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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한 사법살인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 8인 열사, 국가배상판결을 환영한다 !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53:25  |   icon 조회: 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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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한 사법살인
'이른바 인혁당 재건위 사건' 8인 열사,
국가배상판결을 환영한다 !

오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재판장 권택수)는 “이른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으로 1975년 4월 9일 박정희 유신정권에 의해 사법살해 당한 서도원, 도예종, 우홍선, 이수병, 송상진, 하재완, 김용원, 여정남 등 8인 열사들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이들에게 총 160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 2007년 1월 23일 같은 법원의 형사합의23부(재판장 문용선)가 이 사건의 재심판결에서 8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데 이어, “이른바 인혁당재건위”사건과 “민청학련사건”에 대한 사법적 명예회복이 완성된 것이다. 우리는 인혁당 유족들과 역사의 이름으로,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대한민국 측이 민사상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재판을 길게 끌어가려고 했던 사실은 오늘에서라도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난 1월의 재심판결이후, 이미 국가가 잘못을 시인하여 항소도 하지 않았으며, 32주기 추모제에서 법무부 장관이 추도사까지 한 마당에, 검찰이 ‘민사상의 소멸시효’를 끝까지 주장 한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억지를 쓸 것이 아니라, 재판장의 충고처럼 정부가 먼저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앞장서야했다. 정부는 다시 한 번 유족들과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일흔이 훌쩍 넘으신 우리 유족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전국 곳곳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이 법원에 오는 일은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참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반인권적국가범죄대한 시효배제특별법’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이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유신독재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법원의 재심 판결조차 모욕하며, 열사들에게 ‘친북세력’ 운운하며 떠들어 대고 있는 수구세력들과 그들과 가튼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치세력들 역시, 유족들과 역사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당시 이 사건의 조작에 깊이 관여했던 주요 인사들에게는 국가가 직접 그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 책임져야할 이들이 분명이 있는데, 또다시 국민들에게 그 부담을 지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인혁당 선생들이 평생 가슴속에 담고 사신 평화통일과 이 땅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이 분들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중대한 작업이 우리들의 과제로 남아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군사독재정권은 없지만, 자본과 권력은 여전히 민중의 편이 아니다. 이 땅은 아직도 둘로 갈라져 있고, 강대국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한반도를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 한미 FTA 체결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민중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에게 착취당하고 차별당하는 노동자들, 명분 없는 전쟁에 국가가 동참한 이유로, 멀리 이국땅에서 안타깝게 죽어간 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인혁당 여덟 분의 열사들이 살아계셨더라면, 분명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해, 억압받는 민중들의 편에 서서, 사셨을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가 이 분들의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것은 추모식을 성대하게 치루고, 이분들의 이름을 딴 기념사업회를 화려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 분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현실사회에서 여전히 억압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편에 서서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하는 것이, 열사들이 우리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정신계승일 것이다. 온 국민이 힘과 마음을 모아 이분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일에 함께 나서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이 판결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17인의 형사재심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남아있다. 이분들 역시 모진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피를 토하며 옥살이를 견디어 내신 분들이다. 이미 연로하시어,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으니, 법원은 이분들의 재심을 개시하고, 사법적 명예회복을 이루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현재 인혁당 재건위 사건 외에도 권위주의정권시절 발생한 수많은 조작 간첩 사건들에 대한 재심이 청구되었고, 그 중 일부는 재판 중에 있다. 이 사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역시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사법부와 검찰은 더 이상 이분들께 죄 짓지 말아야한다. 괜한 시간 끌기나 억지스러운 주장으로 진실을 은폐하는 일에 동참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당부한다.

오늘의 결과는 그동안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싸워 오신 유족들의 승리이자, 인권의 승리이다. 물론, 이번 손해배상판결로도 지난 32년간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왔던 우리 유족들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죄를 받았지만, 8인의 열사들은 살아 돌아 올 수 없고, 배상을 받아도 유족들은 여전히 밥알을 모래알처럼 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이 스스로의 입으로 자신들의 고문․조작 사실을 밝혔고, 법원이 형사재심 무죄판결에 이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유족들에게 승소 판결을 한 것은, 유족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진실은 아무리 감추어도 언젠가는 드러나며,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도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번 판결이 그대로 보여주었다.

유족들은 이미 승소 시, 배상금액의 상당액을 여덟 분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며, 우리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이 땅의 인권과 평화를 지키는 일에, 내어 놓기로 약속한 바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 용기 있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먼저가신 열사들에 버금가는 신념을 가진 유족들의 결정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의 유족들, 사건 관련자들,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살아온 이들, 또, 인혁당의 진실과 그 정신을 이미 알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양심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의 승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이고, 대한민국 역사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21일

인혁당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 민청학련운동계승사업회 / 이수병선생기념사업회 / 천주교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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