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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구치소 과밀수용 위헌 결정에 대한 논평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6-12-29 16:22:52  |   icon 조회: 2122
서울구치소 과밀수용 위헌 결정에 대한 논평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헌법재판소가 구치소 내 과밀수용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놨습니다.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수용인원이 적정한 수를 초과하면 수형자의 생활여건이 악화되고, 싸움·폭행 등 교정사고가 잦을 수 있다”며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떨어트려 결국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한다”며 이같이 판단했습니다. 12월 29일 우리 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별첨1. 논평)

3.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강성준 씨(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2007년 7월 홈에버 월드컵몰점 근처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비정규노동자 대량해고 이랜드·뉴코아 규탄 총력결의대회’에 참가했다가 업무방해죄 등 위반으로 약식기소되어 정식재판을 청구한 후 2012년 6월 대법원에서 벌금 7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강씨는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2012년 12월 7일 경찰에 자진출두하여 노역 수형자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바 있습니다.

4. 강씨가 수용된 서울구치소 13하(下)14실의 거실 바깥 표지판에는 거실의 면적이 8.96㎡, 정원은 6명이라고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씨가 실제로 측정한 결과, 거실의 면적은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하더라도 7.419㎡,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하지 않으면 6.687㎡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거실의 높이는 2.388m여서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한 용적은 17.72㎥ 였습니다.

※거실의 높이 : 2.388m
※씽크대와 보관대의 높이 : 0.787m
1)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한 면적 : 2.540m x 2.921m(=1.118+1.803) = 7.419㎡
2) 씽크대와 보관대를 제외한 면적 : 7.419㎡ - 0.732㎡(=1.803 x 0.406) = 6.687㎡
3)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한 용적 : 7.419㎡ x 2.388m = 17.72㎥

5. 씽크대와 보관대를 포함한 면적(7.419㎡)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강씨가 수용된 후 13하(下)14실의 수용인원과 1인당 면적 평균은 다음 표와 같습니다.


수용기간
수용인원
1인당 평균면적
8일 오후 4시경 ~ 9일 오후 4시경
4명
1.85㎡
9일 오후 4시경 ~ 11일 오후 9시경
5명
1.48㎡
11일 오후 9시경 ~ 14일 오후 1시경
6명
1.24㎡
14일 오후 1시경 ~ 18일 오후 1시경
5명
1.48㎡


6. 강씨가 수용된 거실은 수용면적이 7.419㎡이고, 수용정원이 6명이므로 1인당 면적이 1.24㎡(0.375평)로서 평균적인 체형을 가진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기도 어려울 만큼 매우 비좁았습니다. 거실 바깥에 표시된 거실의 면적 8.96㎡는 아마도 화장실 면적을 포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수용자 1인당 면적이 1.49㎡에 불과합니다. 강씨는 12월 18일 오후 1시경 사회복귀방으로 전방했고, 12월 20일 0시경 형기만료로 석방되었습니다. 강씨는 2013년 3월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7.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아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천주교인권위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별첨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8.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1. 논평
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별첨1
논평


