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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자회견 주최자 처벌 집시법 합헌 결정에 대한 논평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8-07-11 12:47:12  |   icon 조회: 720
[보도자료]
기자회견 주최자 처벌 집시법 합헌 결정에 대한 논평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기자회견을 미신고집회로 보고 그 주최자를 처벌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5(합헌):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놨습니다. 7월 11일 우리 위원회는 이번 결정에 대한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별첨1. 논평)

3.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김아무개씨는 집회신고 없이 2014년 4월 24일 오전 11시 5분경부터 30분경까지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오바마 방한 반대 청년·학생 기자회견’을 개최했는데, ‘한반도 위기 부추기는 한미동맹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선창하는 등 기자회견을 빙자해 피켓과 방송 장비를 이용한 미신고 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되어 2015년 5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2015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은명 판사는 △당시 기자회견에는 김씨를 포함한 15명이 참가했는데 기자회견 제목이 기재된 플래카드를 참가자들 앞에 세워 놓았고 기자회견 취지가 기재된 피켓을 손에 들고 있었으며 △기자회견 사회를 본 김씨가 구호를 선창하면 참가자들이 피켓을 흔들면서 구호를 제창했고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1차 자진해산 요청을 하고 사법처리 될 수 있음을 경고했으나 다시 구호를 제창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기자회견이 신고의무의 대상인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며 벌금 70만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김씨는 항소심 계류 중 사전신고제를 규정한 집시법 제6조 제1항 및 그 처벌 조항인 제22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2017년 7월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종문)가 위헌 신청과 항소를 기각함에 따라 2017년 8월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4.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 (※별첨.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5.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1. 논평
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별첨1 논평


기자회견 주최자 처벌 집시법 합헌 결정에 대한 논평

헌법재판소가 기자회견을 미신고집회로 보고 그 주최자를 처벌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5(합헌):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놨다.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신고사항 내용은 질서유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보이므로 늦어도 집회가 개최되기 48시간 전까지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 지나치다고 볼 수 없”고 “신고하지 않은 옥외집회의 주최는 신고제의 행정 목적을 침해하고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우리 위원회는 기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스스로 저버린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집시법 제6조 제1항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2조 제2항은 미신고 집회 주최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러나 집시법은 ‘옥외집회’의 개념을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집회’의 개념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집회의 개념에 대해 대법원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특정한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그 모이는 장소나 사람의 다과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도2528 판결)고 판시함으로써 아무런 규범적인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 사건처럼 기자와 취재원이 만나는 기자회견, 인터넷 등을 매개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서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플래시 몹’ 등 2인 이상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옥외에서 모이기만 하면 타인의 법익이나 사회질서를 해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더라도 신고의무가 부과되어 형사처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결정의 당해 사건도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5명이 단 25분동안 진행한 기자회견이다.

사전신고제는 헌법이 금지하는 집회 허가제를 가능하게 하므로 위헌이다. 헌법재판소도 “사전신고는 경찰관청 등 행정관청으로 하여금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으로서, 협력의무로서의 신고”라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1헌바174등 결정). 일정한 신고절차만 밟으면 일반적·원칙적으로 옥외집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시법상 신고를 하더라도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거나(제12조) 주거·학교·군사시설(제8조 제5항) 주변이라는 이유로 금지당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절대적 금지집회(제5조 제1항) △시간 제한(제10조) △공공기관 등 금지 장소(제11조) 등의 이유로 집회를 금지당할 수 있다. 게다가 금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관할 경찰관서장이어서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경찰은 사전신고된 집회의 주제를 보고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는 금지하고 입맛에 맞는 집회는 금지하지 않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신고제는 허가제와 다르므로 위헌이 아니라고 기계적으로 판단했지만, 이는 사전신고제가 집시법의 다른 조항과 결합하여 집회 허가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애써 무시한 것이다.

사전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주최했을 경우 형벌을 가하는 조항도 헌법에 위반된다. 형벌 특히 징역형은 각종 자격의 제한이 따르고 인신의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로서 다른 어떤 기본권의 제한 수단보다도 처벌되는 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며 집행 후에도 인격적 가치나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헌법재판소가 “형벌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맹신한 나머지 의무이행의 확보가 문제되는 경우마다 형사처벌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에 반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으로서 그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다. 법치국가원리는 헌법 제10조,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을 매개로하여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형벌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2005. 9. 29. 선고 2003헌바52 결정)라고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사전신고는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하므로 그 이행은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로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미신고집회라 하더라도 △우발적 혹은 소규모 집회이거나 △비교적 단시간의 집회로서 평화롭게 집회를 마치는 경우나 △집회 중에 경찰과 주최 측이 협의하여 질서를 유지하면서 집회를 하는 경우 등 공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때에도 사전신고를 예외 없이 관철시키기 위해 형벌로 제재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킴은 물론 사전신고제가 그 본래 취지에 반하여 헌법이 금지하는 허가제에 준하게 운용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과 동일한 조항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 집회신고제가 사전허가금지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하며, 과잉형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9. 5. 28. 선고 2007헌바22 결정; 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1헌바174등 결정). 그러나 2009년 결정에서는 “사회질서를 해칠 개연성이 있는지를 묻지 않고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또한 집회 여부를 48시간 전에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인 집회나 긴급한 집회에 대하여 신고를 요구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관 8인 중 2인(조대현·김종대)이 위헌 의견을 냈다. 2014년 결정에서는 “집회에 대한 신고의무는 단순한 행정절차적 협조의무에 불과하고, 그러한 협조의무의 이행은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로도 충분히 확보 가능함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징역형이 있는 형벌의 제재로 신고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이는 신고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반하여 허가제에 준하는 운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재판관 9인 중 4인(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2018년 결정에서도 재판관 9인 중 4인(이진성·김이수·강일원·이선애)이 비슷한 취지의 위헌 의견을 냈다.

집회·시위는 다른 범죄를 수반하지 않는 한 그 자체가 범죄로 규정되어서는 안 되는 기본권 행사이다. 기자회견마저 공공의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며 사전신고 대상으로 삼고 미신고 형사처벌에 정당성을 부여한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거리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모든 행위를 범죄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미신고 형사처벌을 전제로 사전신고제를 유지하는 집시법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과 양립할 수 없다.

2018년 7월 11일

사단법인 천주교인권위원회


별첨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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