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성명] 시설에서 화재로 숨진 장애인들, 과연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09-03-18 11:11:51  |   icon 조회: 8934
시설에서 화재로 숨진 장애인들,
과연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 김해 ‘행복한 마을’의 장애인 화재사망사건은 ‘미신고양성화정책’ 과 ‘시설수용’ 중심의 잘못된 정부 복지정책의 필연적 결과 -


지난 3월 15일(일) 새벽 경남 김해시 소재의 ‘행복한 마을’이라는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그곳에서 생활하던 장애인 두 분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행복한 마을’은 지난 2007년 시설장 황00 목사에 의해 교회부설로 설립된 미신고시설로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와 같이 철골조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가건물이다. 이러한 가건물은 화재에 취약할뿐더러 화재가 발생하면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나가 불길 속에 사람을 가두거나 스티로폼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로 인해 질식해 목숨을 빼앗는다.

이번 ’행복한 마을’의 장애인 화재사망사건은 가건물 등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시설환경과 더불어, 시설장 및 종사자도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화재안전시설 및 안전교육이 전무한 가운데 일어난 참사였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적 장애로 인해 대피할 수 없는 장애인의 경우 화재 등의 위급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복지시설은 안전관리요령 및 화재안전시설 등을 의무적으로 갖추게 한다. 그러나 행복한 마을의 경우 무방비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지역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시설장은 그날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고, 미신고시설이었던 행복의 마을은 종사자도 없었다. 이런 정도라면 김해시는 미신고시설 관리지침에 의해 화재가 나기 전 즉각 폐쇄 조치했어야 마땅한 곳이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김해시는 행복한 마을의 시설운영을 묵과하다가 사람이 죽고 나서야 관내 미신고시설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번 화재사건은 정부의 잘못된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02년 미신고시설양성화 정책의 발표 이후, 이미 시설인권연대는 2003년의 성실정양원, 은혜사랑의 집 사건, 2004년의 영낙원, 수양원 사건, 2005년의 바울선교원, 지인언어치료원 사건, 2006년의 김포사랑의집 사망사건 등 여러 차례에 걸쳐 미신고복지시설들의 문제를 지적해 왔다. 또한 이 사건들을 통해 ‘미신고시설양성화 정책’ 이 오히려 기본적 복지기능이나 생활인들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는 불법 미신고시설들을 양산해 내고 있으며, 정부 지원을 노리는 미신고시설들이 오히려 급증하게 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설비리 문제와 인권유린 행위 등의 온상이 되고 있는 미신고복지시설에 대해 오히려 행정규제 완화와 예산지원 등의 법정시설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시설장들에게 인권침해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해 왔다. 이러한 정부의 잘못된 복지시설정책으로 인해, 결국 ‘행복한 마을’의 장애인 화재사망사건과 같은 예고된 사건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억울한 피해자들을 만들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면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다시 억울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한시라도 빨리 보건복지가족부와 김해시는 모든 방법들을 강구하여 피해자 및 시설생활인들의 안정된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철저한 사건의 진실규명과 함께 그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로 인해 이들의 죽음을 야기했거나 방임한 시설장과 관리감독청에 대한 책임이 밝혀진다면 이들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한 2007년 말 보건복지가족부는 전국에 여전히 100여개의 미신고시설들이 폐쇄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설들은 규제완화와 예산지원으로도 양성화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시설들이다. 신고조건을 갖추지 않고 운영하는 것이 불법임에도 정부는 이 시설들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는 남아 있는 미신고 시설들에 대해 즉각적인 폐쇄조치와 더불어 생활인들의 욕구에 따른 주거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행복한 마을’과 같은 종교시설을 가장한 사회복지시설과 미신고시설, 개인운영시설에 대한 인권실태조사, 그 결과 인권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생활인 전원조치, 시설폐쇄 등의 강력한 행정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시설인권연대는 ‘시설수용·확대’ 중심의 사회복지시설정책에서 지역적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정책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비단 화재사망사고만이 아니라 하더라도 장애인의 시설수용은 장애인을 이 사회에서 분리 배제 하는 정책일 뿐 아니라 시설수용이 낳은 여러 가지 폐단이 지적되어 왔다. 장애인의 인권과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전 세계적 대세이다. 따라서 정부는 수용시설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지금이라도 자립생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2009. 3. 17.

사회복지시설 생활인 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2009-03-18 11: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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