서울구치소 과밀수용 위헌 결정에 대한 논평

헌법재판소가 구치소 내 과밀수용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놨다.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수용인원이 적정한 수를 초과하면 수형자의 생활여건이 악화되고, 싸움·폭행 등 교정사고가 잦을 수 있다”며 “교정시설의 질서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교정역량을 떨어트려 결국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저해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우리 위원회는 인간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수용행위가 이뤄지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당했다고 본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과밀수용 문제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홍일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현재 전국 교도소·구치소 수용정원은 46,700명이나 수용현원은 53,990명으로 수용률이 115.6%에 이르렀다. 서울구치소의 경우 수용정원은 2,200명이나 수용현원은 3,123명으로 수용률이 142.0%에 이르렀다. 이미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교도소 수용거실 1.687평에 5명을 수용한 것은 과밀 수용이라고 판단하여 법무부 장관에게 빈사동 활용계획을 수립하여 2006년 상반기까지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05진인784). 국가인권위는 2013년 수도권·대도시 소재 미결수 수용 구치기능 13개 교정시설에 대해 직권조사를 한 후 과밀수용 해소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13직권100).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하루 최고기온이 34℃(평균 26.8℃)를 넘는 한여름에 교도소 수용자를 조사하면서 다른 빈 공간이 있음에도 수용정원 기준을 초과하여 수용한 것은 비인도적인 처우로 인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15진정36300)하는 등 과밀수용이 인권침해임을 거듭 인정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과밀수용에 대해 이미 위헌 판결을 한 사례가 있다. 독일 행형법은 수형자가 기거하는 거실은 “거주하기에 적합하게(wohnlich)” 혹은 그 목적에 적합하게 구성되어야 하며, 충분한 공기용적 및 건강한 생활을 위해 충분한 정도로 난방, 환기시설, 거주면적 및 창문을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44조). 이 규정은 거실의 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구금시설을 관리하는 국가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성에 합치하는 거실 조건을 유지하도록 의무지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위 규정에 근거하여 1980년대에 이미 7.98㎡의 면적과 22㎥의 용적을 가진 독거실에 2명을 수용(1인당 3.99㎡, 1.21평)한 것은 제144조 위반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독일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판시한 판례가 나왔다. 11.54㎡의 방에 3명을 수용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시한 판례도 있다. 독일 행형법이 제정된 직후인 1978년 10월 3일 행형위원회의 행형시설 건축에 대한 권고안(Empfehlungen für den Bau von Justizvollzugsanstalten vom 3.10.1978)에서는 독거실의 경우 9㎡, 2인실의 경우 16㎡, 혼거실의 경우 수형자 1인당 7㎡를 최소면적으로 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 한 교도소의 구금 조건 전체를 수정헌법 제8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한 판결(Holt v. Sarver)이 나왔다. 이 판결에서 연방법원은 개방된 막사에의 과밀수용, 그 결과 폭행의 위험성 증가, 수형자를 무장시켜 간수로 활용한 점, 부적절한 의료설비, 불결한 위생상태, 재사회화프로그램의 결여 등을 지적하고, 이 모든 조건들은 “전체로서” 수정헌법 제8조에서 금지하는 “잔인하고 비통상적인 형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1978년 판결(Hutto v. Finney)에서 징벌방의 열악한 조건(부정기인 점, 평균 4명에서 많게는 10명의 수형자가 창문도 없는 80평방피트의 징벌방에 구금된다는 점, 수도꼭지와 화장실 외에는 일절 가구가 비치되어 있지 않고, 요는 밤에만 지급된다는 점, 식사는 하루에 1000칼로리 미만이라는 점 등)이 수정헌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하며, 이에 대하여 징벌구금의 일수를 30일로 제한한 연방법원의 명령을 정당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 및 사회복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용자들이 일반 사회에서의 생활 조건과 가능한 한 유사한 생활 조건 하에서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자유박탈로 인한 해악적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구금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제외하고는,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에 적합하고 수용자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생활 조건이 필요하다. 법무부는 ‘수용구분 및 이송·기록 등에 관한 지침’(법무부 예규 제1082호) 제82조 제1항에 따라 수용정원 산정 기준을 혼거실 2.58㎡당 1명 등으로 정하고 있을 뿐 수용자의 인간적인 생활이 가능한 최소 면적 기준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청구인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거실 바닥에 등을 온전히 대고 잠을 잘 수도 없는 정도로 비좁은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밀수용에 따라 공간이 협소해지면 수용자들의 스트레스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되어 공동생활이 원만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결국에는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구금시설 수용자에게 보장되어야 할 1인당 면적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생활수준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합치하는 최저수준의 거실면적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가능한 일이다. 마치 최저임금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게 국가는 구금시설 수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생활 조건의 최저기준을 정립할 의무가 있다. 우리 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서울구치소는 물론 구금시설 전반의 과밀수용 문제가 해소되고 수용 생활 조건의 최저기준이 정립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법무부는 이번 위헌 결정에 따라 산하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2016년 12월 29일

사단법인 천주교인권위원회


별첨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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