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군의문사에 대한 국가책임론의 법적 근거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5:32:05  |   icon 조회: 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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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문사에 대한 국가책임론의 법적 근거

이 석 범 천주교인권위원회 법률구조분과위원장(변호사)


1.들어가는 말

1998년 2월 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김훈중위사건”으로 인하여 군대내 사망사건이 “사회문제화”되었읍니다.
그러나 위 사건 이전에도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입소하였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빈발하였으나 명백히 사고사나 자살자로 밝혀진 사건이외의 대부분 사건은 사망경위나 동기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조사결과 “자살”로 처리되어 많은 민원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001년 5월 29일 공식적으로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군폭력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이하 “군의문사대책위”라 합니다) 곧이어 유족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모임이 확대된 군의문사진상규명과군폭력근절을위한 가족협의회(이하 군가협이라 합니다.)이 결성되어 종전의 군의문사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빈발하고 있는 군의문사에 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관련한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나 보훈청에서는 아직까지 유족들이나 인권단체들이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연 국가가 이러한 군의문사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군의문사의 전제사실과 현황

가. 우리는 헌법과 병역법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데서 오는 불이익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습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취직할 수도 없고 병역기피자라는 불명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닌 한 개인의 힘으로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병역법에 따른 징병절차 즉 신체검사에서 1,2급을 받고 대학교 재학이상의 우수한 청년들이라면 최소한 입소당시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만약 신체검사에서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인하여 통과되지 않으면 징병자체가 면제되거나 연기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당연히 만20세가 되면 신체검사를 받고 거기서 1,2급의 판정을 받으면 현역병으로 입대하게 되는데 대개 대학이상의 고학력자이고 신체건강한 청년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족들의 걱정과 친구들의 격려를 뒤로하고 당당히 훈련소로 입소합니다.
이후 훈련소 입소와 소정기간의 훈련기간을 마치면 자대에 배치되는데 짧게는 배치받은지 10여일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나.현황

2000년 국방부에 대한 국방감사자료에 의하면 1999년 한해에만 300여명이 사망(그중 살은 100여명)하고 1,500여명이 탈영하며 5,000여명이 정신질환을 앓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체검사당시 아무런 이상이 없던 상태에서 병역의무를 채 마치기도 전에 이러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사망의 원인은 거의 대부분 군부대내에 존재한다고 확신합니다.


2.군의문사의 발생과 개념

가. 발생과정
이른바 군의문사사건을 개념규정하기 전에 결과로만 본 사망사건이 왜 군의문사로 비화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군부대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즉시 가족들에게 통보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2시간 길게는 10시간 이상이 경과된 후에 통보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통보당시에는 사고가 발생했다라고만 하였다가 막상 부대에 도착하면 자살하였다고 통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군에서 밝히는 자살동기라는 것도 천편일률적으로 이성문제,금전문제,성격문제 등으로 인하여 군대생활에 잘적응하지 못해 자살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망자중에는 사망하기 3시간전 분명히 잘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편지를 써놓은 사람도 있다. 총기자살 하였다고 하는 사망자중에는 보초를 서다가 고참의 총으로 자살하였다는 사람도 있으며 심지어 총기자살이라고 하는데 총상은 없고 둔기로 맞은 흔적만 있을 뿐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의혹에도 불구하고 군에서는 자살하였다고 합니다.
군부대에서 연락을 받고 가보면 현장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군부대 지휘관이나 동료들은 절대로 구타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한 수사관들은 자살이 틀림없으니 빨리 장례식을 치루고 잊어버리리라고 합니다.

나.군의문사란 무엇인가?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수사과정에서 공정하지도,투명하지도 않으며 유족들이나 인권단체들이 보기에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오히려 타살가능성마저 있는 이러한 사망을 “군의문사”라 부릅니다.

군대 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현장을 철저하게 보전하는 것이 수사의 대원칙이고, 군수사관 또한 유족들의 오해가 없도록 공정하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조사해야 함은 물론 수사비례의 원칙에 따라 필요하고도 상당한 범위 내에서 관련된 제반 증거를 수집한 후 그에 대한 증거가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의무를 구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단 자살이라 예단하고 조사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유족들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일단 자살이라고 결론이 나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으로 처리되어 순직처리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있지도 않은 이성문제,금전문제,성격문제등으로 자살하였다는 불명예마저 뒤집어 쓰게 되어 유족들은 2중 3중의 고통을 겪게되는 것입니다.

