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보도자료] 집시법 11조 개악 저지 긴급 기자회견 열어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0-03-06 13:56:08  |   icon 조회: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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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

집시법 11조 개악 저지 긴급 기자회견

■ 일시 : 2020년 3월 6일(금) 오전 11시
■ 장소 : 국회 앞
■ 주최 :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 순서
○ 사회 :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 규탄발언
-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
-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집시법 11조 재심 사건 당사자)
-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 기자회견문 낭독

1. 지난 4일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는 작년까지 한 차례도 논의해오지 않았던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오늘(6일)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 조항인 집시법 11조 관련, 2018년 헌법재판소는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해당 규정은 2019년까지였던 개정시한이 경과함에 따라 효력을 잃었습니다.

2. 인권단체, 민주노총, 전농 등으로 구성된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회에 집시법 11조의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습니다.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예외적 허용을 통해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가 금지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처럼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무관하게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에 사실상 기존 위헌적 조항의 존치에 다름 아닙니다.

3.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이 시기에 국회는 ‘민생법안’을 우선한다는 명목으로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강행하려고 합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권력기관을 성역화하며 집회로부터 보호하려는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이에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은 위와 같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4. 많은 관심과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끝)


[붙임1] 기자회견문
[발언2] 기자회견 사진
[불임3] 규탄발언



[붙임1] 기자회견문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

3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어 집시법 11조 개정 처리를 합의했다. 오늘 오후 2시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집시법 11조에 대해 그동안 국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조속한 입법 활동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국회에 있지만, 개정시한이었던 2019년이 경과할 때까지 위헌조항 집시법 11조를 방치해왔다. 그랬던 국회가 코로나19로 많은 시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지금, ‘민생법안’을 우선시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위헌조항인 집시법 11조의 존치와 다를 바 없는 개악 처리에 나선 것이다.

집회의 자유에는 어디에서 집회를 할 것인지 집회 장소를 선택하고 결정할 자유도 포함된다. 집회의 자유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집시법 11조에 대해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문제제기를 해왔고, 일률적으로 집회 장소를 금지한 집시법을 개정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도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8년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11조 1호 국회의사당 및 각급 법원, 3호 국무총리 공관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집시법 11조 2호 중 대통령 관저, 즉 청와대 앞에서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은 아직 계류 중이다. 따라서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 활동을 제대로 하려면, 단지 헌법재판소 결정이 난 일부 장소에 국한하여 삭제 또는 수정에 그칠 게 아니라 집시법 11조에 대한 종합적인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해왔다. 앞서 2016년에는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는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고 백남기 농민을 기억하며, 백남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집시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그동안 국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국회가 지금 민생국회라는 가면을 쓰고 집시법 개악에 나선 것이다. 현재 행안위에서 합의한 ‘대안’은 전혀 대안이 아니다. 예외적 허용 요건을 신설하여 집회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에 조화를 모색한다는 취지지만, 그 허용 여부는 공권력에 달려있다. 이는 두 가지 ‘우려’가 불식될 때만 가능하다. 첫째,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하고, 둘째,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우려가 없다고 공권력의 판단을 거친 집회에 한해 허용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해당 기관의 기능과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만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질적이고 명확한 위험 여부와 상관없이 ‘우려’만으로도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고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집회로 인해 해당 기관에 어떤 지장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이는 결국 집회의 내용이 무엇인지, 집회의 성격이 어떠할지 미리 검사를 받아야만 비로소 집회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만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의 의사 표현을 목적으로 모이는 것이 집회이고, 사안에 따라 규모는 다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여도 평화로운 집회를 해온 숱한 경험들도 있다. 그럼에도 규모로 단순화 하는 건 공권력의 집회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집회가 반드시 ‘작은 규모’로 ‘조용히’ 이루어져야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공권력의 판단에 따라 집회 허용 여부가 좌우되는 것은 허가제를 금지하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 원칙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외적 허용 규정을 두는 것이 이전보다는 일부 개선된 것이라고 국회는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2003년 위헌 결정 이후 예외적 허용 사유를 두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진 외교기관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개선이라고 할 수 없다. 예외적 허용 사유가 실질적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며 오히려 경찰의 금지통고 사유가 되는 형국이다.

입법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기본권에 대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가능한 규제 없이 향유되어야 하고, 집회를 하기 위해 허가와 같은 작용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기본권을 보호하고 촉진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우선 고민하지 않고 여전히 집회를 통제하는 것을 최우선에 둔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 인권과 민주주의는 탄압에 맞서 집회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해온 역사와 함께 자라왔다. 지금 행안위가 처리하려는 집시법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가 아니라 권력기관을 집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이며, 헌법 위의 집시법이라는 천명에 다름 아니다. 행안위는 집시법 11조 개악 처리를 중단하라.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은 없다. 국회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하라.

