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사랑과 진실이 눈을 맞추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추리라."(시편 85장 11절)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09:39  |   icon 조회: 7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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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1월 29일 KAL 858기 사건이 일어난 지 만 14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115명의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김현희"라는 이름 세 글자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과 지식인 사회에서
제기된 설득력 있는 "수많은 의혹들"도 함께 묻혀 가고 있습니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더 늦기 전에 시작되어야 합니다.

지난 8월 KAL기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의 가족들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찾아와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진정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가족들
은 사건자체에 수십가지의 의혹들이 있지만 들어주는 사람도 밝히려는 사람도 없었
기에 외롭고 괴로운 생활이었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왔던 것입니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KAL기 사건에 대한 재검토 및 관련자료를 토대로 확인과정
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KAL기 사건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많은 의혹들이 존
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그 결과는 최근 발표된 '수지김 간첩조작사건'
처럼 당시의 안기부가 진실을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악용했을 것이라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1. 국가정보원에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제기되어 온 수많은 의혹들은 모두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졸속 수사
와 사건종결로부터 기인하고 있습니다. 115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참사에
서 담당 수사기관이 사건과 관련된 직접적 물증을 내놓지 못한 채, 용의자의 자백
만으로 사건을 종결지은 점은 상식의 선에서 생각해봐도 용인할 수 없는 부분입니
다. 지금이라도 국가정보원에서는 전면적인 재수사를 통해 의혹을 풀어 진실을 밝
히기를 촉구합니다.

2. 김대중 정부에 촉구합니다.
김대중 정부는 지난 14년간의 희생자 가족들의 뼈저린 고통을 모른 채 해서는 안
됩니다. KAL기 사건은 '수지김 조작간첩사건' 처럼 당시 안기부가 국민의 눈을 가
리고 귀를 틀어막은 채 시국을 호도하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한 가능성이 농후
합니다. 정부차원의 모든 수사권을 발동하여 진실을 밝히기를 촉구합니다.

3. 국회에 촉구합니다.
KAL기 사건은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 나아가 민족의 아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나라 국민 모두를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진상조사단 구성 등으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에 경주하기를 촉구합니다.

4. 제보와 양심선언을 기다립니다.
사건이 발생하였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의혹은 대통령 선거와 졸
속한 수사발표, 의혹제기 당사자들의 체포 등으로 점점 역사 속으로 묻히고 있습니
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선한 편에서 존재하며,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습니다. 나
름대로의 물증을 가지고 있거나,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분들의 제보와 양심선언이
진실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KAL기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조의를 표하며,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합니다. 또한 앞서 밝힌 의혹들이 밝혀질 때까지 진실규명을
위한 모든 일들을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2001년 11월 23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 천주교인권위원회
2008-09-29 14: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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