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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건설노조 구속자 폭염수용 및 과밀수용 국가인권위 진정 제기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3-09-12 11:55:37  |   icon 조회: 501
[보도자료]
건설노조 구속자 폭염수용 및 과밀수용
국가인권위 진정 제기

1. 건설노조 구속자가 겪고 있는 폭염수용 및 과밀수용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되었습니다. 피해자 최명숙 씨(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는 지난 4월 25일 구속되어 현재까지 인천구치소 여성수용동에 미결수용자로 수용되어 있습니다. 피해자는 과밀수용으로 칼잠을 자야 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연일 폭염이 계속되었지만 인천구치소 측은 수용거실의 온도를 기록하지도 않고 있는 등 혹서기 교정시설 수용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9월 12일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장관과 인천구치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과밀수용>

2. 피해자가 수용된 인천구치소 301동 2호실의 면적은 16.69㎡로 정원은 5명인데 최대 9명이 수용되어 있어, 1인당 수용면적은 1.85㎡에 불과했습니다. 피해자는 취침 시 8명이 수용되었을 때는 1인당 75㎝×150㎝ 매트리스를, 9명이 수용되었을 때는 55㎝×150㎝ 매트리스를 깔고 칼잠을 자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숨이 막힐 지경인데다가 폭염과 높은 습도까지 겹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수용거실을 옮겼으나 이 거실의 면적은 21.19㎡, 정원은 6명이나 현재 10명이 수용되어 있어, 1인당 수용면적은 2.12㎡에 그치는 등 과밀수용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3. 2016년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같은 결정에서 재판관 박한철·김이수·안창호·조용호는 보충의견을 통해 “국가는 수형자가 수용생활 중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교정시설 내에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하여야 한다. 다만, 교정시설 확충과 관련된 현실적 어려움을 참작하여, 상당한 기간(늦어도 5년 내지 7년) 내에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도록 개선해 나갈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3헌마142 결정). 보충의견이 제시한 5년 내지 7년의 기간이 2023년 말로 다가왔음에도 과밀수용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4. 과밀수용은 단순히 정원을 초과하는 수용 상태가 아니라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생활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수용실 정원 계산시 적용하는 1인당 기준 면적을 다른 국가의 기준을 참고하여 상향해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혼거실 수용자 1인당 기준면적은 국제적십자사 3.40㎡, 유럽고문방지위원회 7㎡, 독일 7㎡, 일본 7.2㎡로 다양합니다. 최소한의 국제기준면적인 국제적십자사의 3.40㎡를 기준으로 2017년 12월말 기준 한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을 계산해보면 152%에 이르며 유럽고문방지위원회의 기준인 7㎡를 기준을 적용하면 수용률은 무려 300%를 넘게 된다고 합니다(국가인권위원회 2018. 11. 5.자 17직권0002100 . 16진정0380801 등 25건(병합) 결정). 법무부도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직후인 2021년 1월 교정시설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대책을 마련한다면서 3밀 환경 개선을 위해 1인당 수용 면적 상향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5. 이 사건은 여성·미결 수용자의 과밀수용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건과 차이가 있습니다. 법무부가 정한 교정시설별 수용정원의 산정기준은 공개되어 있지 않지만, △독거실 1실당 1명, △혼거실 2.58㎡당 1명, △장애인 혼거실 3.3㎡당 1명(신축예정시설의 경우 4.3㎡당 1명), △외국인 수형자, 여자수용자 및 직업훈련 수형자 혼거실 3.3㎡당 1명, △병수용동 혼거실 4.3㎡당 1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 기준에 따르면 피해자는 혼거실에 수용된 여성 수용자이므로 1인당 수용면적으로 최소 3.3㎡를 보장받아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것입니다.

