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첫 진상규명 결정에 즈음한 논평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46:50  |   icon 조회: 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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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경 의문사 사건 진상규명의 실낱같은 희망을 오늘 보았다 -

2006년 1월 1일부터 공식활동을 시작한 대통령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군의문사위)가 오늘 ‘단순 사망’으로 조작되었던 군내 2건의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 오랜시간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고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군의문사위의 진상규명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부대 회식 후, 수면 중 구토로 인해 기도가 막혀 사망한 것으로 군에 의해 발표되었던 강원도 제1야전군사령부 소속 김OO 하사는 선임하사로부터 가슴을 주먹으로 서너차례 구타당한 뒤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고, 내성적 성격에 얼굴 피부병에 의한 우울증으로 자살한 것으로 처리되었던 강원도 모 교도소의 박OO 이교는 선임자들로 부터 지독한 가혹행위와 성추행까지 당하는 고통속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대에서 조직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이는 수십년간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살아온 유족들의 승리이고, 철옹성 같던 군에 맞서 끈질기게 싸워온 인권의 승리이다.

이 두 사건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진실규명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건들이 발생한지 오래되었고, 지극히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군․경 의문사 사건의 특성상, 목격자나 가해 당사자의 진실한 ‘고백’이 없다면, 진실은 묻혀버리기 마련이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인들의 명예를 회복할 길은 없어지고 만다. 유족들이 원하고, 인권시민사회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사건의 진실이다. 범인을 색출하여 처벌하자는 것도, 목격한 사실을 수십년간 감추어 둔 것을 질책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들과 같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진실을 말해주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 군․경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반드시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우리는 지난 2003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가 고 허원근 일병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여, 자살이 아닌 명백한 타살로 발표하였으나, 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바로 특조단을 꾸려 ‘의문사위의 조사는 거짓이며, 허일병은 자살했다는 최초 수사결과가 틀림이 없다’고 발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던 것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군 당국에 강력히 요청한다. 군은 군의문사위의 조사결과 발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조사활동에 더욱 협조해야할 것이다. 지금까지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한과 눈물을 외면하고 무관심하였던 군은, 국민과 역사 앞에 지난날의 잘못을 고백하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징병제의 국가에서 복무 중 사병이 입은 모든 피해의 원칙적 책임은 국가에 있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군 복무를 하게 하였다면, 자살이던 사고사이던 그 책임은 관리를 맡은 국가에 있는 것이다. 사고의 예방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가장 먼저 강구하고, 사건이 발생했다면, 사건의 올바른 진실규명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도 시급히 해야 할 일들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군 복무 중 사망한 이들과 함께, 제대 후 군에서 발병한 질병으로 사망한 이들, 또 육체적 ․ 정신적 피해를 입고 전역한 수많은 이들을 기억하며, 군의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군의문사위와 군의 행보를 계속 지켜 볼 것이다. 이번 발표가 그 신성하다고 하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중,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수백 ․ 수천 청춘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금쪽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한 맺힌 세월을 눈물로 살아온 유족들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되었기를 기원한다. 군의문사위는 이제 시작이라는 자세로 남은 의문사들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다. 군의문사위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는 우리 유족들의 설움을 끝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2006년 12월 12일

(사) 천주교인권위원회
2008-09-29 14: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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