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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법무부, 교정시설 보호장비 개선 지침 비공개…행정심판 청구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1-01-20 09:39:20  |   icon 조회: 634
[보도자료]
법무부, 교정시설 보호장비 개선 지침 비공개…행정심판 청구

1. 지난해 5월 부산구치소에서 14시간 동안 보호장비를 착용한 노역수형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법무부가 재발 방지를 위해 스스로 만든 개선 지침마저 비공개했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해 1월 18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2. 교정시설의 보호장비는 자살·자해·타해의 우려가 큰 때 등에 사용되는데 △수갑 △머리보호장비 △발목보호장비 △보호대(帶) △보호의자 △보호침대 △보호복 △포승 등이 있습니다. 보호장비는 규율 위반에 따른 징벌 절차와는 달리 교도관이 소장에게 보고만 하면 사용할 수 있고, 둘 이상의 보호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대부분 보호장비의 최대 사용시간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극단적인 경우 무기한 사용이 가능합니다. 부산구치소 사건 이후 법무부가 자체 방침으로 취침 시간에는 보호장비를 원칙적으로 해제하고 16시간 초과 사용도 제한하기로 했으나, 이는 최대 사용시간 초과 이후에도 교도관이 새로운 사용 사유가 발생했다는 핑계를 대면 보호장비를 1일 이상 연속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3. 우리 단체들은 지난해 10월 13일 법무부에 ‘202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귀 기관이 산하 교정시설에 하달한 보호장비 사용 관련 개선 지침’(아래 ‘개선 지침’)을 정보공개청구했습니다. 10월 22일 법무부는 “청구인이 정보공개 요청한 「2020. 7. 10. 교정시설 수용자 보호장비 사용 관련 개선사항」은 보호장비 사용시간(방법) 및 절차, 보호장비 착용자 동정관찰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이를 공개할 경우 형의 집행 및 교정(矯正) 업무수행에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했습니다.

4.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4호의 해석에 관해 대법원은 수용자자비부담물품의 판매수익금 등에 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당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재소자들의 관리 및 질서유지, 수용시설의 안전, 재소자들에 대한 적정한 처우 및 교정·교화에 관한 직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고, 그 정도가 현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비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의 이익과 공개에 의하여 보호되는 국민의 알권리의 보장과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 및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등의 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3두12707 판결). 그러나 법무부는 “형의 집행 및 교정(矯正) 업무수행에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사유를 제시할 뿐 개선 지침을 공개할 경우 구체적으로 지침의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에서 교정업무 수행을 곤란하게 하는지를 전혀 증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 부산구치소 사망 사건 후 법무부가 2020. 7. 3.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개선 지침에는 ‘취침시간(22:00~06:00) 보호장비를 원칙적으로 해제하고, 보호장비 사용 시 보호장비사용심사부에 사용 이유·목적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개선 지침의 내용은 수용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호장비 사용을 제한·관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일부 내용은 법무부 스스로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것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를 공개한다고 해서 형의 집행 및 교정 업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개연성이 전혀 없습니다.

6. 형집행법 제99조 제1항은 “교도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야 하며, 그 사유가 없어지면 사용을 지체 없이 중단하여야 한다”, 제2항은 “보호장비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년 넘게 보호장비를 사용한 사건에서 보호장비 사용의 한계에 대해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 필요 이상으로 장기간, 그리고 과도하게 수용자의 신체거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계구사용 행위는 수용자의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2003. 12. 18. 선고 2001헌마163 결정)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부산구치소 사건에 대해 법무부는 직접 감찰에 착수하여 보호장비 사용의 부적정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확인하고 현장 근무자 및 감독책임자 등 관련자 18명에 대하여 인사조치, 중징계 등 엄중한 책임을 묻기도 했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교정시설 내 수용자 사망 등 연이은 교정사고로 수용자 처우에 대한 의문과 교정공무원의 인권 감수성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어 왔”다며 지난해 9월 교정개혁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설사 개선 지침의 비공개로 얻을 수 있는 교정업무상 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는 지침이 공개됨으로써 보호되는 시민들의 알 권리 보장과 인권친화적이고 투명한 교정업무 운영으로 인한 이익이 훨씬 크다 할 것이므로 비공개를 할 정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7. 한편, 법무부는 현재 장관의 지침 형식인 개선 지침의 내용을 법령으로 승격하도록 형집행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과거 행형 법제는 공개된 법령에는 추상적인 규정을 두고 구체적인 사항은 비공개된 하위 법령과 지침에 위임했습니다. 사실상 소장의 재량과 법무부의 공문 지시가 법률을 압도했던 것입니다.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처우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을 알 수 없어 불복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2007년 형집행법으로의 전면 개정에 따라 다소 개선되었으나, 개선 지침의 비공개는 은밀한 지시가 공개된 법령을 압도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8. 국제인권기준인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넬슨만델라규칙) 제54조는 “모든 피구금자는 수용과 동시에 지체 없이 다음의 정보를 서면으로 제공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교도소법 및 구금 관련 법규”(a)를 이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침의 내용을 법령에 포함하면 그 내용이 일반에 공개됨은 물론 제정·개정·폐지 과정에서 입법예고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 과정의 문제점을 미리 검토할 수 있습니다. 법무부는 개선 지침 뿐만 아니라 장관 지침 가운데 수용자의 권리와 밀접한 사항은 법령에 포함하도록 형집행법령을 개정해야 할 것입니다.

9.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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