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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 제기 기자회견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9-12-18 13:25:01  |   icon 조회: 776
보/도/자/료

교정시설 도서반입 불허에 대한
헌법소원·행정소송·행정심판 제기 기자회견

○ 일시/장소 : 2019년 12월 18일(수) 오전 11시 / 헌법재판소 앞

○ 주최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소수자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 순서
- 사회 : 이용석 활동가 (전쟁없는세상)
- 소송 당사자 입장 : 여옥 활동가 (전쟁없는세상 병역거부팀)
- 소송 취지 : 박한희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수용자인권증진모임)
- 출판사 입장 : 최재훈 대표 (도서출판 경계)

※ 기자회견 후 헌법재판소 민원실에서 헌법소원 청구서 접수

1. 12월 18일 교정시설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가로막고 있는 법무부 지침에 관해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이 제기됐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11월 11일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우송·차입 방식의 도서 반입을 불허하고 수용자가 영치금으로 직접 도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아래 ‘법무부 지침’)을 전면 실시한 바 있습니다.

2. ‘전쟁없는세상’은 지난 11월 8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군산교도소에 수용된 A씨에게 <병역거부-변화를 위한 안내서>(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 경계, 2018)를 차입하려 했으나 소측에 의해 불허 당했습니다. 법무부 지침 실시로 교정시설이 선정한 특정 서점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도서는 차입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3. ‘전쟁없는세상’은 11월 27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의정부교도소에 수용된 B씨에게 <82년생 김지영>(조남주, 민음사, 2016)과 <내 청춘의 감옥>(이건범, 상상너머, 2011)을 차입하려 했으나 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반입 불허 당했습니다. 또한 종교도서인 <지극히 존귀한 당신께>(주인배, 하상출판사, 2014)와 여성학 도서인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퀴어이론문화연구모임 WIG, 사람생각, 2008)는 현재 절판되어 수용자가 직접 구입할 수 없고 외부의 지인이 중고서점을 통해 구입하여 우송·차입할 수밖에 없는데도 반입 불허되었습니다. 사회단체에서 발행한 소책자인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전쟁없는세상, 2019)도 서점을 통해서는 구입할 수 없는데도 반입 불허되었습니다.

○ 법무부 지침에 대한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4. 이날 A씨와 B씨는 법무부 지침이 수용자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 등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현행 형집행법 제27조는 금품 교부 신청이 있으면 소장은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허 사유가 없는 한 소장의 허가를 의무로 하고 자의적 불허는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형집행법 제47조 제2항은 소장은 수용자가 구독을 신청한 도서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독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른 ‘유해간행물’은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뚜렷이 해치는 등 반국가적·반사회적·반윤리적인 내용의 유해한 간행물로서…간행물윤리위원회가…심의·결정한 것”을 말하는데, 이를 제외하고는 소장이 자의적으로 구독을 불허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는 것입니다. 법무부 지침은 법률의 위임도 없이 수용자의 알권리를 제한한 것으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됩니다.

5. 법무부는 이번 지침의 추진 배경으로 금지물품의 우송·차입 방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1월 김도읍 의원(자유한국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수감자의 교도소 내 반입금지물품 반입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 건수 194건의 반입 경로는 △수용자 은닉(52건) △외부인 반입(38건) △교도관 반입(10건) 등으로, 그 반입 경로가 다양하고 명확하지 않습니다. 법무부 지침은 극소수 금지물품 반입 사례를 이유로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 우송·차입도서의 반입을 전면적으로 불허하겠다는 것으로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인 발상이자 수용자의 재사회화에 반하는 것이므로 그 방법이 적정하다고 볼 수 없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됩니다.

6. 그동안 수용자가 자비부담으로 도서를 구입해 읽을 수 있도록 열람을 허가하고 독서를 권장하는 등 한국의 교정행정은 사회와의 단절과 범죄 악습의 감염 등 수용생활의 폐해를 방지하고 형집행의 궁극적인 목적인 재사회화를 위해 수용자의 알권리, 학습권, 도서접근권을 인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침의 실시로 △영치금이 없거나 적은 수용자가 외부로부터 도서를 선물 받을 길이 사라졌고 △중고 도서를 민원실 차입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금지되어 수용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법무부 지침은 달성하고자 하는 교정시설의 질서유지라는 공익은 불분명한데 반해 이로 인해 침해되는 수용자들의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은 중대하게 침해되므로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됩니다. 게다가 교도소 내 도서관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면, 법무부 지침은 영치금이 있는 수용자만 도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므로 영치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차별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합니다.

7. 한편 A씨와 B씨는 헌법소원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법무부 지침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법무부 지침이 향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더라도 그때까지 신청인들을 비롯한 수용자들은 중고도서·무상도서·비매품 등 다양한 도서에 접근할 수 없는데 이는 사후적인 금전적 배상 등을 통해서도 회복될 수 없는 기본권의 중대한 제한입니다. 또한 수용자들이 자비를 지출해야만 도서를 접할 수 있어 경제적 손해를 입고 있고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통도 가중될 것이므로 지침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도 충분합니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법무부는 이번 지침 이전에 운영하던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면 되므로 교정행정에 특별한 지장을 초래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짧아도 수년이 걸릴 헌법소원 결과가 나오기 전에 헌법재판소가 먼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수용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중단되기를 바랍니다.

○ 도서차입불허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

8. 이날 B씨와 ‘전쟁없는세상’은 의정부교도소장을 상대로 도서차입불허 처분 취소를, 국가를 상대로는 각 3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의정부지법에 제기했습니다. 당시 의정부교도소 민원실에는 영치품 교부신청서조차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소측은 차입을 시도한 도서에 대해 최소한의 육안검사도 하지 않고 법무부 지침을 이유로 차입을 불허하는 등 ‘영치금품 관리지침’에 규정된 절차를 위반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절판도서, 소책자 등 서점을 통해 구입할 수 없는 도서, 법무부가 지침의 예외로 인정한 종교도서도 차입이 불허되었는데, 이는 예외에 해당하는지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법무부 지침에 따르더라도 위법한 처분입니다. 금지물품 반입을 금지하려면 보안 검사를 거쳐 금지물품이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는 도서만을 차입 불허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데, 소측이 도서차입을 전면 불허함으로써 B씨는 중고도서를 접할 수 없는 등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었습니다. 한편, 당시 소측은 교정시설이 선정한 특정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도서의 경우 수용자가 먼저 교도관에게 보고전을 제출하면 사회복귀과에서 차입을 허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수용자가 제목을 모르는 도서는 신청할 수도 없으므로 법무부 지침은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과도하게 제한합니다.

9. 형집행 관련 법령은 제정 당시부터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보장해 왔고 이에 따라 수용자의 지인은 도서 차입을 통해 수용자에게 도서를 제공해 왔으며 장래에도 그럴 것이라 기대해 왔습니다. 법무부 지침은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도 않고 어떠한 경과조치도 없이 수십 년간 시행해 오던 도서 차입을 전면 불허함으로써 법치주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신뢰보호원칙에도 위배됩니다. 이처럼 의정부교도소장의 도서차입불허 처분은 비례원칙과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입니다. 한편 A씨와 ‘전쟁없는세상’은 향후 행정심판을 청구하여 군산교도소장의 도서차입불허 처분에 불복할 예정입니다.

10. 우리 단체들은 이 소송을 통해 법무부 지침의 위헌성·위법성을 확인함으로써 알권리와 도서접근권이 구금시설 수용자에게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11. 이 소송은 서강대학교 리걸클리닉센터, 민변 공익인권변론기금,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끝)
2019-12-18 13: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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