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관한 우리의 입장
icon 천주교인권위원회
icon 2008-09-29 16:04:14  |   icon 조회: 8305
첨부파일 : -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관한 우리의 입장

“독사의 족속들아 !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벌을 피하겠느냐?”(마태오 23;33)


지난 역사에서 탈법적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탈취하고, 나아가 더 많은 것을 빼앗기 위해 안면도 몰수하는 자들에 대해 2천년전의 예수는 “독사의 족속들아”라고 질타하면서 회개를 촉구했다.

최근 한나라당 의원 63명으로 구성된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대표 김용갑)은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국가보안법을 개폐하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이며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개폐에 관한 논란 속에서 잊을 만하면 고질병처럼 다시 불거져 나오는 색깔론 시비에 대해 감연히 “독사의 족속들아”라고 정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본류는 지난 정권에서 많은 양심수를 가두고 의인들을 죽인 대가로서 얻은 권력과 부를 축적해온 군사독재정권에 참여했던 이들이 아닌가. 5공 때는 광주시민을 죽인 대가로, 6공 때는 초대형 권력비리를 통하여 기득권을 키워왔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불의를 고발하면 체제 전복세력, 공산당이라고 매도하곤 하였다.

지난 8월 15일 경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개정방침을 재천명한 것은 이미 우리사회가 국가보안법을 계속 존속시키고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없으며 오히려 국제사회에서조차도 경쟁력을 가질 없는 현실적 고려 속에서 내린 결정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국가보안법은 정치적, 사회적 변혁이 있을 때마다 개폐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근래에는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이 법에 의한 처벌은 인권규약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또 국제사면위원회의 지적도 받은 바 있어 국내외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인 북한과는 나란히 지난 91년 유엔에 동시가입 했는가 하면, 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남북간 적대관계를 법적으로 종결짓고 민족화해와 협력을 세계만방에 공식적으로 다짐한 관계이다. 그리고 몇 년간 수해를 입은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보내고, KEDO를 통해 에너지문제까지 공동지원 할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남과 북의 지원과 협력증진을 뒷받침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당국간의 회담이 이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민간교류, 민간기업의 북한진출, 금강산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국가보안법이 계속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접촉을 적대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혼란과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정치적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한 국가보안법 앞에서는 최소한의 인권도 지킬 수 없었던 현실을 생각한다면 국가보안법을 존속시키는 것 자체가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의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아니라 폐지가 시대적 요구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국가보안법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내용은 형법상의 조항과 중복되어 있고 단지 몇 개의 문구수정을 통한 개정은 또 다른 인권유린을 낳을 위험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무조건 색깔론을 들고나올 게 아니라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과 국제적인 공의의 요구를 겸허해 수용하여 새로운 술을 담을 새로운 부대가 장만될 수 있도록 회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회의나 자민련도 당리당략이나 이념적 논쟁을 떠나 ‘열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라는 법률의 금과옥조를 되새기며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지리한 논쟁으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단호한 입장으로 새로운 시대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하루빨리 벗어버리고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앞장서길 촉구한다.

1999. 8. 25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상임대표 : 김영진 신부 이영숙 수녀 문국주 대표
2008-09-29 16:04:14
222.111.21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