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여자교도소 수용자의 도서접근권 보장과
구금시설 도서관 설치 권고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2008년 12월 22일(월) (사)천주교인권위원회는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모 씨의 도서접근권을 보장하고 구금시설 도서관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합니다.
3. 현행 행형법과 ‘수용자 열람도서 관리규정’(법무부훈령 제440호)에 따르면 구금시설 수용자는 자비부담으로 구매한 ‘개인도서’와 소측이 보유한 ‘관용도서’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이모 씨는 소측이 관용도서의 도서원부에 보유도서를 신속하게 등재하지 않아 대출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청주여자교도소는 △수용자 1인당 대출할 수 있는 관용도서의 최대수량을 2권으로 제한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대출 신청일이 한달에 2회로 정해져 있으며 △1권의 책을 소지할 수 있는 기간도 원칙적으로 10일로 제한되어 있고 △대출 신청한 도서를 전달받을 수 있는 것도 신청일로부터 6일 후인 첫째, 셋째 월요일로 제한되어 있어 도서 열람에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4. 심지어 청주여자교도소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우수도서로 지정해 수용자 열람용으로 기증한 도서의 일부도 도서원부에 기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옛 문화관광부)가 청주여자교도소에 기증한 도서(진정서 별첨자료2 참조)만 따져도 △2005년 267권 △2006년 256권 △2007년 296권 △2008년 405권 등 1224권에 이르고 있고 그 외 다른 기관이나 민간에서 기증된 도서도 상당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들 도서 중 관용도서 도서원부에 포함되지 않은 도서가 많아 사실상 사장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5. 구금시설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은 소측의 재량에 따라 제약될 수 있는 처우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수용자의 권리입니다. 1988년 채택된 유엔의 ‘모든 형태의 억류·구금하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은 “억류 또는 구금된 자는 공적인 재원의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교육적, 문화적 자료 또는 정보를 얻을 권리를 갖도록 해야 한다”(원칙 28)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구금시설 수용자가 폭넓은 읽을거리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읽을 권리‘(right to read)로 규정해 이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형법 제2601조 c는 “수형자는 읽을 권리를 가진다. 그들은 미국 우체국에 의하여 배달이 허용된 도서, 잡지, 신문, 법률자료 등을 구입하고 입수하며 읽을 수 있고 다른 수용자들도 이를 읽도록 허가할 수 있다. 또한 수형자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정보접근권, 자기교육, 독서를 통한 여가활용 등을 보장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6. 피해자가 겪는 문제의 뿌리에는 구금시설에 관용도서를 보관하는 도서실이 있을 뿐 열람실을 갖춘 도서관이 없다는 점이 있습니다. 청주여자교도소를 포함해 대부분의 구금시설은 별도의 도서열람실 없이 관용도서를 단순히 보관해두고 수용자의 대출 신청시 해당 도서만 대출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행 도서관법은 ‘공공도서관’의 하나로 ‘교도소도서관’을 규정하고 있지만 동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 어디에도 교도소도서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엔의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 제40조는 “모든 시설은 모든 범주의 피구금자가 이용할 수 있는 오락적, 교육적인 도서를 충분히 비치한 도서실을 갖추어야 하며 피구금자들이 이를 충분히 이용하도록 권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럽형사시설규칙(1987년) 제82조도 “모든 시설은 모든 종류의 피구금자를 위하여 오락적이고 교육적인 폭넓은 범위의 장서를 충분히 갖춘 도서관을 가져야 한다. 가능한 경우에는 행형시설 도서관이 외부의 지역도서관의 서비스망과 결합할 수 있도록 조직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구금시설에 열람실이 딸린 도서관이 설치된다면 △필요한 도서를 개인적으로 소지할 수 없는 빈곤한 수용자가 겪고 있는 정보획득 기회의 불평등이 개선되고 △열람실 이용으로 수용자가 진정권을 행사할 때 편의가 증진되며 △수용자가 전문사서를 통한 조력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7. 우리 위원회는 진정서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주여자교도소장에게 관용도서의 도서원부에 보유도서를 신속하게 등재하여 수용자들이 대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용자들의 교육권과 정보접근권을 증진시키도록 권고할 것 △법무부장관에게 구금시설 수용자가 서적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열람실을 갖춘 도서관 등 시설을 갖추도록 권고할 것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구금시설에 열람실을 갖춘 도서관 등 시설을 국가가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하도록 권고할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8. 특히 우리 위원회는 구금시설에 열람실을 갖춘 도서관 등 시설을 갖출 때, 익숙하게 구사하는 언어가 한국어가 아닌 수용자, 이른바 ‘마약류사범’, 이른바 ‘문맹자’, 장애인 등이 결과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외국인보호시설을 포함해 구금시설의 수용자 중 익숙하게 구사하는 언어가 한국어가 아닐 경우 해당 언어로 서적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이른바 ‘문맹자’의 경우도 문자 중심의 서적은 무용지물이므로 관련 정보가 구두나 영상 등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마약류 반입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다른 수용자와는 달리 개인도서조차도 자비로 구입할 수 없는 이른바 ‘마약류사범’의 경우, 도서 반입 자체를 원칙적으로 불허당해서는 안됩니다. 이들에게 도서관의 설치는 도서 접근권의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애인의 경우 이동용 보장구, 높낮이 조절용 책상, 보조견의 배치, 휠체어의 접근을 위한 여유 공간 확보, 활동보조서비스 등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차별받지 않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화면낭독·확대 프로그램, 무지점자단말기, 확대 독서기,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 등 장애인보조기구의 설치·운영과 함께 낭독자, 수화 통역자 등 보조인을 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9. 우리 위원회는 2008년 11월 초 피해자가 받고 있는 인권침해 사실에 관해 피해자의 가족인 이모 씨와 친구인 장모 씨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았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지난 11월 24일 청주여자교도소장에게 질의공문을 보냈고, 12월 1일 청주여자교도소 측으로부터 답변 공문을 받아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진정서 별첨자료1,2 참조).
10. 진정서 접수는 2008년 12월 22일(월)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 진행됩니다. 이날 진정에는 우리 위원회와 함께 진정인으로 참여하는 피해자 가족 이모 씨와 친구 장모 씨가 함께 합니다. 별도 기자회견 없이 진행되지만 참석한 기자분들은 질문 및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귀 언론에서 적극 보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