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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남긴 과제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2-07-15 13:16:00  |   icon 조회: 394
[공동논평]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남긴 과제

교정시설 과밀수용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011년 부산구치소 등 수용자 2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2016년 1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도 여전한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실태를 개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이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형집행법령을 개정하여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1인당 수용면적을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선언해야 한다. 법무부가 수용정원 산정 기준을 혼거실 2.58㎡당 1명 등으로 정하고 있을 뿐, 수용자의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한 최소 면적 기준은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1인당 수용면적에 관한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생활수준과 환경을 고려하면서 인간의 존엄성 보장에 합치하는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가능한 일이다. 형집행법에 1인당 수용면적 기준의 근거 조항을 두고, 구체적인 수치는 하위 법령에 위임함으로써 시대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치 최저임금의 기준을 결정하는 것과 유사하게 국가는 구금시설 수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생활 조건의 최저기준을 정립할 의무가 있다.

한편, 교정시설 정원을 산정하는 1인당 면적이 규정된 ‘법무시설기준규칙’은 법무부훈령으로 그 내용이 전부 비공개되어 있다. 이에 따라 1인당 기준 면적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이나 법원의 판결문, 국가인권위 결정문에 인용된 수치만 일부 공개되어 있는 상황이다.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수용실 면적이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알 수 없어 선뜻 불복하기도 어렵다. 공개된 형집행법령에 1인당 수용면적을 규정하면 그 내용이 일반에 공개됨은 물론 제정·개정·폐지 과정에서 입법예고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그 적절성을 미리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1인당 수용면적을 국제기구와 외국의 기준을 참고하여 상향해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가배상 책임의 기준이 되는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을 법무부가 정한 2.58㎡ 보다 적은 2㎡라고 판단한 부산고법의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이는 원심 판결이 수용자가 누운 방향으로 가로로 어깨넓이보다 넓은 1m 정도의 공간은 최소한 확보되어야만 다른 수용자들과 부딪히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제시한 기준이지만, 사물함이나 싱크대 등의 면적을 뺀 실제 사용 가능 면적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이므로 현실성이 없다. 1인당 수용면적을 법무부 보다 좁게 인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로는 교정시설에 만연한 과밀수용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과밀수용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법무시설기준규칙’에 따라 수용실 정원을 계산하는 혼거실 1인당 기준 면적은 △1992년 1.65㎡ △2002년 2.48㎡ △2006년 2.58㎡(일본 교정시설 기준) △2014년 화장실 제외 3.40㎡(국제적십자사 기준)로 점차 늘어나다가 2017년 화장실 포함 3.40㎡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설계된 서울동부구치소와 증축시설들은 3.4㎡를 기준으로 하며 그 외 나머지 시설은 2.58㎡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국가인권위원회 2018. 11. 5.자 17직권0002100·16진정0380801 등 25건(병합) 구금시설 과밀수용으로 인한 수용자 인권침해 직권조사 등 결정).

위 결정문에 제시된 국제기구 및 외국의 혼거실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은 유럽고문방지위원회 7㎡, 독일 7㎡, 일본 7.2㎡인데, 한국은 2.58㎡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수용면적을 외국의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한국의 수용률은 국제적십자사 기준(3.40㎡)으로는 152%, 유럽고문방지위원회 기준(7㎡)으로는 무려 300%를 넘게 된다는 것이 위 국가인권위 결정문의 분석이다.

법무부도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이후 2021년 1월 교정시설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대책을 마련한다면서 3밀 환경 개선을 위해 1인당 수용면적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1인당 수용면적을 상향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행형의 목적인 교정교화 및 재사회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용자들이 일반 사회에서의 생활 조건과 가능한 한 유사한 생활 조건 하에서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자유박탈로 인한 해악적 효과를 차단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거실 바닥에 등을 온전히 대고 잠을 잘 수도 없을 정도로 비좁은 수용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밀수용에 따라 공간이 협소해지면 수용자들의 스트레스에 따른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게 되어 공동생활이 원만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시설 정원에 따라 마련된 접견·의료·실외운동·작업 등 재사회화를 위한 자원도 모자라게 된다.

구금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제외하고는,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에 적합하고 수용자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는 생활 조건이 필요하다.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1인당 수용면적을 법령에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선언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2022년 7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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