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공동 성명] 법무부는 유가족에게 배상하고 보호장비 남용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1-10-04 11:02:54  |   icon 조회: 527
[공동 성명]
법무부는 유가족에게 배상하고 보호장비 남용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국가인권위의 부산구치소 보호장비 착용 노역수형자 사망 사건 권고에 대한 입장

1. 7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5월 부산구치소 보호실에서 보호장비 착용 14시간 만에 사망한 노역수형자 ㄱ씨에 관한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유가족에게 적절한 금액을 배상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에는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2. 국가인권위 결정에 따르면, 벌금 500만원 미납으로 체포된 ㄱ씨는 5월 8일 오후 11시께 부산구치소에 수용됐다. 3년 전부터 공황장애 등으로 약을 복용하던 ㄱ씨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독방에 수용되었는데 9일 오전부터 벽지를 뜯는 등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ㄱ씨의 건강 상태는 주간 담당 교도관들에게 공유되지 못했다. 소측은 9일 오전 10시 39분께 ㄱ씨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보호실로 옮겼고 오후 4시께 금속보호대와 양발목보호장비를 착용시켰다. 소측은 이날 저녁 식사도 지급하지 않았고 식사 시간에는 일시 해제하도록 되어 있는 보호장비를 해제하지도 않았다. ㄱ씨는 보호장비 착용 14시간만인 10일 오전 5시 53분께 의식을 잃었고 오전 7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7시 40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3.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권고에 따라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배상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는 유사 사건에서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유가족은 고인의 죽음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 별도로 국가배상청구 소송 등 권리구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유가족이 하급심에서 승소하더라도 국가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여 정의의 실현을 지체시키기 일쑤였다. 법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직접 감찰 결과 “당직 근무자 간 인계 및 계호 소홀, 야간·휴일 의료 처우 부재, 보호장비 사용의 부적정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확인”했고 “현장 근무자 및 감독책임자 등 관련자 18명에 대하여 인사조치, 중징계”했다고 발표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사건인 만큼 국가는 유가족이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를 밟기 전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배상해야 할 것이다.

4. 보호장비는 △머리보호장비 △발목보호장비 △보호대 △보호의자 △보호침대 △보호복 △포승 등 신체를 직접 결박하여 고통을 주는 것으로 ‘현대판 신체형’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보호장비 사용 여부는 징벌처럼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징벌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선 교도관이 결정한다. 징벌은 구체적인 규율 위반 행위가 있을 때 집행되지만, 보호장비는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와 같이 추상적인 이유로 사용될 수 있다. 형집행법 제99조 제1항은 “교도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야 하며, 그 사유가 없어지면 사용을 지체 없이 중단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유 소멸 여부 또한 교도관이 판단하므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권고에서 사건 직후인 2020년 7월 법무부가 ‘인권보호 중심의 정신질환 수용자 관리 개선방안’(아래 ‘법무부 방안’)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중복적으로 제도 개선 권고를 하는 것은 불필요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무부는 △보호장비 사용 전 소장의 사전 허가 원칙 준수 △16시간 초과 사용 제한(하나의 보호장비를 단계별로 교체·사용하고, 둘 이상 보호장비 사용 지양) △식사·용변·세면 시 등 30분 이상 일시 해제 시간 엄격 준수 등 사용 중 통제강화 △정신질환자 수용자의 경우 8시간 이상 계속 사용하는 경우 소장 사전 허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방안은 실효성이 없어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5. 법무부는 보호장비 사용 전 소장 허가 원칙을 준수하겠다고 하나, 현장에 부재할 가능성이 높은 소장이 보호장비 사용이 필요하다는 현장 교도관의 의견을 거슬러 보호장비 사용 명령을 하지 않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미 형집행법 시행령 제120조 제1항은 “교도관은 소장의 명령 없이 수용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소장의 명령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에는 사용 후 소장에게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에서 사용 후에라도 보호장비 사용을 보고받았을 소장은 보호장비 해제 명령을 하지 않았고, 결국 ㄱ씨는 사망했다.

