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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형집행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제출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4-01-23 15:36:32  |   icon 조회: 7613
[보도자료]
형집행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서 제출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2013년 8월 헌법재판소는 수용자로 하여금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변호사와 접견하도록 하는 것은 수용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2013. 8. 29. 선고, 2011헌마122 결정). 법무부 개정안은 수용자가 민사, 행정, 헌법소송의 소송대리인이나 국선대리인인 변호사와 접견할 때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장소에서 접견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23일 우리 위원회는 법무부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별첨. 의견서)

3. 당시 헌재는 “변호사와의 접견 시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접견하도록 보장하되, ‘교정시설의 규율 및 질서 유지를 해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여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가능하고, 이를 통하여 이른바 부유층을 위한 집사(執事)변호사와 같이 변호사접견이 악용될 가능성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4. 그러나 법무부 개정안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장소에서 접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소한 문구의 차이가 아닙니다. 헌재의 결정 취지는 변호사 접견은 접촉차단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고,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원칙적 허용과 예외적 불허).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소장이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고 인정하면 변호사라도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게 됩니다. 즉, 개정안은 변호사 접견도 원칙적으로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하도록 하되 소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 준다는 것(원칙적 불허와 예외적 허용)으로, 헌재 결정의 취지를 교묘하게 왜곡한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헌재 결정은) 개정안처럼 막연한 우려만으로는 접촉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접견하도록 할 수 없고, 우려의 근거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헌재 결정은 단순한 법익균형에 입각한 이익형량으로는 기본권 제한을 할 수 없고 보다 엄격한 요건에 따라 극히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는 취지입니다. ‘특별한 사정의 존재’란 변호사접견이 교정시설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교정 공무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그러한 판단을 근거지우는 특수한 사실관계가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강화된 요건으로 ‘특별한 사정의 존재’라는 요건이 개정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5. 한편, 개정안은 또 다른 헌재의 위헌 결정(2013. 9. 26. 선고 2011헌마398 결정)의 취지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결정에서 헌재는 “청구인과 헌법소원 사건의 국선대리인인 변호사의 접견내용에 대해서는 접견의 목적이나 접견의 상대방 등을 고려할 때 녹음, 기록이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임에도, 이를 녹음, 기록한 행위는 청구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개정안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의견서를 통해 “형집행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선 시행령 개정안에 접견내용의 청취·기록·녹음·녹화를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여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6. 한편, 지난해 8월 우리 위원회가 제기한 수형자 변호사 접견권에 대한 헌법소원(2013헌마560)이 헌재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의 청구취지 가운데 헌재가 아직 위헌 결정을 하지 않은 △회당 접견시간이 제한되지 않는 접견 △접견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접견 △교도관이 참여하지 않는 접견에 대해서도 수형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법무부에 “헌재의 위헌 결정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수형자와 변호사의 접견에도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에서 보장되는 조건과 동일한 조건을 보장하는 조문을 개정안에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습니다.

7. 한편, 현행 시행령은 수용자가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경우에는 “우표를 필요한 만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이를 소장이 “예산의 범위에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행 조문의 취지는 우표를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수용자도 최소한 서신·소송서류 등은 발송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수용자가 교정시설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 위해 법원에 서류를 보내는 경우, 교도관으로부터 피해를 받은 수용자가 고소를 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보내는 경우 등 교정시설에 우호적이지 않은 서신 발송을 개정안의 규정을 근거로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8. 또한 개정안은 수용자 거실 앞에 붙이는 이름표에 적는 나이를 “생일 경과 시 마다 이름표를 교체해야 하는 행정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며 나이대신 생년월일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용자의 ‘생년월일’은 ‘나이’보다 훨씬 구체적인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이름표에 적도록 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름표에 ‘나이’를 기재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므로 현행 시행령 조문에서 ‘나이’ 항목을 아예 삭제하는 것이 행정 낭비적인 요소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9.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의견서 (별도파일)
2014-01-23 15:36:32
222.111.21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