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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해군 자유게시판 제주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국가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승소에 대한 논평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5-08-13 14:53:28  |   icon 조회: 7587
보/도/자/료

해군 자유게시판 제주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국가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승소에 대한 논평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항의하며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제9민사부(재판장 오성우)는 “게시글은 해군의 정책에 대하여 국민으로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되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가 피해자 3명에게 각각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3일 우리는 이번 판결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별첨1. 논평)

3. 원고 박아무개씨 등 3명은 2011년 6월 9일 해군이 제주도 강정포구 등대 연산호 군락지 인근에 바지선을 이용하여 해상 준설공사를 강행하자 해군 홈페이지 자유시판에 항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해군은 피해자들의 글을 모두 삭제하고 같은 날 저녁 ‘제주해군기지 건설 관련 해군 공식 입장입니다’라는 공지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해군은 공지글을 통해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백 여 건의 일방적인 주장과 비난 글들은 국가적 차원이나 제주 강정마을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주기지 건설에 관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글들은 삭제 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별첨2. 제주 해군 기지 건설 관련 해군 공식 입장입니다) 이어 삭제 조치에 항의하는 게시물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해군이 이날 삭제한 게시물은 모두 117건에 이릅니다. 이에 피해자들은 2013년 8월 해군의 불법 행위로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서울중앙지법 민사 100단독 김상규 판사가 “비록 이 사건 각 게시물이 이 사건 운영규정에서 정한 삭제사유인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글’에 명백하게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피고 담당 공무원으로서는…정치적 성향이 있는 글로 판단할 여지도 없지 아니한바…삭제한 담당 공무원에게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바 있습니다.

4. 해군은 삭제 조치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질의에 대해 원고들의 게시물이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별첨3.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 제9조 제2호에 따라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나목), “특정기관, 단체, 부서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답했습니다. (※별첨4. 질의회신) 그러나 해군의 주장과는 달리 원고들의 게시물에서 어떠한 정치적 목적이나 해군을 근거 없이 비난하려는 목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별첨5. 원고들의 삭제당한 게시물)

5.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별첨6.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많은 취재와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1. 논평
2. 제주 해군 기지 건설 관련 해군 공식 입장입니다 (별도 파일)
3.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 (별도 파일)
4. 질의회신 (별도 파일)
5. 원고들의 삭제당한 게시물 (별도 파일)
6.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별첨1

논평


공공기관 자유게시판 게시물의 무분별한 삭제 관행에
경종을 울린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해군 자유게시판 제주해군기지 반대 게시물 삭제 국가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승소에 대한 논평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항의하며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12일 서울중앙지법 제9민사부(재판장 오성우)는 “게시글은 해군의 정책에 대하여 국민으로서 의견을 표현한 것으로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더욱 보호되어야 할 것”이라며 국가가 피해자 3명에게 각각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해군의 정책에 찬성하는 글들만 작성할 수 있고 반대되는 의견은 표현조차 할 수 없게 한 해군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원고들은 2011년 6월 9일 해군이 제주도 강정포구 등대 연산호 군락지 인근에 바지선을 이용하여 해상 준설공사를 강행하자 해군 홈페이지 자유시판에 항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나 해군은 제주기지 건설에 관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글들은 삭제 조치한다며 원고들의 글을 포함하여 모두 117건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해군은 일시적인 접속 차단과 같은 어떠한 임시조치도 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삭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 해군의 삭제 조치는 원고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스스로 표현 행위를 자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크고, 자기 검열을 하게 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심각하다. 특히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국민이 해군의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장이라는 점에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더욱 폭넓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해군은 해당 게시물이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상 ‘정치적 목적’ 또는 ‘특정기관, 단체, 부서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삭제를 정당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특정 정당을 직접적으로 지지하거나 선거와 관련하여 특정 후보자에 대한 찬반의 의사를 표시 하는 경우에 한하는 것으로 축소하여 해석”해야 한다며 “당시 공적 관심사가 되고 있던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관하여 반대의 입장을 가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 의사를 표명한 것이 당시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입장과 유사한 의견표명이 되었을 뿐…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직접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고 일축함으로써 원고들의 게시물이 해군 규정상으로도 삭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은 홈페이지 관리책임자가 게시물을 삭제한 후 ‘필요 시 그 사유를 해당 게시판에 공지하거나 게시자(전화번호나 전자우편주소가 명확한 경우)에게 통보할 수 있다’(제9조 제2호)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시자가 삭제 조치 이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없고 △삭제 조치 이후에라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없으며 △피해자가 민원 제기라는 일반적인 절차를 활용하더라도 삭제 조치의 적절성을 제3자가 재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해군 내부에서의 심의만을 거치게 되므로 합리적인 이의제기 절차로 볼 수는 없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해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홈페이지 관리자의 자의적인 게시물 삭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해군뿐만 아니라 많은 공공기관도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홈페이지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게시판 이용자의 게시물을 자의적으로 삭제해 온 다른 공공기관의 관행을 개선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어이없는 결정 또한 기억한다. 피해자들이 제기한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게시물 삭제행위의 법적 성격이 사실행위에 지나지 않아 권리관계에 변동을 초래하여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이번 판결은 게시물 삭제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가인권위의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 일깨워준다. 법원의 엄격한 법적 잣대를 통과하기 어려운 다양한 피해를 인권침해로 호명하고 구제하기 위해 설립된 국가인권위가 이번 판결로부터 배울 점을 찾기 바란다. 국가인권위는 인권 증진이라는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2015년 8월 13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별첨6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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