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논평] 통제 없는 패킷감청 위헌, 당연한 결론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8-09-10 14:54:42  |   icon 조회: 502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민들레_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논 평
통제 없는 패킷감청 위헌, 당연한 결론
방대하고 포괄적인 정보수집 가능해 남용 위험성 높다고 판단
통비법 개정 통해 집행과정에 대한 통제장치 마련해야

1. 오늘(8/30) 헌법재판소는 인터넷회선을 통해 오가는 모든 정보를 포괄적으로 감청하는
소위 ‘패킷감청’이 수집하는 정보가 광범위하고 권한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통제장치도 없이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011년 제기한 첫번째 패킷감청 헌법소원은 5년 가까이
심리가 미뤄지는 사이 청구인이 사망하여 심판절차가 종료되었고, 2016년 3월 다른
피해자가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서도 2년 반만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늦어지는
동안 패킷감청은 사법기관의 실질적 통제 없이 비밀의 장막 뒤에서 국가정보원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행해졌고, 기본권 침해가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패킷감청의 위헌성을 명확하게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국가정보원은 그 동안
통제 없이 패킷감청을 남용해온 행태를 반성하고, 무분별한 패킷감청을 중단해야 한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국가정보원이 국회와 사법기관의 통제
속에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관으로 환골탈태하길 촉구한다.

2. 패킷감청은 전송 중인 패킷 그 자체로는 내용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회선을
통해 오가는 패킷을 모두 수집하여 국가정보원이 자신의 서버에서 재조합한 후에야
내용을 확인한다. 따라서 감청대상자와 동일한 회선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통신내용도 수사기관이 수집, 저장하게 되고, 회선을 통해 오가는 정보가 실제
감청사유와 관련된 것인지 불문하고 일단 광범위하게 모든 통신내용을 감청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해 삶의 대부분이 영위되는 현실에서 이메일,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 뿐 아니라 뉴스검색, 인터넷쇼핑, 영화감상 등 사생활 전반이 수사기관에
의해 파악될 수 있다. 이 사건 대리인으로 공개변론을 수행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패킷감청이 기존의 통신감청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험성을 지녔다는 점을 공개변론
과정에서 특히 강조한 바 있다.

3. 오늘 헌법재판소는 패킷감청이 지닌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실제 집행과정에서
수사기관의 권한남용과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보았다. 법원의
허가범위를 넘어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자료가 무한히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감독 내지 통제장치가 강하게 요구됨에도, 별다른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의
감청집행과정을 외부에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거나 통제할 방법은 없었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친 패킷감청을 하고도 감청대상자로부터 어떤 내용을 수집했는지,
어떻게 수사에 활용했는지 재판과정에서도 드러나지 않았으며, 관련된 서류가 제대로
만들어지거나 보관되지도 않았다. 이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해 충분하고 엄격한 통제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 오늘 헌법재판소는 패킷감청의 근거규정으로 활용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제5조
제2항에 대해서만 위헌으로 결정했다. 실제 청구인에 대한 패킷감청 집행행위에 대해
실질적 판단을 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청구인에 대해 행해진 패킷감청은 통제절차가
미흡하다는 문제점 뿐 아니라, 감청대상자가 아닌 제3자에 대해서까지 패킷감청을
집행하였다는 점, 무려 6회에 걸쳐 12개월간이나 장기간 감청을 하여 사실상
범죄수사가 아닌 사찰행위였다는 점에서 별도로 주목할 위헌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집행과정을 통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처음부터 인터넷 회선감청이라는 수사기법을 사용할 수 있는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감청기간 축소나 재허가 요건을 강화하는 등 장기간의 사찰로
이어지지 않게 통제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5.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국민의 통신과 사생활의 비밀은 더욱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앞으로도 또 어떤 수사기법이 개발될 지 모른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규범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항상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기술이 활용되어야 하고 그 과정은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기술과 권력의 만남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앞으로도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국가권력기관의 권한남용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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