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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생각하나
icon 관리자
icon 2002-05-10 12:57:33  |   icon 조회: 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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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은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이 어떻게 결정되어 가는지를 보러 오셨습니다. 이도행은 4년 4개월 전에 이미 무지하고 무책임한 수사기관과 흥미 위주의 언론보도에 의해 죽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를 그렇게 놓아둘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는 이유는 첫째로 이도행의 원래 모습 즉, 평범한 가정의 한 남편이자 의사로서의 모습을 다시 찾아, 그의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둘째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지난 98년 11월 13일 대법원에서 무죄의 2심판결을 깨고 다시 원심 고등법원에 되돌려 보냈을 때, 우리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몇 차례의 예비 모임을 갖고, 99년 9월 6일, 김수환 추기경님의 따뜻한 관심 속에 발족 미사를 명동 전진상 교육관에서 가졌습니다.

사건이 있던 해 그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습니다. 그 해 그는 공중보건의를 막 끝내고 다시 같이 살게된 가족과 장모님을 모시고 괌 여행을 다녀온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던 날, 그는 자신의 병원을 개원하여 첫 출근을 하는 인생의 밝은 희망만 가득안고 있던 의사초년병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는 굳이 처를 죽여야 할 동기도 없었습니다. 그 직전 몇 달 공중보건의로 있던 강릉에서 매일 3, 4통의 전화를 서로 주고 받던 부부사이였습니다. 그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는 아무 것도 없으며 무책임한 법의학적 소견하나로 인생행로의 첫 출발에서 그의 모든 것은 날아가 버렸습니다.

우리는 여러 궁리 끝에 법의학에 세계적 권위자이신 크롬페처 교수님을 멀리서부터 모셔와 법정증언을 들었습니다. 이 분은 시강과 시반을 이용한 사망시각 추정에 권위자십니다. 크롬페처 교수는 이 사건 피해자가 이도행의 출근 시각인 당일 7시 이전에 사망하였다고 확언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대로 7시 이후에 사망하였다고 보는 것은 아주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증언하였습니다.

이분 이외에도 세계법의학회장, 영국 법의학회장을 역임한 버나드나이트 교수를 비롯한 많은 외국의 법의학 교수님들로부터 이 사건에서 사망 시각을 추정하기 어려우며 이도행 출근 이후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그가 무죄임을 밝힐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한 가지씩 실행해 나갈 것입니다. 이 사건에 여러분들이 깊은 관심을 갖고 잘잘못을 따져주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일은 누구에게나 또 일어나게 될 것이며, 또 다른 누구가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사라져 갈 것입니다. 부디 오늘 마음을 열고 이 세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배심원이 되시어, 이도행을 객관적으로, 현명하고 공정하게 바라보아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우리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 은 이도행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억울하게 죄인의 누명을 쓰고 고통당했던, 그리고 고통 당할 많은 이들을 위한 모임입니다.

피해자와 피의자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수사기관에 대해 우리는 감시의 눈을 늦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날의 현장 수사에서는 지문이나 체온 등 진상파악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제대로 수집된 바 없습니다. 법의학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욕조 물의 온도, 욕실 내의 온도 기록도 없습니다. 심지어 범행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는 베란다의 커튼 줄은 잘린 상태가 확실하지 않으며, 현장을 찍은 비디오는 세부 사항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92년 11월 이와같은 방법으로 수사를 받았던 당시 김기웅 순경도 이도행과 똑같이 무책임한 법의학적 사망시각 추정에 의해 역시 살인범이 되어 우연히 범인이 잡히던 날까지 억울하게 옥살이 한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이 재판이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어느 사회이든지 힘없고 약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고 대할 때 그 사회는 억울한 사람들을 양산해 내게 됩니다.

이 모임에 한 생명의 중요성과 인권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의 많은 참여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도행을 생각하는 모임 (대표 : 김 영욱 신부)
불교 인권위원회
천주교 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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