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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에 대한 천주교 전주 교구의 입장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2-05-09 17:03:58  |   icon 조회: 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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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면 흔쾌한 마음으로 협력하기보다는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풍조가 조성되었습니다. 그것은 주로 군사 독재시절에 정부가 국민의
의사와는 아무 상관없이 일을 처리하곤 하던 관행에서 비롯된 폐습이라 하겠습니다. 그래
서 심지어 응당 해야 할 일을 두고서도 정부나 관에서 하는 것이라면 반대를 위한 반대의
심정에 기울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권력자가 혼자서 결정하고 밀어 부치는 식의 이른바 독재 시대가 가고 명실공히 민주 정
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는 바로 이런 불행한 관행이 사라지고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해서
나라의 일을 처리해 나가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상 많은 점에서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멀리는 일제 시대, 가깝게는 군사독재 시대의 잔재가 남아있는 구석을 여
기 저기에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큰 일을 두고
도 충분한 논의나 객관적인 연구의 과정이 생략된 채 졸속으로 결정되고 시행되는 등 밀
실 행정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나라의 근래 역사만 되짚어 보아도 그런
예를 우리는 수없이 찾아낼 수 있습니다. 금강산 댐, 율곡사업, 고속전철, 시화호, 동강
댐 등이 그런 예들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의견 대립과 함께 온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새만금
사업도 그 가장 대표적인 예의 하나입니다. 이 계획이 마련된 지는 10년이 넘었고 그 동
안 엄청난 예산을 들여 서서히 진행되어 왔는데도, 이것이 전국민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기
시작한 것은 극히 근래의 일입니다. 비용의 면에서 뿐 아니라 특히 생태 및 환경의 면에
서 상상을 초월하는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는 중대한 이 사안이, 구상 단계에서 국민
은 완전히 배제된 채, 거의 정치적인 논리만이 있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
다. 말하자면 대다수 국민은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일이 진행되
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바다에 대규모의 방조제가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사안의 심각성에
의식이 깨어난 것입니다.

이 사업에 관한 평가는 경제적인 측면만 따로 놓고 보아도, 갯벌에 비해 그것을 농토로
바꿨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2배에서 3배가 많다는 것부터, 반대로 갯벌을 그대로 두
는 쪽이 농토로 바꿨을 경우에 비해 3.3배에서 100배나 더 많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전문
가들의 의견은 너무나 대립되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정부 부처간에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려서, 예를 들면 이 사업의 관련 부처인 농림부와 환경부 및 해양수산부의 의견이 특
히 깨끗한 환경 보존이라는 명제를 두고는 정 반대라고 할만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
다. 말하자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추진한 시화호 담수 계획이 완전히 실패하여 결국 해수
를 끌어들인 것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 농림부를 제외한 환경
부와 해양수산부의 의견인 셈입니다.

이처럼, 전문가들과 행정기관들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
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1. 새만금 사업은 시작되지 않았더라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2. 그런데 일은 이미 상당히 진척되어 있고, 여기서 중단하거나 포기하기에는 쏟아 부은
혈세가 너무 아깝다는 점 말고도, 이미 축조된 방조제를 철거하기로 하면 그 비용이 축조
비보다도 더 클 것이라는 점 때문에, 우리는 모두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3. 따라서 환경 및 생태계 파괴를 최소로 줄이면서 이미 축조된 방조제를 효과적으로 이
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이 방향에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두고 철저히 연구하여 국민
의 동의 절차를 거쳐서 이를 확정해야 한다.
4.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어느 쪽으로든지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이미 만들어진 방조
제의 부분적 유실 등 약간의 손실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전문가들을 동원
하여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정부가 어느 쪽으로든 성급하게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사안의 본질과
는 아무 상관없이 정치적 고려나 이익 단체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입
니다. 우리는 행정 당국자들의 고층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이상과 같은 견해를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이 일을 두고 더 이상 국력이 낭
비되거나 자손 만대에 걸쳐 후회하게 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200년 5월 4일

천주교 전주 교구 정의 평화 위원회
2002-05-09 17: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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