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1월 8일 3대 개혁입법 제정 및 폐지, 시민종교인 기원대회 성명서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00:40  |   icon 조회: 6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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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부패방지법 3대 개혁법안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폐지 및 제정되어야 합니다.

엄동한파 속에서 우리의 가슴을 찢어지도록 아프게 하는 어둡고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동토의 한복판에 이 나라를 너무나 오랫동안 휘감고 있는 괴물스러운 악법을 고치고자 온몸을 던져 목숨 걸고 단식에 돌입한 인권활동가들의 소식이 그것이었습니다. 체감온도 20도를 넘는 한겨울 맨땅에서, 칼바람을 막을 벽도 없는 한데에서 단식을 하다가 하나 둘씩 쓰러져 병원에 실려져 나가고 있다는, 차마 제정신으로는 들을 수 없는 어두운 소식이었습니다.

김대중 정부 출범이 건국 이후 최초의 설득력을 수반한 정권교체라고 우리 모두 충심으로 동의하고, 환영한 것은 그분 한 사람의 정치사상이나 경세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개혁과 민주주의 신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노벨평화상이라는 형태로 세계가 우리 민족에게 표한 인사를 우리 민족이 지난 세기에 치러야 했던 엄청난 희생에 대한 작은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은 수상소감에서 '민주와 인권'을 거듭 강조했고, 또한 그 상이 일개인의 상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받은 상이라는 것 또한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명예로운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후 세계적인 인물이 된 '인권 대통령'은 무엇을 했습니까. 그는 우리의 이웃들이 동토의 얼음짱 같은 시멘트 바닥에 앉아 신음하면서 간절히 부르짖는 외침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가 뽑아놓은 신임 여당 대표는 인권활동가들이 왜 이곳에 앉아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들어갔는지 설명하고 싶어하는 열망을 단지 '바쁘다'는 핑계로 묵살했습니다. 사람이 자발적 의지로 단식이라는 극한의 방법으로, 민족 공동체 모두의 생존과 관련된 악법의 철폐를 처절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 일을 우선 말리고 그 일의 내용을 귀 담아 살피는 일보다 더 화급하고 중요한 일이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입니까. 그런 구실이 정치지도자의 변이라면, 그를 그토록 바쁘게 한 우리 시대의 다른 중요한 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인권활동가들이 이 겨울에 이토록 처절한 극한 단식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우리 성직자들은 이 민족에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정치지도자들보다 조금 더 현명하고, 그들보다 조금 더 용기가 있었고, 그들보다 조금 덜 탐욕적이었던 우리의 이웃들이 자신의 삶보다 더 크고 자신의 삶보다 더 영속해야 할 민족의 앞날을 위해 살신투척의 자세로 온몸을 엄동한파에 내던지는 이 모습은 장엄하고, 처절해서 아름답고, 그 뜻이 높아서 귀하고 거룩합니다. 이들 앞에서 우리는 부끄러움과 깊은 자괴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곳에서 국가보안법의 철폐와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와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몸을 웅크리고 계신 여러분들 때문에 이 민족의 명예가 지켜지고, 또한 이 민족이 세계사의 큰 흐름에서 이탈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게 됩니다. 설혹 몸은 웅크리고 있고 손발은 동상으로 얼었지만 여러분의 기개와 기상은 바닥에서 치솟는 한기로도 살을 에는 겨울 칼바람으로도 누그려뜨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은 바로 우리의 희망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슴 시리고 눈물 나는 희망이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 엄중하게 호소합니다.
경제난과 정치혐오증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이 진저리치는 정쟁의 한복판에서 어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소탐대실의 정권욕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자세를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여기 단식농성장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함께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설치를 더 이상 미루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당신이 오매불망 추구하고 계시는 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패방지법을 조속히 제정, 이 나라에 원칙과 정도(正道)가 서고, 의로움과 공정함이 흐르는 진정한 화합의 아름다운 나라가 되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당신께서 민족에게 봉사할 마지막 실천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2001년 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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