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제2의 전자주민카드, 전자건강카드 시행 방침 철회하라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03:29  |   icon 조회: 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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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당허위 청구 방지 실효 없고 개인 정보 유출하는 전자건강카드 반대한다 ―

정부는 지난 5월 31일 보험재정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자격관리 효율화, 허위청구 근원적 방지, 처방전 위변조 방지 및 보험관리업무의 전산기반 확충을 위하여 건강보험증을 IC 카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여당인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한「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안 11조에 “공단은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급여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자 또는 자기적 방법에 의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제작된 건강보험증을 발급하여 사용하게 할 수 있다”고 하여 전자건강카드 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정부의 전자건강카드 시행 방침이 애초 전자건강카드를 도입하려는 근거가 되었던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인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의 가능성을 높이며 나아가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려는 조치라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며, 전자건강카드 시행 방침과 그 법적 근거를 규정한 특별법안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먼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자건강카드는 주민등록증보다 더 강력한 국가 신분증 출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이 3천 6백만 명인 데 비하여 전자건강카드는 발급 대상이 전체 국민에 해당하는 4천 5백만 명이며, 전자지문과 같은 생체인식기술이 사용된 강력한 본인확인 기능이 도입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건강카드에 신용카드기능까지 연계하려 하고 있어 국민에 대한 국가감시의 우려가 그만큼 더 증폭되고 있다. 신용카드와 연계된 전자건강카드는 의료기관의 이용내역 및 치료행위에 대한 정보뿐만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팔때나 금융거래시에도 이용이 되며 전철이나 버스 등 교통카드 및 전자화폐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제 국민의 개인 사생활 기록이 전산망을 통해 저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이미 4대 보험 통합 전산망 운영계획은 물론 행정전산망을 포함한 7대 국가기간 전산망 통합관리를 추진하고 있어 전자건강카드의 도입은 이미 많은 문제점 때문에 철회되었던 ‘전자주민카드’보다 더욱 강력한 제2의 전자주민카드의 출현으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개인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전자건강카드는 IC 카드 형태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고 IC 칩 내부에는 개인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므로 설령 IC 카드의 보안성이 높다 하더라도 암호해독에 따른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상존하게 된다. 더욱이 전자건강카드의 신용카드 연계에 따라 신용카드 회사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즉, 대금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 회사에 전송되는 거래 내역서 등에 병력 사항과 투약 사항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은 보험회사와 제약회사 등에 상업적 가치가 높은 정보들이므로 상업적 거래에 따른 정보 유출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또한 이미 국회에 상정된 특별법 안에는 카드에 수록될 정보와 사용방법 등이 모두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카드 수록정보 등 중요한 사항들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의로 변경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민의 개인정보와 신체의 특이사항 등을 권력기관이 임의대로 변경, 저장할 수 있도록 하여 기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자건강카드 도입 이유가 되었던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 방지에 전자건강카드가 별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양상이 가짜 환자 만들기 등 허위 청구에서 진료비를 부풀려 청구하는 부당 청구가 많아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데다가 실제 진료비 청구는 자체 심사를 거쳐 진료 시점보다 최소한 2-3일 후에 이루어지므로 이 과정에서 부당 청구는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전자건강카드를 통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청구하게 되더라도 의료기관 직원 및 가족 등 환자가 의료기관과 짜고 진료비를 청구하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본인확인 기능이 허위 청구를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결국 정부의 그럴싸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자건강카드는 의료비의 부당허위 청구에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부당허위 청구 기법만 고도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전자건강카드 도입이 국민에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처음 정부는 전자건강카드 시행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3,000~6,000억 원의 비용을 민자로 충당하겠다고 하나 여기에는 카드 판독기 구입, 카드 발급 비용 및 수수료 등 정부와 국민이 부담할 비용은 모두 빠져 있고, 많게는 소요비용이 2조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민의 편익 증대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국민 부담만을 증가시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전국 6만 3천여 개 의료기관의 동시 사용에 따른 사용량 폭주는 시스템 작동 불능을 야기하여 환자의 불편을 야기할 공산이 매우 크다. 또한 전자건강카드 사업에는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의료기관과 약국, 민간기업 등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시행과정에서의 비협조와 불협화음이 생겨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효과도 입증되지 않는데다가 수조원이 소요되는 전자건강카드를 아무런 검토 없이 도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정부가 의료기관의 부당허위 청구를 방지하여 보험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시행 방침을 밝힌 전자건강카드는, 부당허위 청구 근절에 아무런 효과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개인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국민 부담 가중 등 부작용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게다가 과거 전자주민카드 도입에 관하여 제기된 무수한 문제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또 다시 제2의 전자주민카드인 전자건강카드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이다.

우리는 건강보험 재정파탄을 빌미로 전자건강카드를 도입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를 무릅쓰고 제도 도입을 강행하려는 정부 여당의 시도는 또 한번의 큰 국민적 저항과 반대를 불러올 것임을 엄중 경고하는 바이다.


2001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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