6. 보호장비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신체를 직접 구속하는 보호장비를 폐지하고 보호실·진정실 수용으로 대체해야 한다. 이미 일선 교정시설에 자살 및 자해 방지 등의 설비를 갖춘 보호실·진정실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수용자에게 보호장비를 착용시키고 이에 더해 보호실에도 수용하고 있다. 이미 2018년 국가인권위는 10개 교정시설에 대한 방문조사 후 2019년 법무부에 원칙적으로 보호실·진정실을 활용함으로써 보호장비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보호실·진정실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고 국가인권위는 이를 ‘권고 불수용’으로 공표하기까지 했다. 법무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이번 사망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둘째, 불가피하게 보호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무기한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 형집행법령은 보호의자·보호침대·보호복 외 보호장비의 최장 사용 시간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부산구치소는 2017년 8월~2018년 7월 보호장비를 착용한 382명 중 1일 초과 3일 이내인 경우가 192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심지어 10일을 초과한 사례도 1명 있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서기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의 보호장비 사용 기간이 1일을 초과하는 경우가 전체 보호장비 사용 건수의 30~40%에 달했다. 2019년 권고에서 국가인권위도 “흥분한 수용자가 그 흥분 상태를 장시간 계속 가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보호장비로 인해 더욱 흥분상태가 유발되는 측면도 있다”며 “보호장비를 지속적으로 장기간 활용하기 보다는 심신안정을 위한 심리상담이 더 유용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방안은 원칙적으로 보호장비를 연속하여 16시간 초과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으나, 일반적으로 보호장비를 착용한 수용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항의를 하기 마련인데, 소측은 이를 새로운 사용 사유라며 보호장비 사용 시간을 사실상 연장할 우려가 있다.

셋째, 보호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둘 이상의 보호장비 중복 착용을 금지하여 수용자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중하지 말아야 한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80조는 “하나의 보호장비로 사용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둘 이상의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서기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보호장비 사용 건수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둘 이상의 보호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사망한 ㄱ씨도 금속보호대와 양발목보호장비 등으로 손발이 묶였다.

넷째, 보호장비를 사용하더라도 보호장비의 일시 중지·완화를 의무화하고 그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84조 제2항은 “교도관은 보호장비 착용 수용자의 목욕, 식사, 용변, 치료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장비 사용을 일시 중지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교도관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을 뿐이다. 불가피하게 보호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수용자의 용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장비의 사용을 일시 중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에 더해 취침 시간에도 보호장비를 일시 중지·완화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ㄱ씨는 사망 전날 “오후 내내 및 밤새도록 보호장비 착용 상태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보호실 내를 서성이며 몸으로 문을 밀치고 스피커폰을 누르려하고, 허공에 소리를 지르거나 혼자 중얼거리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ㄱ씨는 보호장비 때문에 취침도 못하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것이다. 2019년 권고에서 국가인권위도 “적어도 수용자의 수면권과 건강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수면시간에는 보호장비를 해제하거나 최소한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수면시간에도 자살 등 사건이 많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 직후 법무부는 ‘취침시간(22:00~06:00) 보호장비 원칙적 해제’ 방침을 밝혔으나, 소란·난동 시 재사용한다는 단서를 붙여 취침 시간 사용의 길을 열어뒀다. 현장에서는 예외가 원칙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 방안은 보호장비 해제 요건을 취침시까지 확대했으나 그 적용 여부는 여전히 교도관의 재량으로 두고 있다. 취침, 목욕, 식사, 용변, 치료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장비 사용을 반드시 일시 중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을 교도관의 의무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형집행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다섯째, 수용자 의료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 ㄱ씨가 부산구치소에 수용된 때는 금요일 밤으로, 의무관 4명이 모두 퇴근한 후여서 신입 수용자가 받아야 할 건강진단이 시행되지 않았다. 휴일에는 의무관이 출근하지 않아 보호장비를 착용한 수용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국가인권위 결정에 따르면 사망 당일 오전 6시 16분께 교도관이 ㄱ씨 얼굴 땀을 닦고 보호장비를 해제했는데 ㄱ씨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쓰러져 드러누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교도관은 보안과 교도관에게 “상황을 지켜보고 혹시나 안 좋으면 의료과에 진료 요청해봐라”고 말했을 뿐이고, 보안과 교도관은 CCTV로 영상계호만 하다가 6시50분이 되어서야 의료과에 활력 징후 측정을 요청함으로써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 이후 법무부는 “수용자 건강 의심시 영상통화 화상 시스템 통해 재택의무관이 직접 상태 확인”하겠다고 하나 영상통화는 의무관의 대면 진료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휴일에도 교정시설의 의료 처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의료 인력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보호장비의 남용 방지도 중요하지만 보호장비 사용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해나가야 한다. 수용자가 자살·자해·위해를 감행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과밀수용 해소 △독거수용 원칙 관철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한 의료 처우 개선 △수용자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 개선 △수용자 처우에 대한 신속·공정한 구제 절차 마련과 정보의 공개 등 전반적인 수용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보호장비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7. 보호장비의 남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노역수형자에게 수갑과 발목보호대, 금속보호대, 머리보호구를 채워 폭행하고 상해를 입혀 2016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4년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조아무개씨가 머리보호장비, 수갑, 발목보호장비 등을 28시간 동안 착용해야 했다. 최근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가 보호외국인에게 뒷수갑을 채워 손목을 포박하고 등 뒤로 두 발을 묶어 사지를 연결해 새우등처럼 몸을 꺾게 하는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로 수 시간 동안 특별계호실에서 격리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ㄱ씨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장비 남용을 막을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건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2021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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