6. 한편 미결수용자인 피해자에게 과밀수용으로 고통을 가하는 것은, 형사사법절차의 상대방인 국가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사실상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미결수용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도주·증거인멸의 방지 및 시설 내 규율·안전 유지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를 제외하고 나머지 처우는 일반인과 동일해야 할 것입니다. 2001년 헌법재판소는 “미결수용자들은 구금으로 인해 긴장, 불안, 초조감을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고 위축되며,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해치기 쉽고, 자칫 열악하고 불리한 환경의 영향으로 형사절차에서 보장되어야 할 적정한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거나 나아가 기본적 인권이 유린되기 쉽다. 그러므로 구금자체의 폐단을 최소화하고 필요이상으로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들의 형사절차상 방어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규율수단의 선택에 있어 충돌되는 이익들간의 신중한 비교교량을 요하며, 통제의 효율성에만 비중이 두어져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1. 7. 19. 선고 2000헌마546 결정). 국제인권기준인 넬슨만델라규칙 제113조는 “미결수용자는 기후에 따라 상이한 지역적 관습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별 거실에서 혼자 자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수형자에 비해 미결수용자의 야간 독거수용 원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결수용자에 대한 과밀수용은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폭염수용>

7. 교정시설 수용자는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어 폭염과 한파에 더욱 취약한 계층입니다. 폭염이 계속되던 2016년 8월, 1인당 1.74㎡ 면적의 부산교도소 조사수용실에 갇힌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열사병 등으로 잇달아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교정시설 방문조사에 따른 권고에서 △관련 법령에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여름철 최고온도와 겨울철 최저온도) 기준을 마련하고 교정기관에 수용거실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 △혹서기·혹한기에 수용거실 실내온도의 측정 방식, 측정 시간대 및 주기, 기록의 보관 의무 등과 관련된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 등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권고를 받은 법무부는 “섣불리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적정 실내온도 미준수에 따른 각종 국가배상 소송 등이 제기될 우려가 있”어 국가의 의무를 선언적으로 밝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며 “실내 적정온도 준수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붙임1.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에 대한 의견 및 이행계획 통지(법무부)). 그러나 법무부는 현재까지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고 입법예고 등 법령 개정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8. 지난 8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각 교정시설에 정보공개청구한 결과, 7월 기준으로 수용거실 실내온도를 측정하지 않는 교정시설이 다수 확인되었고, 측정하는 시설도 실내온도의 측정 시간대 및 주기 등이 시설별로 제각각이었습니다.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를 포함한 전국 55곳의 교정시설 중 개청 준비 중인 거창구치소를 제외한 54곳 중 수용거실의 온도를 측정하고 기록하여 정보공개한 시설은 25곳(46.3%)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온도를 측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부존재 등 통지를 한 시설은 19곳(35.2%), 온도를 측정하지만 기록하지 않는다고 답한 시설은 3곳(5.6%)에 이르렀습니다. 한편,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부존재 통지를 한 곳도 7곳(12.9%)에 달했는데, 이 중에서는 온도를 측정하지 않는 곳도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용거실 온도를 측정하는 교정시설 25곳 중 6곳(대전교도소, 목포교도소, 서울남부구치소, 수원구치소 평택지소, 순천교도소, 의정부교도소)은 여름철 폭염 시간대인 오후 시간대가 아니라 심야나 새벽에 측정하고 있어 폭염에 대처하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피해자가 수용되어 있는 인천구치소의 경우, 수용동에 온도계가 있는 수용거실이 있으나 따로 온도를 기록하는 자료 및 장부는 없고. 적정온도 및 습도에 관한 규정도 없는 상황입니다(붙임2. 정보공개 청구외(부존재) 통지서(인천구치소)). 이는 피진정인이 혹서기 교정시설 수용 환경을 적정하게 유지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표-첨부파일 참조)

9. 우리 단체들은 △여성수용자에 대한 과밀수용이 완화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개선대책을 마련할 것 △형집행법령을 개정하여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1인당 기준 면적을 규정하고, 1인당 기준 면적을 다른 국가의 기준을 참고하여 상향할 것 △냉방설비 개선을 포함한 폭염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강구할 것 △형집행법령에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여름철 최고온도와 겨울철 최저온도) 기준 및 교정시설이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규정, 혹서기·혹한기에 수용거실 실내온도의 측정 방식, 측정 시간대 및 주기, 기록의 보관 의무 관련 규정을 명시함으로써 수용자에게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할 것을 피진정인들에게 권고하도록 국가인권위에 요구했습니다.

10.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붙임
1.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결정에 대한 의견 및 이행계획 통지(법무부) (별도파일)
2. 정보공개 청구외(부존재) 통지서(인천구치소) (별도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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