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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법무부, 국가인권위의 교정시설 실내 적정온도 마련 권고 수용 거부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1-01-22 11:52:20  |   icon 조회: 726
[보도자료]
법무부, 국가인권위의 교정시설 실내 적정온도 마련 권고 수용 거부

1. 법무부가 교정시설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 기준을 법령에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습니다.

2. 앞서 2019년 12월 국가인권위는 ‘2019년 교정시설 방문조사에 따른 수용자 인권증진 개선 권고(19방문0000100)’에서 법무부에 “(형집행법 등) 관련 법령에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여름철 최고온도와 겨울철 최저온도) 기준을 마련하고 교정기관에 수용거실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단체들이 국가인권위에 정보공개청구하여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2020년 7월 국가인권위에 보낸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에 대한 의견 및 이행계획 통지’ 공문에서 “섣불리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적정 실내온도 미준수에 따른 각종 국가배상 소송 등이 제기될 우려가 있”어 “적정 실내온도 준수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선언적으로 밝히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형집행법령」 등 관련 법령에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 준수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붙임. 정보공개 자료)

3. 기상청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월말~2월초 전국 평균기온은 -4.8℃로 평년(-0.5℃)보다 4.3℃ 낮았으며, 1974년 이후 두 번째로 낮았습니다. 2018년 여름철(6월~8월)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에 가장 높았고, 일최고기온과 일최저기온은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온열질환자 수는 2017년 1,574명(사망 11명 포함)에서 2018년 4,526명(사망 48명 포함)으로 늘어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이래 신고 환자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2018년 9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어 폭염과 한파도 ‘자연재난’으로 규정되었고 그 피해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교정시설 수용자는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어 폭염과 한파에 더욱 취약한 계층입니다. 폭염이 계속되던 2016년 8월, 1인당 1.74㎡ 면적의 부산교도소 조사수용실에 갇힌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열사병 등으로 잇달아 숨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는 수용자의 권리로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 거실에 직접 난방시설 등 충분한 난방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여 청구인의 건강권 등이 침해된다고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 사건 교정시설에서는 라디에이터 등 간접 난방시설이 설치되어 운용되고 있음이 인정되는바, … (형집행법) 및 관계 법령을 모두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작위의무가 있다는 점을 발견 할 수 없다”며 각하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2. 5. 8. 선고 2012헌마328 결정).

5. 그러나 미국의 경우,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국립교도소 프로젝트 (National Prison Project) 등이 적정온도 관련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4년 텍사스 법과대학 인권 클리닉의 <텍사스주 교도소의 ‘치명적 극열’에 관한 보고서>(Deadly Heat in Texas Prisons)에 따르면, 위스콘신주에서는 온도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감옥에 냉방시설을 설치하라는 명령(Jones El v. Berge, US Court of Appeals, 7th Circuit, July 02, 2004)을, 미시시피주에서는 체감 온도가 화씨 90도(섭씨 32.2도)를 넘으면 선풍기와 얼음물, 그리고 매일 샤워할 권리를 제공하라는 법원 명령(Russell v Johnson, US Court of Appeals, 5th Circuit, May 21, 2003)을 받아냈습니다. 볼티모어 시 구치소에서는 열 관련 상해에 더욱 취약한 수감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를 확보했으며(Duvall v Hogan, US Court of Appeals, 4th Circuit, June 28, 2016), 애리조나주의 마리코파 카운티 구치소에서는 특정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는 수용자들을 화씨 85도(섭씨 29.4도) 이하의 온도로 유지되는 수용실에 수감하라는 법원 명령(ACLU Arizona, Graves v. Penzone 등)을 받아냈습니다.

6. 일본의 경우, 2018년 11월 교토변호사회가 “피수용자가 인간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신체적 고통과 생명의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하여, 수용자의 방실에 에어컨을 설치할 것, 현재의 청사시설에서 이것이 어렵다면, 에어컨 설치를 대체할 최대한의 대책을 강구함과 동시에 조속한 개축을 포함한 수용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책을 취할 것”을 교토구치소장에게 권고한 바 있습니다.

7. 기후위기의 시대, 수용자에게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입니다. 법무부의 계획처럼 형집행법령에 “실내 적정온도 준수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규정만 신설하면 교정시설 냉난방은 소측의 재량에 따라 예산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혹서기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는 국가배상 소송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실내 적정온도 기준 및 이를 준수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임을 법령에 명시하고, 명시된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설비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8. 한편, 우리 단체들은 2019년 8월 “행집행 관련 법령으로 실내 적정온도 기준을 정함으로써 수용자에게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2020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원회의 방문조사 조사 범위에 포함되었던 사항이며, 위원회는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수용자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위한 권고를 하였으므로, 본 진정사건을 별도로 조사하여 다른 취지의 권고 또는 추가적인 권고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하다”며 각하 결정을 통지한 바 있습니다.

9.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붙임. 정보공개 자료
2021-01-22 11:52:20
110.11.24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