2020년 3월 6일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붙임2] 기자회견 사진

[붙임3] 규탄발언

○ 오민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반영한다는 개정안은 언뜻 보면 예외적으로 집회가 가능한 경우를 정했기 때문에 제대로 개정이 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행하는 개악안입니다.

집회장소가 집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연이은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집회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의 결과였습니다. 이로써 집시법 11조에서 집회금지 장소를 정하고, 실제 집회 가능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던 오랜 관행이 깨지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이곳 국회 앞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첫번째 장소였습니다. 집회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 또한 분명히 담겼던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가진 한계도 분명했지만, 장소를 특정해서 금지하는 것이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을 반영한다는 개정안은, 집회장소에 대한 제한을 더욱 엄격히 하면서,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입장에조차 역행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활동이나 법관의 직무상 독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으면서 동시에 국회, 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돼야 합니다.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않거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이면서 국무총리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어야 합니다. 이중으로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우려’를 누구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결국은 신고를 접수하는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 여지만 넓혀 놓았을 뿐입니다. 위반 시 처벌받는데도 법규정만으로는 어떤 집회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더욱이 각 기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데, 업무에 영향을 마칠 우려가 없어야하고 그 기관을 대상으로 하지 않아야 집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예 집회를 금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건물과 담 경계 사이의 공간이 넓어 100미터의 기준점이 어디가 돼야하는지, 왜 거리가 일률적으로 100미터인지에 대한 설명도 여전히 되지 않습니다.

집시법 11조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 이후, 많은분들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재판에 대해 재심청구를 하여 재심개시가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무죄를 받기까지는 다시 1년 가까운시간이 걸렸고, 재판을 시작조차 하지 못한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처럼 법안이 논의되고 통과되는 졸속적인 과정에 비해, 잘못된 법으로 처벌받은 당사자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가, 법률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법률개정에 이르기까지 과정의 무게감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다시 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개정 법률안에서는 집시법 11조를 폐지해야 합니다. 11조가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장소들이야말로 시민들이 모여 집회라는 형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렇게 전달해야하는 중요한 국가기관들입니다. 금지장소를 두지 않더라도 이미 집시법 조항에 의해서 폭력적인 집회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련된 소위 ‘대안’이라는 이번 개정안은 집시법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일 뿐입니다.

○ 정진우 (권유하다 집행위원장, 국무총리공관 위헌제청 사건 당사자)

집시법11조 피해당사자이자 위헌제청인으로서 집시법11조를 살려내려는 개정안 소식을 듣고 참혹한 심정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피해자가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어떤 개정인가, 과거와 같이 피해자를 또 양산하고 권력기관 앞 호소하려는 국민들이 다시 주춤거려야 하고 통제받아야 하는 개정이다.

지난 여름 토론회에서 수많은 집시법 11조 피해사례를 공유하면서 집시법으로 꼼수와 편법을 활용하면서 어떻게 집회를 봉쇄하고 국민을 통제해왔는가 확인했다, 지금 재심 청구하며 무죄 이어지고 있고, 사실상 현재 11조 폐지된 상태임에도 집회의 자유가 위축되고 주춤거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참혹하다.

안녕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고, 대규모로 확산될 우려가 없어야 한다는 둥 핑계가 복잡한 것 같지만 이번 개정안의 문제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헌법이 금지한다 해도 권력기관 앞 성역에서는 대놓고 허가제 하겠다는 것이다. 집회시위는 글자 그대로 모여서 위력을 보이는 것인데,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국민들의 권리를 제압하겠다는 것이다. 권력기관의 집행자들이 국민들의 행동을 허가라는 명목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거꾸로 가는 개정 시도다. 집시법 개악 반대는 우리가 권력기관을 제대로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싸움이다. 권력기관이 국민들의 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힘을 다져갈 것이다.

집시법 11조가 개악되어 새로운 싸움해야 한다면, 집시법 피해당사자들 그리고 힘없고 가진 거 없어 집회를 통해 목소리 내야 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투쟁을 할 것이다. 집회의 자유 앞 성역이 없다는 것은 결국 권력기관이 뺏어간 것들을 국민의 힘으로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가받아야 할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들이다. 이러한 권력자들의 오만 앞에서 성역을 폐지하기 위한 집시법 투쟁은 국민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은 없어야 한다는 투쟁으로,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삶과 미래, 생존과 존엄을 위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 집시법 11조 재심 사건 당사자)

