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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중경비처우급 수형자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강제 사건 국가인권위 진정 제기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3-08-30 13:38:22  |   icon 조회: 502
[보도자료]
중경비처우급 수형자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강제 사건
국가인권위 진정 제기

1. 교정시설 중경비처우급 수형자가 편지를 발송할 때 봉함하지 않고 제출하도록 한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제기되었습니다. 형집행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은 “수용자는 편지를 보내려는 경우 해당 편지를 봉함하여 교정시설에 제출한다”라고 규정하면서도 중경비처우급 수형자가 변호인 외의 자에게 편지를 보내려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8월 30일 우리 단체들은 △피해자가 편지를 발송할 때 피진정인들이 무봉함 제출을 강제함에 따라 내용 검열 우려로 편지 발송을 주저하게 되어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당했고, △이는 무봉함 제출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금지물품의 확인이 가능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와 배치되며,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라는 이유만으로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취지로 법무부장관과 경북북부제2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2. 구 형집행법 시행령(2008. 10. 29. 대통령령 제21095호로 개정된 것) 제65조 제1항은 “수용자는 보내려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정시설에 제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편지를 발송하려는 모든 수용자는 봉투를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편지를 교정시설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해 “수용자가 보내려는 모든 서신에 대해 무봉함 상태의 제출을 강제함으로써 수용자의 발송 서신 모두를 사실상 검열 가능한 상태에 놓이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최소 침해성 요건을 위반하여 수용자인 청구인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333 결정). 위헌 결정 이후 2013. 2. 개정된 형집행법 시행령은 편지 발송시 무봉함을 원칙으로 하고 그 예외로 마약류사범 등을 규정했습니다. 형집행법 시행령은 2017. 9. 추가로 개정되었는데 이 때 ‘중경비처우급 수형자’가 예외로 추가되었습니다.

3. 피진정인들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등을 위해 발송 서신의 무봉함 제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습니다. 수용자가 받는 편지의 경우 외부로부터 금지물품이 반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용자가 외부로 보내는 편지의 경우 수용자가 이미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지 않는 한 편지에 금지물품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도관은 금지물품을 숨기고 있다고 의심되는 수용자의 거실과 작업장 등을 수시로 검사할 수 있으므로, 교정시설 외부로 보내는 편지에서 금지물품 포함 여부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낮습니다.

4. 한편, 현행 법령은 금지물품의 확인 방법으로 무봉함 제출만을 강제하고 있으나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인 방법으로도 금지물품의 확인이 가능합니다. 2012년 위헌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수용자의 교화 및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용자가 밖으로 내보내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한 것이나, 이와 같은 목적은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로 하여금 서신을 봉함하게 하는 방법, 봉함된 상태로 제출된 서신을 X-ray 검색기 등으로 확인한 후 의심이 있는 경우에만 개봉하여 확인하는 방법, 서신에 대한 검열이 허용되는 경우에만 무봉함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피진정인들은 이러한 대안을 강구하지 않은 채 피해자와 같은 중경비처우급 수형자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무봉함 제출을 강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5. 금지물품의 확인을 위해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차별에 해당합니다. 경비처우급을 결정할 때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비처우급은 분류심사를 통해 결정되는데 형이 확정된 후 실시되는 신입심사와 형기에 따른 정기재심사(형기의 1/3, 1/2, 2/3, 5/6 시점)로 나뉩니다. 경비처우급은 △본범 및 과거범죄 사항, △위험성 및 개선도 평가, △도주 또는 자살시도 등의 지표별 정해진 점수를 합산하여 △23점 이하는 개방처우급(S1), △24점~37점은 완화경비처우급(S2), △38점~63점은 일반경비처우급(S3), △64점 이상은 중경비처우급(S4)으로 결정됩니다. 정기재심사에서는 매월 작업장 또는 수용동 교도관으로부터 제출된 수용생활태도 및 작업ㆍ교육점수를 평정한 소득점수 등에 따라 경비처우급의 상향 또는 하향이 결정됩니다. 징벌 처분을 받은 경우 경비처우급이 하향될 수 있으나, 징벌의 이유인 규율 위반의 양상이 입실거부 등으로 다양할 수 있으므로, 징벌 전력 자체가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를 평가할 때 그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는 각 수용자별로 개별적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6. 전체 수형자 중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중경비처우급 수형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법무부의 <2023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경비처우급 수형자의 비율은 2013년 6.9%에서 2022년 9.2%로 늘어나 전체 수형자의 1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가 높다고 간주하는 것은 그 근거가 부족합니다.

7.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를 각 수용자별로 개별적으로 평가하여 발송 편지를 무봉함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는 현재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형집행법 시행령 제65조 제1항 제1호 가목은 “법 제104조제1항에 따른 마약류사범ㆍ조직폭력사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수용자”가 변호인 외의 자에게 편지를 보내려는 경우 무봉함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직폭력·마약류 수용자의 경우 이미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대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해 소장은 분류처우위원회의 의결 또는 교도관회의의 심의를 거쳐 관심대상수용자를 지정(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94조 및 제211조)할 수 있는데, 이때 범죄의 종류를 따지지는 않으므로, 금지물품의 반출 위험도가 높은 수용자가 누락될 여지와 같은 입법의 공백도 없습니다.

8.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대상이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로 규정되어 있으나 경북북부제2교도소 외 다른 교정시설에 수용된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는 편지 발송 시 봉함하여 제출하고 있습니다. 경비처우급이 중경비처우급으로 동일함에도 단지 수용된 교정시설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봉함 제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의 경우에도 2021. 11.경 A교도소에서 경비처우급이 중경비처우급으로 하향되었으나, A교도소 및 2021. 12. 이송된 B교도소에서도 발송 편지의 무봉함 제출을 강요받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2023. 5. 8. 일과 종료 후 경북북부제2교도소 수용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화면 하단 자막에 송출된 “경비처우급이 S4인 수용자들은 편지 발신 시 봉투를 봉함하지 말고 개봉한 상태로 제출하고, 봉해져 있는 편지는 반송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문을 확인했는데, 그 전까지는 일체의 안내 방송이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9. 발송 편지에 대한 무봉함 제출 강제 조치는 내용 검열을 가능하게 합니다. 특히 교정시설의 처우 또는 운영에 관하여 불만을 가진 수용자의 경우, 편지에 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소측에 의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교정시설 내에서 심각한 기본권 침해 상태가 방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0. 우리 단체들은 발송 편지 무봉함 제출 강제 조치의 중단을 경북북부제2교도소장에게 권고할 것을 국가인권위에 요구했습니다. 또한 중경비처우급 수형자를 발송 편지 봉함 제출 원칙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는 형집행법 시행령 조항의 삭제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11.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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