위 “인민혁명당재건단체사건”(이하 인혁당재건위사건)으로 1975년 4월 9일 사형 당하신 서도원, 도예종, 우홍선, 이수병, 송상진, 하재완, 김용원 선생과 같은 날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이하 민청학련사건)으로 역시 사형 당하신 여정남 선생의 유족들 명의로 재심을 청구하였습니다. 2005년 12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형사부에서 재심 청구 3년 만에 재심 개시를 결정한 이래, 1년여의 재심 공판을 거쳐, 드디어 오늘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32년간을 피눈물로 살아온 유족들의 끈질긴 싸움의 승리이자, 인권의 승리입니다.

지난 70년대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은 반유신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온갖 정치사상공작을 펼쳤습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말로 다 표현하기도 힘든 잔인하고, 비열한 고문과 날조된 증거들을 통해 “인민혁명당재건위”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조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오늘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 받은 여덟 분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수십 명의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이 구속되었으며, 지독한 고문과 오랜 수감의 후유증으로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의 결과는 “사필귀정”입니다. 그러나, 30여년의 세월을 회한과 인내로 버티며 살아온 심경을 “사필귀정”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하기에는 서러움이 너무 깊고 큽니다. 74년 4월 기관원들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납치당한 후, 가족들과 눈 한번 맞추지 못하고,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이승을 떠난 그 분들의 한이 아직도 몸서리치는 눈물로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저 악명 높은 중앙정보부 6국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형장에서 여덟 분이 삼켰을 마지막 신음소리가, 천둥같이 귓가에 울리며, 아직도 우리의 심장을 태산같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유족들과 사건관련자들, 그리고 30여년 고통의 세월을 한결같이 함께하고 있는 시대적 양심들은 민주세상의 사법적 토대를 확립하려는 오늘 재판부의 역사적 결단과 진실규명의 의지에 존경과 격려의 찬사를 뜨겁게 보냅니다. 또한 역사법정의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진실규명에 성실히 임한 변호인들과 증인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을 조작한 것은 중앙정보부이지만, 사법부가 권력의 편에서 부끄럽고 끔찍한 사법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이, 이 추운 겨울 한복판에 우리에게 왔습니다. 무엇보다 기다렸던 무죄판결이 굳어버린 심장에 다시 피를 돌게 하고, 뼛속에 새겨둔 서러움과 한이 풀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무죄판결이 났다고, 독재권력에게 무참히 짓밟힌 그들의 육신이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유신당국의 감시와 억압에 숨죽이며, 이방인처럼 친지와 이웃조차 두려워하며 살아야 했던, 유족들의 지난 30년은 어떻게 돌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도적인 범죄 앞에 무너진 국민의 삶과 행복은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벅정희부터 시작된 군사독재 수십년간 억울하게 죽어가고 고문받은 이들이 어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 관련자들뿐이겠습니까? 오로지 정권 유지를 위해 간첩으로 조작되어 죽고 병들어 간 수백, 수천에 이르는 분들이 진실이 밝혀지고, 사법적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판결이 단초가 되어, 그분들의 진실도 밝혀지고, 사무친 한도 풀어져야 할 것입니다.

32년이 지난 이제야, 여덟 분의 사법적 신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유족들과 관련자들의 정치적․사회적 복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은 남아있습니다. 국가상대 손배소송이 남아있고, 관련자 분들의 재심이 곧 시작될 것입니다. 또, 이분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추모하는 역사적 과제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이에 국가와 국민들께 다음과 같이 요구하고 호소합니다.

1.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의 사법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할 것입니다.
1. 국가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의 사법피해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1. 군사독재정권시절의 수많은 조작사건들의 진실을 밝히고, 사법적 명예회복을 하는 일에
온 국민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의 유족들, 관련자들 곁에서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함께 싸우고 마음을 모아주신 이 땅의 양심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7년 1월 23일
인혁당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 / 천주교인권위원회 / 인혁당사건진상규명대구경북대책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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