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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국정원의 KAL 858기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KAL 858기 가족회 / 대책위 반박 성명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06-08-01 11:38:15  |   icon 조회: 5390
국정원의 KAL 858기 사건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KAL 858기 가족회 / 대책위 반박 성명


2006년 8월 1일, 오늘, 지난 1년 8개월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진실위)에서 조사한 KAL 858기 사건에 대한 중간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라고 하는 김현희에 대한 단 한차례의 조사도 하지 못한 채 발표되는 이 중간발표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국정원과 국정원 진실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발표 내용의 진위여부를 떠나, 국정원과 국정원 진실위 모두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사면복권이 되어 자유로운 대한국민의 국민이 된 김현희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조사 할 수 없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국정원이 마치 인권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기관처럼 들리게 하는 말이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김현희가 여전히 국정원의 보호와 관리아래 있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일진데, 실소를 금치 못할 이야기이다. 정부기관이 확실한 증거도 찾지 못하고, 마땅히 해야 할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정황과 추측만으로 결과를 내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닌가?

또, 국정원이, 국정원 진실위가 출범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KAL 858기의 동체를 수색을 진행하였고, 동체로 추측되는 물체를 미얀마 해역에서 발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및 인양작업을 사실상 중단하였으며, 국정원 진실위에 그 조사내용을 숨김없이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어제 한 인터넷 언론의 보도이후 국정원 진실위가 미얀마 현지주민들의 증언 등을 넘겨받았다고 자료를 배포하였다. 그러나, 국정원의 자체 조사가 현지 주민들의 증언만을 담고 있지 않았을 것이고, 국정원의 자체 조사 당시에는 국정원 진실위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만에 하나 국정원이 자체 조사결과를 국정원 진실위에 제때 공유했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의 조사 이후 1년 이상 현지 조사를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해명해야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일들은 국정원 진실위의 출범 정신을 훼손한 것은 물론, 지난 20년간 실종된 가족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온 우리 가족들의 가슴에 다시한번 못질을 한 것이며, 국민을 기만한 용서 받지 못할 잘못이다. 국정원은 왜 한지붕 아래 있는 국정원 진실위에 조차 모든 것을 알리지 않고 조사를 했는지, 동체 추정 물체를 발견하고도 왜 1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인양작업을 하고 있지 못한지 국민이 납득할만한 답변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KAL 858기가 실종된 직후, 이 사건을 1987년 12월 16일에 있을 예정이던 대통령선거에 활용하라는 “무지개 공작 계획”이 있었음이 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김현희를 한국으로 호송한 날을 대통령선거 하루전날인 12월 15일로 택해 온 언론이 흰색 마스크를 쓴 김현희의 입국 장면으로 도배 하게 한 것만으로도 추측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막상 이것이 공식적으로 문건을 통해 확인되고 나니, 그 충격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자국민이 100명 넘게 희생당한 참혹한 비극을, 정권 재창출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또 하나의 엄청난 비극이다. 얼마나 많은 이 땅의 국민들이 권력을 지키려는 자들에 의해 희생되고, 이용당했는가? 오늘 발표된 중부지역당 사건에서도 심한 고문과 폭력이 있었다고 밝혀지지 않았는가? 국가정보원은 이러한 공작의 주범인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의 후신으로써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할 것이다.

KAL 858기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20년간 오직 이 사건의 진실을 알기위해, 온갖 인권침해와 모욕을 견디며 살아왔다. 참여정부가 들어서며 과거사진상규명의 소리가 높아지고, 국정원 진실위에서 KAL 858기 사건을 재조사한다고 할 때, 가족들은 큰 기대를 걸었고 무한한 신뢰를 주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실규명의 핵심인 김현희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국정원 진실위에 대한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국정원이 협조하지 않고, 의도적인 방해가 있었다고 한다면, 마땅히 그 사실을 엄중 항의하여 바로잡았어야 하고, 그것이 어려웠다면 언론과 국민에 알려 여론의 힘으로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했어야한다. 지금에 와서, 국정원 자체의 진실규명의 의지가 없고, 조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국정원 진실위는 좀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사건들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국정원은 만일 국정원 진실위를 자신들의 면죄부를 위한 들러리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과거 국정원의 전신인 정보기관들이 저지른 입에 담기도 힘든 잘못들을 아직 국민들은 용서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한다. 역사와 국민은 국정원을 지켜보고 있으며, 그 평가 역시 냉혹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정원과 국정원 진실위는 다시한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소명을 생각하여, 희생자들과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함을 뼛속 깊이 새기기 바란다. 여전히 가려져 있는 수많은 사건들의 진실이 하루속히 밝혀지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사건 당사자들의 양심선언과 조사하는 이들의 객관적이고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갈 때, 진실이 드러나고, 우리 역사의 한이 풀어질 것이다.

KAL 858기 가족들과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수년간 애 써온 시민사회는 다시한번 정부와 국정원, 그리고 국정원 진실위에 간곡히 부탁한다. 더 이상 이 사건의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20년을 기다려온 이 사건의 진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모든 진실이 세상에 숨김없이 알려지는 날까지 우리는 계속 지켜볼 것이다.


2006년 8월 1일

KAL 858기 가족회
KAL 858기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문의 : KAL 858기사건 진상규명을 시민대책위 (02-777-0641)
2006-08-01 11: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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