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지문정보를 담은 생체여권(전자여권)은 어떻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가?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4:58:06  |   icon 조회: 7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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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정보를 담은 생체여권(전자여권)은
어떻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가?


노무현 정부와 외교통상부는 테러 방지 및 보안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현재 사용 중인 사진전사식 여권을 지문 등 생체정보를 담고 있는 ‘전자적 여권’으로 변경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여권법의 개정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즉, ‘전자여권’에 담을 지문정보가 얼굴 인식 성능을 보완하여 본인 확인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여권관련 국가적 신인도를 제고할 수 있으며, 결국 지문정보를 포함하는 ‘전자여권’은 우리 국민의 해외 여행 시 타국으로부터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전자여권’을 도입․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자여권’의 지문을 포함시키는 또 다른 이유로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회원국에 ‘전자여권’ 도입과 관련하여 지문정보의 수록을 선택사항으로 권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유럽 각국 등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에 가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전자여권’에 지문정보를 포함하여 실시하고 있거나 향후 추진 예정이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여권대란, 심각해지는 인권침해

이러한, 여권업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위변조 등 보안강화를 위해 2005년 9월부터 사진부착식 구여권을 사진전사식 신 여권으로 교체·발급하였으나, 예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졸속으로 시행하여 여권발급 대란을 불러와 국민적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는 또다시 같은 논리로 엄청난 국민의 세금을 들여 지문정보를 포함한 생체여권(전자여권)이라는 새로운 여권 발급체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권 발급체계의 잦은 변경에 대해 국민적 혼란은 물론이거니와 국민 세금의 낭비 등 예산집행의 비효율과 예산편성의 타당성과 적정성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지문 등 생체정보를 여권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외교통상부의 여권법 개정안은 심각한 인권의 침해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지문정보를 담은 생체여권(전자여권) 도입이 가져올 인권침해 중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프라이버시는 홀로 있을 권리, 개인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을 자유 등을 의미하여 왔으며, 정보사회에서는 자신의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리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되어 왔다. 현행 헌법 제17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인간적 존재로서의 모든 국민이 소극적으로는 그 사사(私事)와 사생활(私生活)의 내용 및 명예·신용 등을 침해받지 아니하고, 적극적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자유로운 활동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침해 또는 간섭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불가침에 대하여 프라이버시에 관한 권리(right of privacy)라 해서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프라이버시에는 다른 사람이나 국가 또는 단체 등으로부터 개인의 생활공간을 침해받지 않을 자유, 즉 ‘공간프라이버시’(privacy of space)와 개인의 의사에 반한 예방접종, 수혈, 체액 및 생체조직 샘플의 채취 피임수술 등의 금지와 같이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받지 아니할 자유, 즉 ‘자연인의 프라이버시’(privacy of physical person) 뿐만 아니라, 개인적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간섭을 받지 않을 자유, 즉 ‘의사결정 프라이버시’(privacy of decision)와 다른 사람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해악을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아니하고 희망하는 바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자유, 즉 ‘개인적 행동의 프라이버시’(privacy of personal behavior)를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우선, 지문정보를 담은 생체여권(전자여권)은 개인의 생리적․행동적 특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문 등 생체인식기술을 이용하게 되면 국가는 물론 기업 등에 의해 개인의 이동 및 행동에 대한 감시가 증대된다. 그 결과 국가 또는 기업은 개인에 대한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감시를 더욱더 증대시키므로 ‘개인적 행동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더욱더 증대된다. 그리고 생체정보는 다른 정보와 연계되는 경우에 신원확인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능하게 됨으로써 정보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가 증대될 수 있다. 특히 국가 또는 법집행기관들이 국민의 생체정보를 기존의 개인정보와 결합하는 경우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가장 위협적 문제 중의 하나는 생체인식 ID시스템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탐지할 수 있게 되어 전 사회구성원에 대한 ‘빅브라더’의 감시체제가 강화될 수 있다.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 사건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건에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하나임을 정면으로 인정했던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같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로 헌법상의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처리된 지문 등의 생체정보가 개인정보일 경우 그 정보를 국가권력이 조사․처리․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와 연계된 같은 조 제1문 후단의 행복추구권에 그 근거가 있는 일반적 인격권과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그 자유에 그 포괄적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근거를 둘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의한 개인의 생체정보 보호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일정한 제한조건 하에서는 공익실현을 위해 개인의 생체정보에 대한 처분권을 제한하고 생체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조치가 정당화되려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해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그밖에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관련하여 특별히 강화되는 규율의 명확성 원칙,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영역별 특별규율의 원칙, 목적구속의 원칙 등 특별한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이와 같은 법률적 근거와 과잉금지의 원칙 등 특별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지문정보가 담긴 생체여권(전자여권)의 도입은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반인권적인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개별 국가의 전자여권 도입현황과 여권의 본래 사용목적, 개인정보에 대한 국제적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여권에 기재되는 정보가 여권 소지자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개인정보를 수록하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지문정보 등 생체정보는 생태성, 일신전속성, 영속성의 특성이 있는 아주 민감한 정보이므로 그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있어서도 다른 개인정보 보다 더 엄격한 절차와 기준에 의해 수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여권의 사용목적이 외국에 여행 중인 여권 소지자의 신분확인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기존의 여권으로도 충분히 본인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뿐더러 그 사용목적과 전혀 관계없는 주민등록번호의 여권 기재사항 포함은 당연히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양심․종교․이동의 자유 침해

아울러, 양심적·종교적 이유로 인해 생체정보의 제공을 거부하거나 장애나 손상, 시간의 흐름으로 인한 지문이 손상되어 생체정보를 제공할 수 없거나 채취할 수 없는 경우, 이에 대한 생체여권(전자여권) 이외의 대안마련이 없다면, 헌법 제19조와 제20조의 양심․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야기하거나 특정 행정절차참여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과 같아 적법절차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여권발급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한계 때문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헌법 제14조의 이동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또 다른 차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생체여권(전자여권)으로의 여권 발급체계 전환은 우리나라 ‘전자여권’ 및 보안체계 관련 기술개발에 활발히 참여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하여 세계시장에서의 선점과 관련기술의 고도화를 따른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부수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이러한 빈번한 여권 발급체계의 변경으로 인해 관련 기업의 이윤창출을 보전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외교통상부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전자여권’ 및 보안체계 관련 업계에서는 2003년 약 7억불 정도에서 2006년에는 27억불, 2008년에는 46억불 정도로 관련분야 세계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증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3년에 약 356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시장규모도 2007년에는 최소 933억 원에서 최대 1,499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은 지문정보 등 생체여권(전자여권)의 산업 기술적 발전과 경제적 가치를 내세워 어떠한 가치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인권을 등한시되거나 배제하기도 한다. 즉,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민 대다수의 기본적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감시를 걷어내고, 프라이버시를 지키자!

이와 같이, 지문정보를 담은 생체여권(전자여권)의 도입은 심각한 인권침해를 가져올 것이 불 보듯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무감각과 무관심은 정부, 사법기관, 기업, 언론 등에 의한 개개인에 대한 사생활의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첨될 확률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경품 때문에 성명,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까지 쉽게 제공하거나, 적립금이나 마일리지 보너스를 위해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이를 위해 자세한 신상정보를 제공하며, 공공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점 때문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무관심하며, 관공서에서는 도장 소지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너무도 쉽게 지문날인을 행하고 있다. 이처럼 일상적인 감시와 프라이버시 침해가 만연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감시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성이 생기게 되어,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이전에는 그것을 꼭 지켜야 할 권리로 생각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프라이버시를 너무 쉽게 포기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를 감시하는 이들 ‘빅브라더’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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