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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서울경찰청의 유치인 처우 지침에 대한 공개 질의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0-05-04 13:08:49  |   icon 조회: 13428
[보도자료]

서울경찰청의 유치인 처우 지침에 대한 공개 질의


□ 수 신 : 각 언론사
□ 발 신 : (사)천주교인권위원회
□ 제 목 : [보도자료] 서울경찰청의 유치인 처우 지침에 대한 공개 질의
□ 발신일 : 2010년 5월 4일(화)
□ 문 의 : 강성준(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02-777-0641, 017-344-5808)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지난 2009년 12월 23일 문화방송(MBC)은 일선 경찰서 유치장에 갇힌 수용자들을 낮에는 눕지 못하게 하라는 서울경찰청의 지침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침은 2009년 4월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 탈주 사건 이후 주상용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일선 경찰서를 둘러본 후 나왔고 관할 경찰서 전체에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2009년 12월경 강남, 수서, 광진, 중랑, 동대문경찰서가 지시사항을 잘 이행하지 않는 걸로 적발되어 각 수사과장과 유치지원팀장에게 야근과 같은 추가 근무를 하는 벌칙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3. (사)천주교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 26일 경찰청에 정보공개청구하여 5월 3일 공개 받은 「유치인 관리 관련 자료수집 결과 통보」(외사기획과-2421, 2010.3.29)에 따르면, 경찰청은 서울경찰청의 협조 요청(1월 18일)에 따라 영국, 일본(요코하마), 독일, 미국(시카고), 프랑스의 경찰주재관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서울경찰청에 통보했습니다. 경찰청이 각국 주재 공관으로 요청한 자료수집 내용은 △유치인은 취침 시간 외 유치실 내에서 수면 등 누워있는 행위가 가능한지 여부 △유치인 행위 제재 등 관리 법령(번역본) △유치장내 유치인 표준일과표(번역본)입니다. (※별첨1)

4. 위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별도로 유치인 취침시간이 없으며, 따라서 유치인들이 언제든지 유치실내에서 수면 등 누워있는 행위가 가능”합니다. 일본(요코하마)의 경우도 식사와 운동, 취침시간 정도만 규정되어 있을 뿐, 조사나 접견 등이 없는 한 유치실 내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관리됩니다. 독일의 경우, 취침시간외 유치인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으며, 독방(1인 유치)이 원칙인 만큼 독방내 유치인의 자유행동을 구속할 방법도 없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도 유치실 내에서 안전을 해할 행위 또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가 아닌 경우에는 취침, 수면 등 행동에 제약이 없습니다. 미국(시카고)은 중범죄의 경우 카운티 구치소로 수용되고 경범죄의 경우에만 경찰서내 유치실(cell)에 입감되는데, 대부분 1인실로 되어 있고 혼자 누워있거나 앉아 있거나 간섭하지 않고 간섭의 실익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 경찰서 유치장의 처우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87조 “경찰관서에 설치된 유치장은 교정시설의 미결수용실로 보아 이 법을 준용한다”는 규정에 따릅니다. 그런데 구치소의 미결수용자는 물론 기결수용자의 경우에도 서울경찰청의 지침처럼 낮 시간에 누워있을 수 없도록 강제 당하지 않습니다. 경찰청훈령인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에도 서울경찰청 지침과 부합하거나 그 근거가 되는 조항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위 규칙의 [별표 1-유치인표준일과표]에 따르면, “유치장 질서유지 및 보안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TV시청, 라디오 청취, 독서 등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서울경찰청의 지침은 위 규칙과는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6. 유치장 내 처우는 시설의 안전과 유치인의 증거 인멸 및 도주의 방지라는 구금의 목적만 달성된다면 유치장 외부의 생활과 동일해야 합니다. 유치장 수용은 형사절차에서 출석을 확보하고, 형벌이 확정된 후 집행을 확보하기 위해 피의자 및 피고인의 신체를 일정한 장소에 구금하는 ‘미결구금’의 일종입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의 적용을 받는 유치인은 형사절차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유치인의 방어권 행사를 침해하는 유치장 처우는 적극 금지되어야 합니다. 또한 경찰의 수사력에 비해 유치인은 방어수단이 부족하므로 유치장은 유치인이 방어권을 잘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7. 우리 위원회는 서울경찰청의 지침을 넓은 의미의 ‘고문’으로 규정합니다. 좁은 의미의 고문은 피의자가 숨기고 있는 사실을 강제로 알아내기 위해 수사기관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며 신문하는 것으로 현행법에 의해서도 엄격히 금지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금지되는 고문 개념은 구체적인 폭행이나 협박뿐만 아니라 신체 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등 자백을 강요하는 수사기관의 조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유엔이 채택하고 한국도 가입한 「고문방지협약」은 좁은 의미의 ‘고문’과 함께 “고문에 미치지 아니하는 그 밖의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혹은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이러한 처우에 △고독한 감금(solitary confinement) △감옥에 여러 명이 구금되어 있다하더라도 특정인을 소외시키는 상황 △무책임한 장기간 구금 △독방 구금 △가족 혹은 친구와의 면회 거절 △초만원의 감금 △부적절한 식량 △부적절한 의료지원 △좋지 않은 위생상태 △운동할 기회의 부족 등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유치장의 처우가 열악하면 열악할수록 유치인은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거짓 자백이나 제3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선택할 수 있으며, 경찰은 유치장의 열악한 처우를 수사 기법의 하나로 활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경찰청의 지침은 단순히 부적절한 처우가 아니라 형사사법절차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허물어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로 즉각 취소되어야 합니다.

8. 경찰이 스스로 수집한 해외 경찰서 사례를 보더라도 조사 대상 5개국 가운데 서울경찰청의 지침처럼 유치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나 관행을 가진 국가는 없습니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서울경찰청에 △당시 지침을 내린 사실이 있는지 △지침을 어긴 유치인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가해지는지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지침을 이행하지 않은 경찰에 가해진 불이익은 무엇인지 등을 공개 질의했습니다.(※별첨2)
특히 우리 위원회는 서울경찰청이 경찰청에 외국 경찰서 실태 파악을 요청한 1월 18일이 조현오 현 서울경찰청장이 취임한 직후인 점에 주목합니다. 우리 위원회는 서울경찰청이 동 지침을 취소하고 유치인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합니다.

9.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1-정보(부분공개)결정통지서 및 공개 내용
※별첨2-유치인 처우 지침에 대한 공개 질의서
2010-05-04 13:08:49
222.111.210.153