안녕하세요. 저는 기본소득당 대변인 김준호입니다. 저는 집시법 제11조로 재판을 받았던 그리고 현재 재심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저는 지난 2014년 6월 10일에 참여한 집회로 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두 달이 흐른 그 날은 비가 참 많이 왔던 기억이 납니다. 비에 흠뻑 젖은채 저와 제 동료들은 이윤보다 인간이 중요함을 알지 못하는 박근혜 정권에 항의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참사의 주범들은 제대로 된 수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촛불집회를 거쳐 오늘날까지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것은, 참사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켜온 수많은 이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참 많은 어려움이 있어왔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그 대표적인 장애물이었습니다. 이 악법을 근거로 국가는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는 수 많은 이들을 억압했습니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정치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 나라에서 집시법 11조는 아주 간단하고 쉽게 국민의 목소리를 지우고, 금지하고, 처벌 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 집시법 11조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저는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사실 저 개인에게 재심을 청구하고 무죄를 판결 받는 것은 그리 중요하진 않습니다. 저는 2014년 6월 10일의 제 자신이 부끄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집시법 11조의 위헌 판결과 재심을 통한 명예회복이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가 있기에 재심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특정한 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통해 시민의 목소리를 금지시켰던 이 법이 부당한 것이었음을 재차 확인하고자 재심을 시작했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을 받고 검사는 다시 항소를 했습니다. 항소의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법리 오해".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입니다. 네 글자 밖에 안되는 이 항소 사유는 사실 여전히 듣기 싫은 시민의 목소리는 탄압해도 된다는 국가 권력의 사고 방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월 검찰이 공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저의 재심 재판은 여전히 기일이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 행안위에서 집시법 11조를 개악한다고 합니다. 대체 어떤 필요 때문에, 무슨 좋은 이유가 있어서 시민의 목소리를,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이 법을 존속시키고자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경찰에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일부 위헌을 받은 장소만 교묘하게 삭제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 된 이 나라에 불필요한 악법입니다. 국회는 더 민주적인 사회, 더 자유로운 나라를 위해 이 악법을 존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폐지하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만약 이 악법이 존속된다 할지라도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요구를 외칠 수 있는 나라, 모든 이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드는 과정은 계속 될 것입니다. 저와 기본소득당도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 최석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부장)

백남기 농민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쓰러졌던 민중총궐기 그날 당일에도 경찰은 집시법 상 교통채증이 우려된다 등 우려만으로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 당시에도 기준이 없었다. 교통채증 늘 쓰는 말이니 그러려니 했는데, 대입 논술시험이 있다는 이유도 우려라면서 도심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시켰다. 그 결과 10만 넘는 민중이 집회하겠다고 모였는데 집회금지 행진금지 하면서 결국 물대포로 한 농민의 목숨을 빼앗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또다른 백남기가 없도록 하자고 집시법 개정 운동에 들어갔다. 집시법 11조를 비롯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약하는 집시법 개정하고 폐지하자고 2016년부터 운동해왔다. 결국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받았음에도 국회는 제대로 입법하기는커녕 이전에 있었던 집시법 조항과 다를바 없이, 아니 더 후퇴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민의를 반영한다는 국회가 집회의 자유 제한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 지금 당장 논의되고 있는 개악안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국회 앞에서 수많은 노동자와 농민이 피를 뿌렸다. 집회시위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국회를 향하는 민중들 목소리는 저 앞 100미터에서 막혔다. 우리 목소리를 들어야 할 국회는 언제나 우리를 막아왔다. 헌재 결정 있어도 아직 국회 정신 못차리고 있다. 앞으로도 우린 계속 이곳으로 올거다. 국회가 우리 목소리를 듣도록 계속 싸울 거다.

○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집회·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하면서 무엇을 원칙으로 판단했을까? 일단 우리 헙법에서 그 원칙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21조에서 평화로운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21조 2항에서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7조는 모든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입법자들은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했어야 한다. 개정안을 보면 전혀 고민하지 않았거나 무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집회는 평화적인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 집회의 평화성을 단순히 규모로 판단할 수 없다. 평화적인 집회의 본질적인 성격은 성가시게 하고 화나게 하고 제3자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방해하고 차단하는 행위까지도 포함된다. 항의하고 문제제기를 하는데 당연히 시끄럽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정정고 그것을 감수해야허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 활동을 방해할 우려만 있어도 집회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집회를 하지말라는 것과 같다.

금지가 기본이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가장 문제로 지적된 것인데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자유는 원칙으로 유지되어야 하면 이를 제한하는 것이 예외가 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만들 의무가 있다. 이것은 정부가 집회 개최를 더욱 폭넓게 허용하고 과도한 제한을 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법 역시 국가의 의무를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개정안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시위와 집회를 골칫거리로 바라보고 통제할 방법만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싫은 것이 아니라면 경찰이 해오던 방식처럼 집시법을 개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16년 유엔 특별보고관은 집시법 제11조는 평화로운 집회 장소에 대한 무조건적인 제한은 본질적으로 비례성에 어긋난 제한이라고 했다. 법을 통해 집회의 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두고 이에 대한 예외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권리를 특권으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은 집회의 대상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집회를 할 수 있는 것 또한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시법 11조 개정안은 오히려 법으로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남용을 보장하는 것과 같다. 개정안은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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