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제 19회 인권주일을 맞이하는 현 시국에 대한 성명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3:59:20  |   icon 조회: 6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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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기기 위해 한국천주교회가 제정한 제 19회 인권주일을 맞으며 현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우리는 현재의 시국상황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정부의 개혁의지는 실종되고, 국회는 개혁입법과 시급한 민생관련 현안들에 대한 해결보다는 정쟁과 당략에 의해 공전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으며, 노동자, 농민, 서민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시민, 사회단체들은 현재의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진단하고 위기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한다. 우리는 현정부의 출범초기부터 개혁의 필요성과 철저한 개혁의 시행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내용 없고 불철저한 개혁은 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축적하여 마침내 폭발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개혁의 표류와 실종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개혁만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인권위원회법, 국가보안법, 반부패법 등 3대 개혁입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야당에 대한 책임전가로는 더 이상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며 소수정부라는 변명도 분출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분노를 막아낼 수 없다. 뼈를 깎는 반성과 철저한 개혁완수라는 새로운 각오로 임할 때만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집권초기의 개혁과제의 불철저한 시행은 IMF 위기를 초래한 부패관료들과 재벌기업, 금융기관 및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의 실패로 이어져 제2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사회에 만연된 도덕적 해이는 의사파업을 비롯한 집단 이기주의와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열린금고 불법대출사건으로 표출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불법을 감시하고 처벌해야 할 금융감독원의 고위직 관료들이 불법대출사건에 관여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살했던 전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반역사적인 계획에 국민의 세금으로 200억원이 지원되는 안이 국회예결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정희 기념관에 대한 국고 지원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며 개혁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것이다.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없이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서민들에게 일방적 피해를 주고 있다.

현정부는 집권당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요구에 귀기울여야 한다. 우리국민은 정부가 호소했던 '금모으기운동'과 뼈에 사무치는 고통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에 기꺼이 동참한 바 있다. 위기상황을 솔직히 국민에게 털어놓고 동참과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민들은 이때 철저한 개혁과 이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한 후 위기상황 이전으로 원상회복되리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11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700억 달러의 해외자본을 끌어들였음에도 국내 우량기업들의 주식이 외국 투자자본에게 넘어가고 40조원의 추가 공적자금이 필요하며 한전, 한국통신 등 우량 공공부문 기업들의 해외매각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서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 가고 있는데 반해 재벌을 위시한 부유층의 부는 도리어 확대되어 가고 있고 이들의 과소비와 향락생활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경제사회 안에서 인간 소외현상, 인간보다 우선시 되는 생산과정, 인간적 요구를 고려하지 않는 노동의 조직적 구조, 무조건적인 이윤추구, 창조주의 뜻과 배치되는 가치의 전도, 형평성과 연대성을 고려하지 않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를 반대한다. 우리는 현정부의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제정책과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에 대한 전면재검토를 요구한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이반된 민심이 결코 돌아서지 않을 것이며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폭발적인 형태로 표출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은 철저한 개혁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현정부가 보다 겸허하고 솔직한 자세로 국민과 머리를 맞대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전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정부는 이제까지의 잘못된 정책을 반성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당정쇄신을 통해 새로운 개혁의 주체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개혁의 철저한 시행만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임을 인식하고 국민과 함께 개혁의 길로 매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00. 12. 5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장 김형태
2008-09-29 13: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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