다. 더우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여 재조사를 요청하여도 성의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유족들의 의혹이 잘못된 것이라는 방향으로 당초의 부실한 수사를 합리화시키는 구실만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방부내에 특별조사단이 구성되어 활동하였지만 유족들이 제기한 166건 중 불과 2-3건만이 해결되었을 뿐입니다.


3.군의문사의 특수성

우리는 군의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군부대내에 상존한다고 확신합니다. 군대란 격리,수용되어야 하는 집단이라는 특성때문에 가장 규율이 엄격하고 통제된 사회이고 빈번하게 군폭력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시대와 해방이후 군사정권하의 통제문화에서 유래되는 것이고 인권을 경시하는 반인권적,반생명적 사고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현실문제로는 사고발생직후 조사과정에 유족들이 참여하지를 않아 어떻게 사망하였는지 그 원인을 전혀 밝힐수 없다는 점입니다. 유족들이 도착할 때면 이미 현장은 훼손되어 있고 심지어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군수사체계상의 문제상으로는 군대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부대지휘관이 문책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자살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편파적인 수사가 진행됩니다. 더욱이 조사후 국방부에서 유족들에게 보내오는 “사망통고서”에는 일방적인 군수사기관의 판단인 “자살”이라고 되어 있으나 유족들이 자살이 아니라고 입증하기란 전혀 불가능합니다.


4.국가책임의 법적 근거

가.실정법체계상근거

1)헌법과 병역법
우리나라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가 일방적으로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여 국민의 자유권-신체의 자유,거주이전의 자유,양심의 자유등-을 제한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만약 국민이 병역의무를 거부하면 병역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는 병역거부자를 임용 또는 채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직하게 하는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병역법76조)
반면에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복학,복직이 보장되고 취업시 군가산점이 부가되며(병역법 73,74조) 군복무중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게 되면 국가유공자로 예우를 받게 됩니다. (병역법 75조)

문제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르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한 경우와 상이를 입은 경우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위와 같은 헌법과 병역법의 해석상 병역의무를 다한 국민이 군내에서 사망한 사고에 관하여 국가의 무과실책임을 물을수 있는가하는 것 입니다.

2)민법상 근거

민법 756조에 의하면 사용자책임의 법리라고 하여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이는 사용자로 하여금 일종의 무과실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3)산업안전보건법상 근거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보장하고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 법의 취지를 국가의 하명처분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국민들에게도 유추적용하면 당연히 국가는 국민이 병역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여 안전하게 교육,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만약 국가가 이러한 의무를 게을리 하여 구타나 가혹행위 및 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였다면 그것이 비록 자살이라 하더라도 당연히 순직처리를 하여 명예회복을 해주어야 합니다.
더구나 군의문사의 경우 군수사기관의 일방적인 판단 이외에 자살이라고 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가 없다면 입증책임의 전환법리에 따라 자살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순직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나.법해석상 근거

국가유공자등예우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 또는 상이”에 해당되는 경우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는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밝혀지고 또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에 국한하여야 합니다.
만약 군수사기관의 조사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잃은 채 객관성과 신빙성을 가지 못하는 판단까지를 포함한다면 여전히 군의문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증거법적 근거

전술하였다시피 군대내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의 원인을 밝힐수 있는 모든 자료는 전적으로 군수사기관이 보관하고 있어 유족들이 열람하는데 장애가 많고 등사할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조사도 거의 불가능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의료사고의 경우 의사가 현대적 의학수준에 따라 치료나 수술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환자의 사망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추적용하여 군의문사의 경우 군수사기관이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수사에 소홀한 점이 밝혀진다면 “자살”이란 수사결과를 인정할수 없다고 하여 국가로 하여금 책임을 지게 하여야 합니다.

만약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져 사망원인이 명백하게 밝혀질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타살가능성이 없으니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는 전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군편의주의 발상이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5.맺는 말

가.우리는 관련법령의 개정운동을 통하여 군의문사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노력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군폭력문화의 척결과 군당국의 인식변화를 위하여 인권운동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법률구조의 일환으로 행정소송 및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할수 있을 것입니다.

나.군의문사의 경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성과가 입증하듯이 유족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합동조사단이 구성되어 철저히 조사를 한다면 대부분 진상규명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국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사로 남는 경우에도 국가는 고인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국립묘지 안장이나 위령비건립을 통하여 국가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국민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노력을 통해서만 불신과 의혹을 받고 있는 현재의 군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진정한 국민의 군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2008-09-29 15: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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