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 87년 6월 항쟁 20주년에 즈음한 인권단체연석회의 논평-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중단 없는 투쟁을!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52:22  |   icon 조회: 7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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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도 자 료

수 신 : 귀 언론사 사회부
발 신 : 인권단체연석회의(전국 37개 인권단체)
제 목 : [인권회의 논평] 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이하며
일 시 : 2007년 6월 10일
담 당 : 손상열(인권단체연석회의, 017-299-5968)


- 87년 6월 항쟁 20주년에 즈음한 인권단체연석회의 논평-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중단 없는 투쟁을!

오늘로 87년 6월 항쟁이 20주년을 맞는다. 그 날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모여들었고, 80년 광주의 피를 먹고 자란 독재정권에 맞서 항거했다. 87년 6월 항쟁은 80년 광주민중항쟁을 시작으로 독재정권의 서슬 퍼런 탄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옹호했던 역사와 투쟁의 산물이다. 반민주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투쟁의 대열에서 많은 민주열사들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고, 이런 희생과 피나는 눈물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커다란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87년 6월 항쟁이 열어놓은 민주화를 향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은 7,8,9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졌다. 개발독재아래에서 인간이하의 삶을 강요당했던 이 땅의 노동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떨쳐 있어났고, “노동자도 인간”임을 선언하면서 자주적인 단결과 투쟁의 역사를 일구어냈다. 87년 7,8,9 노동자대투쟁은 민주화라는 역사의 흐름이 어떻게 심화되어야 하는지 투쟁을 통해 보여주었다. 노동자대투쟁은 ‘민주주의 없이 생존권 또한 있을 수 없고,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이 박탈되는 순간 민주주의 또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는 대명제를 우리에게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그로부터 20년.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의 정신은 여전히 우리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가? 87년 민중항쟁을 과거의 찬란한 역사로 기억하고 기념만 하기에는,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암담하다. 민주화운동의 적자임을 참칭하는 자들은 87년 민중투쟁의 정신을 박제화하고 이것도 모자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중이다. 87년 6월 항쟁의 역사적 교훈인 민주주의는 2007년 오늘, 그야말로 ‘최대위기상황’에 봉착해있다.

몇 가지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6월 항쟁의 적자임을 자처하는 노무현 정부는, 박정희 정권 이후 처음으로 한국군 해외파병을 감행하더니, 미국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한반도를 전쟁기지로 만드는데 골몰하고 있다.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에 따라, 얼마나 많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이 벼랑 밑으로 떨어지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자유와 민주적 권리의 상황도 심각하다. 독재정권의 유산인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건재하고,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시도에서 볼 수 있듯이 공안당국의 권력은 이제 온라인을 넘보는 수준에 까지 이르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개악한 집시법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정치 표현의 자유엔 한마디로 재갈이 물려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와 경찰이 보여주고 있는 집회시위에 대한 탄압과 살인적인 경찰폭력은 독재정권시절의 탄압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다. 독재시절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한 국민적 요구는 물론이고, 계급사법의 혁파를 위한 사법개혁이라는 국민적 과제마저도 정치권의 대선놀음으로 미완의 상태로, 법조특권의 이해를 조절하는 수준에서 위기에 처해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이와 같은 상황은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87년 민중 항쟁의 정신과 이를 향한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진출에 대해 신자유주의 세력이 획책한 대대적인 반격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역사에 각인하고 그것의 주체가 민중 자신임을 확인시켜주었지만, 군부독재를 완전히 끝장내고 민주화를 위한 조건을 심화시키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민중의 진출에 놀란 자유주의세력과 일부 군부독재세력은 6.29선언과 대통령선거를 통해 군부독재의 시효를 연장시켰고, 89년 공안정국을 배경으로 탄생한 보수대연합을 통해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정책을 거쳐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민주주의와 생존권에 대한 철저한 부정의 역사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가 공격적인 구조조정과 금융개방 등으로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노무현 정부는 노동법개악, FTA, 한미군사동맹의 강화 등을 통해 이를 완성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므로 87년 6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일은, 민주주의와 생존권에 대한 이 같은 부정의 역사에 대해 저항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생존권이라는 민중의 보편적 권리는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정치사회적 권리의 박탈을 정면에서 맞받아칠 때 한발 씩 접근할 수 있다. 특히 6월말 한미 정상이 조인할 예정인 FTA와 7월부터 시행될 비정규악법은 자본의 소유권을 위해 민중의 인권과 생존권을 파괴하고, 또 공동체의 당연한 구성원리인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비상한 대응이 요청된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파시즘적 탄압에서 볼 수 있는 정부의 여러 반민주적 행태의 극복하고, 결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유보 없는 인권으로서 실현하기 위한 투쟁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87년 민중항쟁 20주년. 그것은 이처럼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중단 없는 싸움을 시작하기 위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20년 전 그날과 똑같이, 거리곳곳에서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위해 너와 내가 함께 손잡을 때,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희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6월 10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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