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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보호감호제 및 보호수용제 관련 국가인권위에 민원 제기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4-09-04 12:17:44  |   icon 조회: 6405
[보도자료]

보호감호제 및 보호수용제 관련
국가인권위에 민원 제기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4일 우리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에 ①보호감호제 헌법소원에 대한 의견제출 및 ②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보호수용법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보호감호제 헌법소원에 대한 의견제출 요구>

3. 1981년 제정된 사회보호법은 헌법이 금지하는 거듭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다가 25년만인 지난 2005년 여야 합의로 폐지되었습니다. 당시 국회는 보호감호제가 “피감호자의 입장에서는 이중처벌적인 기능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집행실태도 구금위주의 형벌과 다름없이 시행되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지난 권위주의시대에 사회방위라는 목적으로 제정한 것으로 위험한 전과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보안처분에 치중하고 있어 위헌적인 소지가 있”다며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을 의결했습니다. 그러나 폐지 법률은 부칙 제2조에 “이 법 시행 전에 이미 확정된 보호감호 판결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 확정판결에 따른 보호감호 집행에 관하여는 종전의 「사회보호법」에 따른다”고 규정하여, 법 폐지 이전에 보호감호 판결이 확정된 사람에게는 보호감호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4. 이에 따라 사회보호법 폐지 이전에 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본형 집행 이후 보호감호 집행을 받게 됩니다. 또한 보호감호 중 가출소했다가 새로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가출소 취소 결정을 받을 수 있어 본형 이외에 남은 기간의 보호감호 집행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2013년 4월 법무부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사회보호법 폐지 이전에 확정판결을 받아 폐지 이후에도 보호감호 집행을 받은 사람은 677명에 이릅니다. 현재 보호감호 집행을 받고 있는 사람은 134명으로 최장 2020년까지 집행을 받을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징역형 집행을 받고 있는 수용자 중 보호감호 집행이 예정된 사람은 102명입니다. (별첨. 법무부 정보공개자료)

5. 보호감호제는 사회복귀 촉진이라는 취지와 달리 징역형의 연장에 불과합니다. 감호소에는 교육이나 개선, 치료 프로그램이 전무하고 피감호자가 징역형 수형자들과 함께 공장생활을 하는 등 뚜렷한 경계가 없습니다. 또한 감호소의 시설 및 환경이 매우 낙후되어 있고 3평 남짓한 방에서 3명의 피감호자가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방안에 반사경이 설치되어 일반적인 감시를 당하는 등 일반 징역형 교도소 보다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피감호자는 본형과 보호감호를 합쳐 최하 7∼8년의 장기 수용 생활을 하는데, 경북 청송군 진보면의 3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중에 위치한 감호소에 수감되면서 가족 및 지인과의 접촉이 어렵습니다. ‘청송 출신’에 대한 심한 편견으로 인해 재범의 유혹 없이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호감호제는 사회복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징역형의 연장에 불과한 보호감호제는 자유형의 집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헌법이 금지하는 거듭처벌 금지 원칙에 위반됩니다.

6. 또한 보호감호제는 그 집행 기간을 법관이 아니라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결정하므로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 부칙은 사회보호법 폐지 시점을 기준으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지 않는 판결 미확정자에 비해 판결 확정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습니다. 보호감호제의 위헌성이 문제되어 폐지하는 마당에 단지 형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둔 것은 입법자의 재량 범위를 넘어서 기본권을 중대하고 과도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201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당사자를 일반공중의 이익을 위해서 특별희생자로 만들기 때문에 보호감호에 내재하는 자유권의 침해는 명백히 중대하고, 따라서 보호감호집행은 보호감호 수용자뿐만 아니라 일반공중에 대해서도 형벌집행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시켜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이상 위헌”이라고 판시했습니다.

7. 국가인권위는 지난 2004년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가 심각한 인권침해의 문제점으로 인해 제도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였으며, 현재 보호감호의 집행 여건에서 볼 때도 개선에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보호법 폐지를 통해 보호감호제도를 없애고 치료감호 등에 대한 대체법안 마련을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습니다.

8. 우리 위원회는 경북북부제3교도소 수용자 이아무개씨의 요청을 받아 해당 사건을 공익소송사건으로 선정하여 지난 5월 20일 헌법재판소에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 부칙 제2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이번 민원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할 것을 국가인권위에 요구했습니다.

<보호수용법안에 대한 의견표명 요청>

9. 이처럼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에도 보호감호제가 사실상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는 보호감호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보호수용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4년 9월 3일 법무부는 재범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을 형기 종료 후에 최장 7년 동안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수용제를 도입하겠다며 보호수용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법무부는 올해 안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10. 헌법상 거듭처벌 금지원칙은 국가 형벌권의 남용으로부터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담보하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법무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보호수용은 공식적인 형벌인 징역형에 연이어 추가적인 격리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거듭처벌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호수용 집행시 사회친화적인 처우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구금에 의한 전면적인 자유 박탈이라는 점에서 징역형의 집행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11. 법무부는 보호수용제는 보호감호제와 달리 보호수용 판결 및 형 집행 종료 단계에서 2차례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재범의 위험성’ 판단은 모호하며 남용의 우려가 있습니다. 과거 범죄는 증거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의심의 여지를 줄여 판단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은 장래의 범죄 가능성을 따지는 예측적 판단이므로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 개념 자체가 지극히 불확정적이어서 누구도 ‘재범의 위험성’을 확신할 수 없으며 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측정 방법도 개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수용제가 도입된다면 검찰과 법원에 의해 남용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을 것입니다.

12. 형벌의 목적은 범죄인의 재사회화입니다. 법무부는 보호수용 중 심리상담센터 운영, 외부통근 등을 통해 수용자의 사회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하지만,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교정 프로그램은 징역형 단계에서도 얼마든지 투입할 수 있고 또한 그래야 마땅합니다. 재범의 위험성을 교정하기 위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이른 시점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보호수용의 집행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징역형 집행 단계에서 효과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대폭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징역형을 일단 다 복역한 후에 보호수용제로 전문적인 교정 처우를 실시하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교도소에서 실패한 교정교화 프로그램은 보호수용에서도 실패할 것이며, 교도소에서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의 시행을 보호수용 집행 시점까지 미뤄야 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13. 보호수용제의 도입에 앞서 징역형의 재사회화 기능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2010년 형법 개정으로 징역형의 상한이 30년(가중하면 50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전자발찌,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 감시와 통제를 목적으로 한 형사제재들이 속속 도입되었습니다. 보호수용제는 이러한 강성 형벌제도 중에서도 가장 자유 침해적이고 억압적인 제재 수단입니다. 그동안 교도소가 범죄 예방에 제대로 기능해 왔는지, 앞으로 교도소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사회적 성찰과 논의도 없이 보호수용제를 도입한다면 재범 방지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재정과 인력,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것은 보호감호제가 재범 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우리 사회가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14.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1년 이번 입법예고안과 유사한 보호수용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보호수용은 이론상 형벌과 구분되는 개념이기는 하나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형벌과 다름없는 부담이 되어 이중적 처벌 등 과거에 폐지되었던 보호감호제도가 지니고 있던 문제들을 그대로 가질 수 있으므로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회의장 및 법무부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15. 이에 우리 위원회는 이번 민원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보호수용법안에 대한 의견을 법무부장관에게 표명할 것을 국가인권위에 요구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법무부 정보공개자료
2014-09-04 12: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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