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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 승소에 대한 논평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2-05-30 15:29:12  |   icon 조회: 9061
[보도자료]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 승소에 대한 논평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2008년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여성 4명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했습니다. 2012년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조중래 판사는 국가가 원고 4명에게 각각 위자료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 피해자들은 2008년 8월 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어 유치장에 수용되었습니다. 신체검사 직후 경찰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규정상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당황한 피해자들은 길게는 체포시한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10일 국가를 상대로 각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4.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별첨: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논평]


경찰은 불법적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2008년 촛불집회에서 연행되어 유치장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5월 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조중래 판사는 경찰의 탈의 조치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자살방지 등 유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우리 단체들은 그동안 여성 유치인의 브래지어를 강제로 탈의시켜 온 경찰 관행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최초로 확인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2008년 당시에도 브래지어 탈의 조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경찰이 재량권을 남용하여 자의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유치인이 “혁대, 넥타이, 금속물 기타 자살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한 경찰청 훈령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브래지어 탈의를 규정한 ‘유치장 업무편람’이 행정조직 내부의 행정명령에 불과하므로 기본권 제한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소송 과정에서 국가는 브래지어가 자살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면서 탈의 조치가 합법적이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국내 교도소·구치소는 물론이고 유치장에서도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또한 교도소·구치소의 경우 여성 수용자에게 1인당 3개까지 브래지어 소지를 허용하고 있고 판매까지 하고 있음이 소송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게다가 피해자들은 경미한 범죄 혐의로 연행되어 자살이나 자해의 동기나 가능성이 애초에 없었으므로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자살 방지라는 규정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행해진 매우 임의적이고 이례적인 조치로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였다.

2008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경찰청은 2009년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브래지어의 위험성 유무에 대한 검증을 거쳐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판정을 받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도 반값등록금 시위를 하다가 연행된 대학생이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음으로써 경찰의 답변이 거짓이었음이 확인되었다.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사실상 경찰이 구금된 여성에게 위축감과 수치심을 주려는 성별화된 폭력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찰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근절되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2008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어이없는 권고 또한 기억한다. 국가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브래지어 탈의요구 시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탈의한 후 성적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강구하라고 권고함으로써 브래지어 탈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정당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향후 여성유치인용 조끼를 비치하여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겠다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이번 판결은 브래지어 탈의 자체가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가 인권감수성, 성 인지도가 얼마나 부족한지 일깨워준다. 법원의 엄격한 법적 잣대를 통과하기 어려운 다양한 피해를 인권침해로 호명하고 구제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인권위가 이번 판결로부터 배울 점을 찾기 바란다. 국가인권위는 인권 증진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경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법적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관행을 중단하라. 또한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유치장 업무편람’을 즉시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



2012년 5월 30일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별첨: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2012-05-30 15: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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